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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 선거 경선을 바라보며

Last updated: 9월 24, 2021 9: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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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 선거 경선을 바라보며 

 

지금 한국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으로 여야 모두 분주한 모습이다. 상대당 후보를 비판하고 견제해야 하는 동시에 당내에서 경쟁 후보들을 상대로 경선에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포털의 정치 뉴스면에서 매일 경선 토론의 내용과 평가를 비롯해 후보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다. 

 

상대 후보에 대한 일신상의 치부와 흠결을 집요하게 반복하여 지적하고 언론화함으로써 그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점을 최대한 강조하는 전략을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후보가 이용하고 있다. 네커티브 전략의 극대화를 통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상대 후보는 최대한 깎아내리는 동시에 반사적으로 자기의 지지율을 올리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간혹 후보나 정당간에 기본소득이나 언론중재법 등의 정책에 대한 견해와 주장이 보도되기는 하지만, 뉴스기사는 같은 당 소속의 경쟁 후보에 대한 잘못과 흠을 찾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상대당 유력 후보에 대한 비판보다는 그동안 함께 정치적 여정을 해온 같은 당 소속의 경쟁 후보에 대해 더욱 신랄한 독설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흔히 말하는 아군과 적군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같은 아군이지만 오로지 경선 승리만을 위해 허위사실 유포와 사실의 왜곡, 심지어 협잡마저 자주 등장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에도 경선에서 지지율이 1위와 2위를 다투는 후보들간에 원팀임을 표면적으로는 강조해도 이미 당내 균열이 심화되어 있다. 언론보도와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의 많은 지지자들이 공식적으로 선출된 상대 후보를 본선거에서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상황이 이미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발생했다. 당시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당내 대선 경선에서 패배하자 샌더스 지지자들이 본선거에서 압승이 예상되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기보다는 투표에 불참함으로써 결국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에게 패배했다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내 경선이 과열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내년 한국 대선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정치적 신념이 비슷한 자기당의 다른 후보보다는 차라리 상대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이득이라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정치적 계산인 셈이다. 이러한 정치 행태는 하나의 정치적 목표를 향해 그동안 정치적 명운과 행보를 함께 해 온 동지로서의 정치인들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대단히 어렵다. 정치권에서 그동안 해온 구태가 이번에도 그대로 반복되는 상황이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를 가르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러한 정치권의 모습은 많은 국민들에게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고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상당히 저하시킨다. 한국의 정치문화 전반을 하급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민주정치의 퇴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경선은 당의 공식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민주적인 결정 과정이다. 민주적인 과정 자체가 하나의 목표가 되어 후보간에 독설과 상대 흠집내기만 난무하다면 후보의 공약과 비전을 국민들과 공유하고 후보 개인의 장점을 부각시켜 주는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로서 경선은 결국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흥행에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력한 대권 후보들 역시 경선 과정을 통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친숙하게 다가가기보다는 독설과 자기변명에만 유능한 정치인으로 각인될 것이다. 이번 대선 당내 경선이 좀 더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진행되어 후보간 정책 토론과 비전을 통해 가장 적절한 당의 공식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정치 이벤트가 되길 바란다.  

 

 

최장섭 논설위원

Texas A&M University-Commerce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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