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스로픽 “살상용 사용 불가” 원칙 VS 국방부 “국가 안보 위해 요소” 강력 반발
미 국방부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Anthropic)과의 협력 관계를 재검토하고 있다. 군의 합법적 작전에 AI 모델을 제한 없이 활용하길 원하는 펜타곤과, 일부 군사적 용도에 선을 긋고 있는 앤스로픽 간 갈등이 공개적으로 불거지면서 방산·테크 업계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앤스로픽의 대형언어모델(LLM) ‘클로드(Claude)’의 사용 범위다. 국방부는 모든 합법적 목적에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앤스로픽은 자사 기술이 국내 감시 활동이나 자율 치명 무기 운영 등 특정 작전에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일부 부서에서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요인으로 간주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으며, 계약업체들에게 클로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인증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조치는 통상 외국 적대 세력에 적용되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미국 기업을 향한 이례적인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앤스로픽은 최근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1789 캐피털(1789 Capital)과 접촉했으나, 이 회사는 이념적 이유를 들어 투자를 철회했다. 이 벤처캐피털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앤스로픽 경영진의 트럼프 비판 전력, 전 바이든 행정부 인사 영입, AI 규제 로비 활동 등이 우려 요인으로 거론됐다.
앤스로픽은 결국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 코투 매니지먼트 등으로부터 자금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다. 자금난은 없지만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앤스로픽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과거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세계경제포럼에서도 반도체 수출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회사 측은 정치적 의도는 없으며 국가안보 지원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앤스로픽은 2024년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와 협력했고, 지난해 최대 2억 달러 규모의 군 계약을 따냈다. 특히 클로드는 기밀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된 유일한 LLM이라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 왔다.
그러나 국방부는 “합법적 군사 활용을 제한하는 사용 정책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에밀 마이클 연구·공학 담당 차관은 “어느 한 회사라도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경쟁사 오픈AI(OpenAI), 구글(Google), xAI는 모든 합법적 용도에 모델 배치를 원칙적으로 동의한 상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AI 전략 메모에서 “합법적 군사 적용을 제한할 수 있는 사용 정책 제약에서 자유로운 모델 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술 전문가들은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분류하는 것은 미군의 AI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혁신재단(Foundation for American Innovation)의 딘 볼 선임연구원은 “미군의 AI 경쟁에서 전략적으로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년 전만 해도 실리콘밸리 내부에서는 국방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강했다. 구글 직원 수천 명이 국방부 계약에 항의 서명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AI 기술이 국가 안보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럼에도 모든 기업이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1789 캐피털의 오미드 말릭 사장은 최근 행사에서 “기술 산업이 국방을 수용하는 데는 큰 진전이 있었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앤스로픽을 농담 섞어 언급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갈등은 단순한 계약 조건 분쟁을 넘어, AI 윤리·정치 성향·국가안보 우선순위가 충돌하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펜타곤의 최종 결정에 따라 미국 방산·AI 생태계의 지형이 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