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주 더 공격”, 전쟁은 계속되고 청구서는 서민에게
개전 33일 … 유가 113달러·휘발유 갤런당 4달러 돌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1일 오후 8시(중부시간) 백악관 크로스 홀에 등장했다. 대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 33일째 되는 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개전 이후 처음으로 생방송 대국민 연설을 선택했다.
약 18분 동안 이어진 연설의 핵심 메시지는 하나였다. “우리는 이기고 있다.” 그러나 연설장 밖의 현실은 달랐다. 유가는 치솟고, 여론은 등을 돌리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전략적 목표들이 완수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에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협상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란의 새 지도부가 “덜 급진적이고 훨씬 합리적”이라며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협상 조건이나 타임라인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당근 뒤에는 채찍이 뒤따랐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발전소를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석기 시대로 돌아가게 만들겠다”는 표현도 썼다.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는 “당신들이 직접 가서 지키라”며 다른 나라들에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도 나왔다.
이란 핵무기에 대해서는 “가장 폭력적이고 난폭한 정권이 핵 방패 뒤에서 테러와 정복을 자행하도록 절대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부터 베트남·이라크 전쟁까지 미국이 개입한 분쟁의 기간을 일일이 나열하며 “이번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종전 선언도,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었다. 연설이 끝난 뒤 유가는 오르고 증시는 내렸다.
◈ 여론은 이미 등을 돌리고 있었다
CNN이 여론조사 기관 SSRS와 함께 지난달 26~30일 성인 1,2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이란 군사 작전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했다.
개전 직후 조사(41%)보다 7%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을 지휘했던 1월 직후 조사보다도 8%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강력히 반대한다”는 응답은 43%로 직전 조사보다 12%포인트나 뛰었다. “트럼프가 이란 사태 해결을 위한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는 응답자는 33%에 그쳤다. 3명 중 2명은 출구 전략이 없다고 본다는 얘기다. 이란전에 들어가는 2천억 달러의 의회 승인에 반대한다는 응답도 71%에 달했고, 지상군 투입을 반대하는 비율은 68%였다.
여론은 당파를 따라 나뉘지만, 핵심은 공화당 지지층 내에서도 반대가 28%에 달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원의 94%, 무당파의 74%가 이란전에 반대하는 가운데,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마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쟁은 여러분 아이와 손주를 위한 투자”라며 감정에 호소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마크 워너 상원의원(민주당·버지니아,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대통령의 연설은 오늘 밤 미국인들이 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물음들에 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전 이후 전쟁 명분은 계속 바뀌어 왔고, 유가·가스·비료·알루미늄 가격 급등이라는 경제적 후폭풍은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전술적 성공, 전략적 교착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성과는 실제로 적지 않다. 지금까지 발표된 바에 따르면 이란 내 목표물 1만 2,300개 이상이 타격됐고, 함선 155척이 격침됐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핵심 지도부가 사망했다.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3곳에 대한 타격으로 고농축 우라늄도 상당 부분 지하 잔해 속에 묻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상 이토록 강력한 군사작전은 없었다”고 자평하는 근거다.
그러나 전략적 그림은 다르다.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봉쇄 상태다. 개전 전 세계 원유·가스 흐름의 5분의 1이 통과하던 이 해협은 사실상 멈춰 섰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해협은 결정적으로 우리의 통제 아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핵물질은 공습으로 지하에 파묻혔지만, 완전히 제거됐다는 확인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핵 먼지를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면 다시 강타하겠다”고 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무엇보다 이란은 항복하지 않았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담당 디렉터는 “이 전쟁의 핵심 물음은 이란을 다치게 할 수 있느냐가 아니었다. 강압이 항복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였다. 그 답은 아직 ‘아니오’다”라고 밝혔다.
이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이 초기 공습에 참여하지 않은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버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NATO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동맹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삶의 현장까지 온 전쟁 여파
연설 직후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미국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13달러, 브렌트유는 109달러를 넘어섰다.
연설 하루 전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던 유가가 트럼프 발언 하나에 13% 이상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급등의 원인이 “이란 정권의 상선 공격과 이웃 국가 테러”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시장은 전쟁 장기화 우려에 반응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06달러까지 올랐다. AAA에 따르면 갤런당 4달러 선이 무너진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불과 한 달 사이 1달러 이상 오른 셈이다.
패트릭 드한 GasBuddy 석유분석 부문장은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까지 치솟는 것을 막을 실질적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며 “유권자들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폭스뉴스 조사에서도 유권자의 80%가 치솟는 휘발유 가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546포인트 하락했고, S&P500과 나스닥도 각각 1.2%, 1.6% 내렸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해 일본 닛케이225가 1.4%, 한국 코스피가 2.82% 떨어졌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조지 에프스타소풀로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은 휴전 신호와 확전 신호 중 하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번 연설은 분명 후자였다”고 진단했다.
◈ 2~3주 후, 세 갈래 길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2~3주”가 지나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경로를 본다. 이란이 호르무즈 개방과 핵·미사일 포기를 수용해 협상이 타결되는 시나리오, 협상 없이 군사 목표 달성을 선언하고 철수하는 시나리오, 협상이 결렬되고 발전소·석유시설까지 타격하는 확전 시나리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통령 JD 밴스를 통해 이란에 “호르무즈 개방을 조건으로 한 휴전”을 제안했다고 알려졌지만, 이란 측은 “우리는 휴전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 신정부 대통령이 휴전을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이를 즉각 부정했다. 양측이 협상의 존재 여부조차 다른 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해협이 재개되더라도 에너지 가격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 수 주에서 수 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본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2~3주 안에 군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지만, 민주당의 마크 워너 의원은 “핵물질 처리 계획도, 호르무즈 봉쇄 해결책도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트럼프의 연설은 “종전”이 아닌 “지속”의 선언이었다. 개전 33일 동안 13명의 미군이 전사하고 350여 명이 부상했다. 전쟁의 승패가 어떻게 판가름 나든,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기 전까지 그 비용은 기름값과 물가로 서민들이 먼저 치르게 된다. “2~3주 후”는 이 전쟁의 청구서가 얼마가 될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유광진 기자 ⓒ K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