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어”…실리콘밸리·이민업계 안도, 트럼프 행정부 항소 전망

미국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H-1B 전문직 취업비자 신청 수수료 10만 달러 부과 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하고 무효화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의 레오 소로킨 판사는 8일 발표한 42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에서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사실상 새로운 세금을 부과할 권한은 없다”며 해당 조치를 취소했다.
이번 소송은 민주당 소속 20개 주 법무장관들이 제기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대통령 포고령을 통해 H-1B 비자 신청 수수료를 연간 10만 달러로 인상한 것이 헌법과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해 왔다.
기존 H-1B 관련 수수료와 비교하면 이번 인상안은 최대 20배에서 50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판결문에서 소로킨 판사는 해당 수수료가 단순한 규제 조치가 아니라 사실상의 “세금(Tax)”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미국 헌법상 세금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으며 대통령에게는 부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판사는 올해 연방대법원의 ‘Learning Resources v. Trump’ 판결을 인용하며 행정부가 의회의 명확한 위임 없이 새로운 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시 이민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을 근거로 수수료 인상을 추진했지만, 법원은 해당 법률이 세금 부과 권한까지 부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해당 조치를 발표하며 “H-1B 프로그램이 미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대규모로 대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대형 기술기업들이 미국인 인력 양성에 더 투자해야 한다며 정책을 옹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H-1B 프로그램에 크게 의존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아마존은 2025년 상반기에만 1만 건이 넘는 H-1B 비자를 승인받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역시 각각 5,000건 이상을 승인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도입된 H-1B 비자는 미국 기업들이 전문 기술 인력을 해외에서 채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매년 일반 쿼터 6만5,000개와 미국 대학원 학위 소지자를 위한 추가 2만 개가 발급된다. 전체 H-1B 비자 직종의 약 3분의 2는 컴퓨터 및 정보기술(IT)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및 통상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 항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최종 결론은 연방 항소법원 또는 연방대법원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