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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칼럼] 20대 대선의 현실과 투표의 역설

Last updated: 2월 25, 2022 10: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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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실시되는 20대 한국 대통령 선거가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15일부터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어 각 당 대선 후보들의 유세와 광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대선 승리를 위해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의 지지를 최대한으로 얻기 위해 후보들은 각종 공약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유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언론보도와 그동안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일정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여부도 선거의 중요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의 정치제도에서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인해 이미 오래전부터 대선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그들만의 경기’가 되었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도 최선의 후보를 선택하지 못하고, 다른 후보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차악의 후보를 어쩔 수 없이 지지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통령을 뽑는 중요한 정치 제도에서의 선택과 결정은 막연한 이상과 희망만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실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평가하는 국제기구의 기준으로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는 한국이 유독 선거만 되면 그동안 일궈왔던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과 정치 관심도가 하향화 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유권자의 민의를 바탕으로 대표자를 선출하는 대의 민주주의의 요체인 선거가 결국 정치권의 위정자들로 인해서 한국의 정치 현실과 민주주의의 민낯을 보여주는 제도적 장치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전 대선과 비교하여 이번 대선은 “도덕성” 대선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후보들과 그 배우자들의 사생활이나 과거 행적이 유권자의 표심을 정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 후보를 향한 거친 막말과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유언비어에 근거하여 상대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어떤 내용이 사실이고 어떤 주장이 허위인지 누구의 주장이 결국 옳은지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제도로 일컬어지는 선거가 한국에서는 분란과 분열, 정치 혐오를 야기하며 국가가 정기적으로 치뤄야 할 ‘정치적 홍역’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대선 후보와 정치권에 대해 느끼는 피로감이 극에 이르고 이로 인한 정치 불신이 유권자들 사이에 만연해지면 선거 본래의 의미가 퇴색하고 선거의 순기능이 자연스럽게 상실할 수밖에 없다. 

선거가 민의를 반영하여 정부를 효율적으로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를 선출하는 정치 제도가 아니라 정치를 소재로 다룬 ‘막장’ 드라마와 다름없게 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지만 인내를 갖고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표가 갖는 역설적 의미를 다시 한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을수록, 정치권의 수준이 하향화 될수록 역설적으로 투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유권자의 투표는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수단이며, 가장 손쉽게 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치 행위이기 때문이다. 비록 당선이 가능한 두 후보의 일부나 전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부끄러운 한국의 정치 현실을 회피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솔직히 인정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정치 행동이 요구된다. 그것이 바로 유권자에게 주어진 투표 행위이다.

 

미주에서도 20대 대선의 재외선거인 투표가 이미 시작되었다. 달라스 지역에서는 이번주 23일부터 다음주 월요일인 28일까지 6일 동안 달라스 한인문화센터에서 투표가 진행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포트워스 지역에서도 투표가 가능한데 포트워스 한인회 사무실에서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비슷한 시기에 휴스턴 투표소는 휴스턴 한인회관, 어스틴 투표소는 어스틴 한인문화회관에 설치되어 투표가 가능하다. 재외선거인 신고를 마친 한인 유권자가 가까운 장소에 가서 손쉽게 투표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정치 현실이 암울할수록 유권자의 투표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투표가 정치의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투표는 평범한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우면서도 효과적인 정치 행위임이 분명하다. 나아가 텍사스와 미주 한인사회에서 선거 자격을 갖춘 한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한다면 정치권과 재외동포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에서도 이전보다 더 관심을 갖고 필요한 정책을 입안하고 나아가 한인사회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할 것이다.

 

최장섭 논설위원 

Texas A&M University-Commerce
정치학과 교수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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