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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낙태 금지법 후폭풍, 미 전역 부글부글

Last updated: 9월 10, 2021 10: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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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법무부,  텍사스 주 상대로 민사 소송 제기

“아이는 누가 키우는데?”… 한인 여성들도 반발

 

텍사스 주 의회가 통과시킨 새 낙태 금지법(SB 8)이 지난 1일(수),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쟁이 연일 뜨겁다.

텍사스의 낙태 금지법은 극히 예외적인 응급 상황을 제외하고 성폭행이나 근친 상간을 포함한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주 정부가 불법 낙태 단속에서 손을 떼고, 불법 낙태 시술 병원 등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거는 시민에게 최소 1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은 신묘(神妙)하기까지 하다.

결국 연방 대법원은 일단 이 법의 시행을 막지 않았다. 이에 SB8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현재 텍사스에서는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태아의 낙태는 불법이 됐다.

 

연방 법무부, 9일(목)

텍사스 상대로 민사 소송 제기

 

지난 9일(목), 연방 법무부는 텍사스의 새 낙태 금지법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로 구성된 연방 대법원이 텍사스의 새 낙태 금지법 시행을 저지하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극도의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헌법의 정신에 위배된다며” 지난 1일 밤 내려진 대법원의 판결을 맹비난했다.

또한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도 6일, 낙태에 대한 접근성 등 헌법에 나타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연방 법무부는 9일, “텍사스의 주 입법부가 공개적으로 헌법에 반하는 새 낙태 금지법을 제정했다”며 고소를 제기했다. 이날 갈랜드 법무장관은 텍사스를 상대로 한 민사 소송(civil lawsuit)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갈랜드 법무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법은 명백한 위헌이다”라고 말했다.

어스틴 연방 법원에 제출된 30쪽 분량의 고소장에는 “텍사스 주가 낙태를 시도하거나 낙태를 돕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반 시민들의 소송을 가능케 하고, 금전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시민들을 현상금 사냥꾼으로 활동하도록 허용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이같은 방법은  새 낙태금지법이 법적 도전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례없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연방 법무부는 이날 연방 법원에 새 낙태 금지법이 ‘유효가 아닌 무효’라고 선언하고, 텍사스가 어떤 식으로든 이를 시행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요청했다. 

현재 텍사스의 새 낙태 금지법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청구하는 피해 금액에 제한이 없다. 승소하면 패소 당사자에게 법적 청구서를 지불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게다가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재판에서 승소할 경우 정부로부터 변론비용과 함께 최소 1만 달러를 지급받게 된다. 설사 패소한다 해도 피고 측이 변호사 변론 비용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에 소송 절차를 밟는데 들어간 비용만 부담하면 그만이다.

또한 이 법은 단일 낙태에 대해 여러 원고가 여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일단 청구인이 손해 배상금을 징수하면 소송을 제기하는 다른 사람들은 동일한 위반에 대해 동일한 피고로부터 더 많은 돈을 징수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

한편 갈랜드 법무장관은 이날 “미국의 헌법을 무효화하려는 이런 종류의 계획은 당파적 이해 관계를 떠나 모든 미국인들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텍사스 새 낙태 금지법이 시행된다면, 다른 헌법상의 권리와 판례에 관한 행동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갈랜드 법무 장관은 “주정부가 이런 식으로 헌법상 보호되는 시민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을 시행하도록 허용한다면 이후 미국 사회에 가해질 피해가 막대하다”고 밝혔다.

 

“아이는 누가 키우는데?”, 

텍사스 새 낙태금지법 한인 여성들도 반발

 

텍사스의 새 낙태금지법 시행에 대해 텍사스내 약 700만 가임기 여성들은 물론 여기에 포함되는 한인 여성들도 크게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프라스퍼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여성 D씨는 “원치 않는 아이는 낳기만 하면 주정부가 키워줄 것이냐?”며 지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그는 “텍사스의 새 낙태금지법은 특히 성범죄 피해 여성들을 두번 죽이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D씨는 “범죄 피해로 생기는 태아를 사랑할 수 있는 여성은 극히 드물다. 도대체 이런 법을 제정한 주의회는 제정신인가?”라고 힐난했다.

또다른 동포 여성 H씨는 “마스크 착용은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강조하면서,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주체인 여성의 선택과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이중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H씨는 “텍사스가 보수적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번 법안은 너무 극우로 갔다. 자유 국가 미국의 정신을 철저하게 짓밟은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가 만나본 대다수의 한인 여성들, 특히 가임기 여성들의 경우 텍사스의 법안은 정말로 말도 안되는 법이라고 성토했다.

낙태 찬반의 쟁점은 “배 안에 있는 태아를 어디까지 생명으로 볼 수 있는가?”에서 시작돼, 원치 않고 키울 능력이 없는 사각 지대에 있는 임산부와 사회 제도, 그리고 도덕적 영역까지 다양한 쟁점을 갖고 있다.

결국 낙태에 대한 논쟁은 사회적 문제의 해결이다. 여성의 뱃속 태아가 행복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는 필요한 사회적 지원과 제도적 보호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미 최하위의 복지를 자랑(?)하는 텍사스가 새 낙태금지법으로 인해 태어나는 아이들과 이를 양육하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지난 2일(목) 낙태 금지법에 찬성하는 한 기자의 질문에 젠 사키(Jen Psaki) 백악관 대변인이 한 일침이 회자됐다.

이날 가톨릭 전문방송 EWTN 소속 기자인 오웬 젠슨(Owen Jensen)이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어떻게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를 지지할 수 있는가. 가톨릭에서는 낙태가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가르친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사키 대변인은 “대통령은 그것이 여성의 권리라고 생각한다”며 “여성의 몸이며, 그에 대해 선택할 권리는 여성에게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젠슨 기자는 “그럼 대통령은 누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재차 질문했다.

사키 대변인은 “대통령은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여성에게 달려 있으며, 여성이 의료진과 함께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변했다.

이어 사키 대변인은 “당신이 그런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임신을 해 본 적도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런 선택에 직면한 여성들에게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프리스코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K씨는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미성년자, 빈곤계층 여성의 원치 않는 임신은 인간답게 살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K씨는 “여성의 행복 추구권과 신체의 자유는 공화당 백인 남성들이 대부분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텍사스 주 의회가 함부로 결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낙태권을 둘러싼 전쟁은 이제부터.. 

 

여성의 낙태권에 대한 입장은 미국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중요한 사안이며, 정치적 의제로 계속 부상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3명의 대법관이 모두 포함된 연방 대법원은 지난 1일 불과 한 단락의 판결문을 통해 낙태권 옹호 단체가 제기한 시행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9명의 대법관 중 5명이 가처분 신청 기각에 손을 들었다.

다만 연방 대법원은 “이번 기각 결정은 텍사스 법의 합헌성에 대한 어떠한 결론에도 근거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하며, “텍사스 주 법원 등에서의 다른 소송 절차는 진행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결국 텍사스 새 낙태 금지법이 최종적으로 헌법에 위배되는지 아닌지가 결정될 때까지, 텍사스에서의 낙태권을 둘러싼 전쟁과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은영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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