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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전문가 칼럼

튤립타운과 밤밭골 교회

Last updated: 4월 23, 2021 10: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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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쓰니 눈만 보이는 사람들, 곳곳에 비치된 손 소독제와 검색대의 플라스틱 상자가 소독되어 각자의 물건을 담도록 추가되었고 바닥에 사회적 거리두기 스티커가 있을 뿐 공항은 여행객들로 붐볐다. 

병원의 채플린으로 일하는 큰아들이 ‘Mother-In-Law Suite’이 있는 넓은 집을 사서 우리 부부에게 이사 올 계획이 있는지를 물어왔다. 

생각에 빠진 우리에게 작은 아들이 가서 직접 보고 오라며 선뜻 비행기 표를 사주었다. 코비드 항체에 백신도 두 번을 다 맞았기에 손녀의 생일도 축하할 겸 애써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시애틀에서 아들가족과 Roozen Gaarde & Tulip Town에 다녀왔다. 지평선 대신 하늘과 맞닿은 튤립 꽃평선, 멀리 하얀 눈모자를 쓴 산의 발부리를 덮고 있는 것도 튤립이다. 

한 송이만으로도 예쁜 각종 각색의 튤립 꽃들이 드레스로 치장한 미인대회 참가자들 같다. 탄성이 저절로 나오며 경이롭기까지 하다. 

또 보조 격인지 보랏빛 등꽃과 개나리와 대나무를 함께 키워 키를 넘는 노란 담장을 만들어 놓았다. 

 

튤립 속의 등꽃과 개나리가 첫 목회지인 율전교회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3층으로 교회를 건축한 후 모퉁이에 등나무를 올리고 평상을 놓아 만든 쉼터. 

보라빛 등꽃이 곱고 여름에는 그늘이 좋았다. 교회 마당가의 버들가지가 봄을 알리고 나면 교회마당을 둘러가며 개나리가 노랗게 피고 쪽빛 붓꽃이 선비의 자태처럼 고고했다.

 

교회 없는 곳에 교회를 개척하겠다고 직장을 그만 둔 남편. 파장동에서 원예시험장이 드넓게 펼쳐진 비포장 신작로 길 따라 한참을 가야 했던, 부엉이 골 같은 이장 집에 방을 얻어 놓았다.

웃밤밭 이장집에서 언덕을 내려와 마을에서 제사지내던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지나면  경부선 국도 철길이다. 율전동(밤밭골)은 웃마을과 아랫마을을 잇는 유일한 길로 철둑아래 굴다리길이 있었다. 

남편은 굴다리 지나서 바로 옆에 농사짓던 밭을 빌려서 값이 싼 여름천막에 가마니로 바닥을 깔고 촛불로 율전교회를 개척했다. 

건설부와 증권회사에서 잘 나가던 사람인데 동네에 전도를 가면 “예배당이나 제대로 꾸며놓고 오라하지” 핀잔과 조롱을 듣기도 했다. 

 

몇 달 후 그 해 따라 긴 장마로 천막은 새고, 가마니는 젖고 썩어서 요즘 말로 리모델링을 해야 했다. 스티로폼과 비닐장판을 깔고 벽과 기둥을 세워 벽 중간에 역시 스티로폼을 넣어 방음, 방한이 되도록 했다. 

맑은 플라스틱을 끼워 들창문도 만들고 ‘분통같이 예쁜 천막교회’를 지었다. 입구 옆으로 십자가도 크게 만들어 세우고 밭이 도로보다 높아서 브로크 벽돌로 계단도 서너 개 만들어 도로의 비가 새어 들어오는 것을 막았고 전기도 옆집에서 끌어왔다.

 

그것도 몇 해 지나니 수명이 다했다. 성균관 대학이 들어서고 율전 전철역(성대역)도 개통되고 상가가 세워졌다. 반 지하를 얻어 계단 양옆으로 방 하나씩 만들어 하나는 남편의 서재겸 기도실이 되었다.

반 지하 뒤편 비상구 문 옆으로 온돌을 깔아 아이 둘과 지낼 안방과 부엌을 만들었다. 안방 문을 열면 바로 예배당이다. 화장실은 2층의 다른 세입자들과 써야 했고 하수시설이 없어 일일이 비상구 문을 열고 건물 뒤편의 작은 못에 버려야 했다.

그 때 다친 허리를 기적으로 고쳐주시는 체험을 했다. 아직도 척추사진을 찍으면 의사들이 놀라서 묻는다. 아프지 않느냐고. 

 

그 반지하 교회의 2층에 살던 부부의 첫 아기 출산을 돕게 되었다. 얼떨결에 하나님의 은혜로 내 손으로 받은 첫 생명의 신비함!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 집사님이 산통이 온다고 연락이 왔다.

마침 산파가 외출중이라고해서 또 기도쟁이 박집사님과 한달음에 도착했다. 조산원 자격도 없는 목사아내가 율전동에서 두 번째 아기를 받게 되었다. 집사님은 그 아기이름을 ‘은혜의 열매’ 은실로 지으셨다.  율전- 밤밭교회에서 자란 은실과 동생 은혜.

 

소문난 술고래 남편이 술만 드시면 서 집사님은 어린 두 딸과 교회로 피신을 왔다. 남편은 1층에 있던 사택에 와서 마누라를 내놓으라고 동네가 떠나가도록 고함을 질러댔다.

술고래 입이 욕쟁이가 되어 ‘ㄴ자 붙은 욕’을 해대는데 ‘ㄴ자 욕’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지 놀라웠다. 듣는 귀가 놀라니 눈이 덩달아 놀라고 몸이 굳어서 그대로 서서 그 많은 욕을 들어야 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그 곳은 빛과 사랑이 언제나 넘치옵니다.” 이 찬송을 부를 때면 늘 생각나는 서 집사님. 머리를 뒤에서 하나로 땋아 댕기대신 고무줄로 묶은 탐스런 머리가 좌우로 흔들린다. 

고개를 들고 저 높은 곳을 바라며 몸으로 정성을 다해 부르는  찬양. 그녀의 뒷모습만 봐도 안쓰럽고 은혜스럽던 모습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이후 애들도 잘 크고 남편 돌아가신 후 서 집사님은 신학을 하고 전도사님이 되셨다고 한다. 팬데믹이 끝나면 한국에 가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 중 한 분이다.

 

밤밭골에서 시작된 천막교회를 통해 많은 목사아내와 신학교수 두 분, 또 우리 가정의 큰아들은 물론 여러분의 목사와 선교사, 여전도사들이 배출되어 하나님께 영광이 되니 참 감사하다. 

아름다운 튤립타운에서 꿈같이 지나버린 밤밭교회의 추억으로 복된 시간이었다.

 

“여호와의 인자하심은 자기를 경외하는 자에게 영원부터 영원까지 이르며 그의 의는 자손의 자손에게 미치리니…” 

(시편 103:17)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 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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