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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둔화’… 체감물가는 ‘아직’ 그리드플레이션 탓?

Last updated: 8월 16, 2024 12: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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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 판매 소폭 증가, 경기 둔화 우려에도 소비자 지출 견고”

“주거비, 보육비 상승, 체감 인플레이션 여전히 높은 수준”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문가 예상을 밑돌며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수) 연방 노동부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월과 비교해선 0.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연간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한 것은 물가 상승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 2021년 3월(2.6%) 이후 3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전월 대비 0.2% 각각 상승했다. 근원 CPI 연간 상승률은 지난 3월 3.8%를 보인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며 지난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대표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0%)를 밑돌았으며, 그 외 대표지수의 전월 대비 상승률과 근원지수 상승률은 모두 전문가 전망치에 부합했다.


소비자들의 저항 VS. 그리드플레이션

지난 3년간 심각했던 인플레이션이 거의 진정되고 있음이 나타나면서 경제학자들은 이를 미 소비자들의 저항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아마존, 디즈니, 얌 브랜드(Yum Brands) 등 대형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점점 더 저렴한 대체 상품과 서비스를 찾고 있으며, 흥정을 하거나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는 물건은 구매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을 언급했는데, 그리드플레이션은 “Greed(탐욕)”와 “Inflation(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기업들이 비용 상승이나 공급망 문제 등을 이유로 가격을 크게 인상하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이유보다도 더 높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팬데믹 때 발생한 높은 물가의 원인이 단순한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기업의 탐욕적 가격 인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현 상황에 대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가격을 많이 올리지 않고도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팬데믹 이전의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의 톰 바킨(Tom Barkin) 총재는 지난주 열린 비즈니스 이코노니스트 컨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은 낮아졌지만 물가는 여전히 높으며, 소비자들이 이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높은 물가가 오히려 물가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라며 “소비자들이 높은 물가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고 저렴한 대체품을 찾거나 구매를 줄임으로써 기업들이 가격을 인하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자문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재러드 번스타인(Jared Bernstein)도 이 같은 소비자들의 신중함(consumer caution)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 수준으로 다시 돌아가는 여정의 끝에 가까워지고 있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번스타인은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경기 부양책 덕분에 현금을 많이 보유하게 되면서 기업들이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덜 민감해지면서 일부 기업은 비용 상승보다 더 높은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을 늘렸다. 특히 경쟁이 적은 산업 부문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메사추세츠 대학교의 이자벨라 웨버(Isabella Weber)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현상을 ‘판매자 인플레이션’(sellers’ inflation)이라고 부르며, “공급망 문제로 인해 가격 인상이 정당화됐고, 소비자들도 이를 받아들였다”라고 설명했다.

바킨 총재는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제 더 이상 수용적이지 않다”라며 “이러한 추세가 가격 상승을 계속 늦추고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앞으로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좋은 수치를 볼 것이라고 매우 낙관적하고 있다”라며 “인플레이션의 모든 요소가 안정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소비자들은 경제 침체를 유발할 정도로 소비를 줄이지는 않고 있다.

지난 15일(목) 연방 상무부는 7월 소매판매가 7천 97억 달러로 전월 대비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대비 0.3% 증가를 예상한 다우존스 집계 전문가 전망을 웃돈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7% 상승했다. 앞선 6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보합에서 0.2% 감소로 하향 조정됐다. 월간 소매 판매 지표는 전체 소비 중 상품 판매 실적을 주로 집계하는 속보치 통계로, 미국 경제의 중추인 소비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시장 기대를 웃돈 소매판매는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여전히 견조한 회복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고금리 장기화와 임금 증가세 둔화, 가계의 초과저축 고갈 등의 여파로 민간 소비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소비는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수치로는 잡았지만 체감적으로는 글쎄..

한편 명목상의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매우 높다.

CNN은 지난 15일(목) ‘인플레이션에서는 승리했지만 소비자들의 여전한 분노는 남아있다”고 전했다.

CNN은 “일부 항목의 가격은 내려갔지만 다른 것들을 그렇지 않다”라며 “불행히도 소비자들이 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하는 많은 항목에서 여전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CPI는 2년 전 최고치인 9.1%보다 훨씬 낮아져 3%까지 하락했지만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서비스 가격은 매우 높다.

한 예로 가장 큰 항목인 주거비는 전년 대비 5% 상승했고, 전월 대비 0.4% 상승하며 소비자물가 상승의 90%를 기여했다. 주거비는 CPI 가중치의 35%를 차지해 CPI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보육비는 전체 인플레이션과 거의 비슷하게 상승해 주거비만큼이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2022년 주요 대도시 지역에서 영아를 보육원에 보내는 일반적인 비용은 한 달에 약 1천 4백 달러였고, 6.4%가 인상돼 약1천 5백 달러에 근접했다.

특히 주택 렌트비와 전기요금은 지난 2년 동안 10% 이상 올랐고, 자동차 보험료는 40% 가까이 올랐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함자 압델라만, 루이스 올리베이라, 아담 샤피로 이코노미스트는 “소득 하위 80% 가구의 현금자산 쿠션 축소와 신용 스트레스의 증가로 향후 소비 지출 증가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미 경제 총생산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타격을 받을 경우 미국민들이 기대하는 경제 연착륙은 힘들어질 수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언제 금리 인하를 개시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금리를 내리느냐에 쏠리고 있다.

월가 일각에선 경기둔화 위험을 고려해 연준이 9월 17∼1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통상적인 0.25%포인트 인하가 아닌 ‘빅컷'(0.50%포인트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지난 14일(수) 연준이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확률을 58.5%, 0.50%포인트 낮출 확률을 41.5%로 반영했다.

CNN은 “현재 겪고 있는 높은 비용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극복한 것을 축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임금이 인플레이션보다 더 빠르게 오르고 있고, 일자리 시장이 활발하기 때문에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은 것에 안도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CNN은 “결과적으로, 지금 상황이 나쁜 것처럼 보여도 더 심각한 상황을 피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박은영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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