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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전문가 칼럼

카이로스의 삶에서

Last updated: 11월 27, 2020 9: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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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문학회 묵은둥이 문우인 C님의 에세이 집 ‘책 읽는 여자’가 올 봄에 처녀출간 되었다.

<이 가을에> “가을날 여자가 나이를 느낄 때 감성은 샹송처럼 번진다.”

비록 퇴락되어 가는 자신의 모습일지라도 카이로스로 보내기 위해 시집 한 권, 비제의 칼멘 2악장을 들으며 페티오에서 커피 한 잔의 향기와 가을 속에 젖어든다고 했다. 삶의 최전선인 시식코너에도 시를 붙이고 문학인의 삶을 살아오신 분이기에 팬데믹 기간인 올 가을에는 더욱 책과 계절을 만끽하시리라. 카이로스 삶은 개인의 성품과 환경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달문 초창기 문우였던 한 분을 떠나보내며 가을이 성큼 가슴에 안겨왔다. 병상에서 보낸 그 분의 시간들 또한 아내와 아들에게는 카이로스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육신을 보내드리는 장례식에 못가는 마음이 쓸쓸하다. 

호수로 잠겨드는 석양과 땅에 내릴 준비가 된 사이프러스의 누런 잎들. 머문 듯, 가는 듯 오리 몇 마리가 만드는 둥그런 물나이테는 무채색 무늬 되어 호숫가로 번진다. 서서히 잦아지며 내일을 꿈꾸는 소멸(消滅)의 아름다움.

 

사촌 시누이가 다니엘 기도회 참석한다는 연락을 받고 궁금했는데 찾아볼 시간여유가 없었다. 

이어서 달라스에서 목회하시던 최병락 목사님의 간증 동영상을 보내왔다. 달라스의 여러 모임에서 뵙던 분이고 한국 가신 후 가끔은 사모님의 건강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영상을 통한 간증 ‘부족한 인생에게 베푸시는 은혜’를 듣고 반가웠다. 

오디오북 멤버 목사님이 헬렌 김 선교사님의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여 일어나서 함께 가자. 2018 다니엘 기도회’ 간증영상을 단톡에 올리셨다. 

유엔 대사로 일하다가 예수 믿고 아이티 선교사가 되어 고아원과 심장병 어린이 치유사역을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아픈 이야기. 이혼할 때 애들 양육권을 챙기지 못하고 헤어진 후 기적적으로 만난 딸이 동생을 데리고 소녀가장으로 자랐다고 했을 때 무너져 내린 엄마의 마음.

한국 최초 여성 경제인 지원법을 만들고 관직에 있었고 유엔에서 일할 때도 잘 있을 거라고 믿었던 남매가 동사무소 극빈자가 되어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했단다. 듣는 마음도 에이는데 엄마의 마음이야 오죽했으랴. 통곡의 기도로 하나님과 씨름 후 우울증 걸린 딸을 아버지 하나님께 맡긴 선교사님. 

 

저절로 눈물이 흐르던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간증.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의 저자 김영서 작가의 간증순서에 앞서 주최 목사님은 한국교회 목사님들과 교회에 먼저 양해를 구하며 목회자를 위한 기도부탁을 하셨다.

‘상처 입은 치유자’로 폭력예방 전문상담사가 됐지만 아직도 조심스럽게 주저하듯 “하나님께서 행하셨던 선을 나누고자 합니다”로 시작한 내용은 끔찍했다.

‘목사’였던 아빠의 9년간 성적학대와 협박. 가족들 또한 각종 폭력에 시달렸다. 초등학생 때부터 100일기도를 17번. “하나님 이게 뭔지 모르겠는데 무섭고 악한 상황을 바꿔주세요 악에게 삼킴바 되지 않도록 지켜주세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기에 기도를 중단할 수 없었다고 했다. 

“내가 50년 간 쌓았던 새벽기도가 있어서 너는 망할 수 없다. 너는 사람이 키우지 않고 하나님이 키우셨다”고 하시던 돌아가신 외할머니.

탈출 후 선한 사람들과 공동체를 만나게 하신 하나님. 피해자가 도리어 부끄러워해야 하고 죄의식으로 숨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운동의 필요성을 알게 해 주었다.

 

‘하나님을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이 되라’는 말은 교회가 없었던 율전에서 개척한 우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청년기 때 아버지 하나님께 완패당한 후에도 늘 하나님께 기도로 떼를 썼지만 결국은 많은 것을 버리게 하시고 바꿔주셨다. 

부자가 아니었고 나누는 것은 익숙해 물질로는 버릴 것이 없었다. 가족, 친지, 친구를 떠나 한탄조로 부르던 흘러간 노래를 찬송가로 바꾸는 것이 당시는 어려웠지만 가수 될 재능도 없었으니 괜찮았다. 

율전목회 16년간 겨울내의 두벌을 가져 본적이 없었다. 당시 수원 율전동의 겨울은 추웠다. 연탄 아궁이 난방도 연탄 빨리 탈까봐 아궁이를 반쯤은 막아놓고 살았다. 내복이 새로 생기면 꼭 줘야할 사람도 생겼다. 

전철이 생기고 교통이 편하다보니 실패자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고 율전교회는 가난뱅이만 모이는 교회로 소문이 났었다고 한다. 하나님께 완패 당한 후 어디로 가든 그 지역에서 중하위권으로 살겠다는 주님과의 약속대로 살아낸 삶이다보니 웬만한 간증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상담모임에서 사연을 나누다보면 공감할 수 없었다. “그 딴 것 가지고 뭘 그래. 우리 교회 와보셔.” 

이민 와서도 주위사람들의 힘든 삶에 비해 ‘그런 사연’은 새 발의 피(鳥足之血)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게 하심이 감사하다.

 

‘Each Day Is a Gift from God’이 도안된 남편의 생일카드. 늘 미래지향적이고 꿈꾸고 계획하기를 지치지 않으시는 힘과 열정에 도전 받는다는 아들. 

“가드닝도 사역일도 모두 최선을 다해 열심이신 아버님 멋있으세요. 늘 파이팅 응원합니다.” 며느리의 글이 쓰여 있었다.

매일 24시간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크로노스의 시간이지만, 매일이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 ‘Each Day Is a Gift from God’이라고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코람 데오-하나님 앞에서 시간의 주인이 되는 카이로스의 삶을 살게 된다.

“매일 죽노라”고 했던 사도 바울처럼 내가 죽고 내 안에 살아계신 주님의 빛을 반사시키는 삶을 오늘도 기대하며 기도한다.

 

“형제들아 내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서 가진 바 너희에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나는 날마다 죽노라” (고린도전서 15:31)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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