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lated, Respectful, Reasonable … 부모가 알아야 할 훈육의 세 가지 ‘R’
아이를 키우다 보면 ‘훈육’이라는 단어 앞에서 한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전통적인 처벌 중심 훈육이 아이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지 않으며, 극단적인 경우 아이의 정서발달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신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 가져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를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결과’란 부모가 인위적으로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안전한 범위 안에서 직접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외투 입기를 거부한다면 억지로 입히거나 혼내는 대신, 잠시 추위를 느끼게 두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다음번에는 스스로 외투의 필요성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는 “내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배운다.
이 방식의 핵심은 무엇보다 아이가 좌절이나 수치를 느끼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다음 선택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 훈육의 핵심, 자연스러운 결과
긍정훈육 분야의 대표 전문가인 제인 넬슨 박사는 자연스러운 결과가 교육적인 효과를 가지려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바로 ‘연관성(Related)’, ‘존중(Respectful)’, ‘합리성(Reasonable)’이다.
먼저 ‘연관성’이란 결과가 아이의 행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가 방을 어질러 놓았다면 결과는 방을 치우는 것이어야 한다. 장난감을 어질러 놓았다고 해서 태블릿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아이에게는 뜬금없는 벌처럼 느껴질 뿐이다.
두 번째는 ‘존중’이다. 결과를 경험하게 할 때 아이에게 창피를 주거나 “그러게 내가 뭐랬어”라는 식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 아이는 이미 실수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데, 여기에 수치심까지 더하면 배움의 기회는 사라지고 감정만 남는다.
예를 들어, 아이가 겨울에 외투를 입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면, 춥다고 느낄 때 외투를 건네며 왜 외투가 필요한지 차분히 설명하면 된다. 비난은 할 필요 없다.
마지막은 ‘합리성’이다. 결과는 아이의 나이와 발달수준에 맞아야 하고, 행동의 크기에 비례해야 한다. 세 살 아이가 장난치다 우유를 쏟았다고 해서 바닥 전체를 혼자 닦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
이럴 때는 부모가 함께 닦으며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아동심리 전문가인 프랜 웰피쉬 박사는 아이가 거부할 경우 손 위에 부모의 손을 살짝 얹어 함께 닦는 동작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때로는 아이들이 통제 불가능한 울음이나 분노를 보일 때도 있다. 이럴 때는 훈육을 밀어붙이기보다, 먼저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한의 정리가 끝난 뒤 아이를 안아 진정시키고, 감정이 가라앉으면 “스스로 진정할 수 있어서 좋았어”라고 인정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이가 든 아이들의 경우에는 떼쓰기보다 말대꾸나 반항적인 태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미리 그런 행동의 ‘결과’를 예고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 효과적 결과의 네 가지 접근
첫째, 결과를 ‘해야 할 일’과 연결하는 것이다. 많은 부모가 아이가 집안일을 하지 않을 때 난감해한다. 집이 더러워지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빨래를 정리하지 않으면 TV 못 봐”라고 말하면 이는 처벌처럼 들린다. 대신 “빨래정리가 끝나면 TV를 볼 수 있어”라고 말하면,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고 원하는 것을 누린다는 원칙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이런 표현 차이가 아이의 태도를 크게 바꾼다.
둘째, 특권은 책임의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장난감을 정리하지 않으면 그 장난감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처럼,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특권도 사라진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해야 한다.
이는 물건 뿐 아니라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형제자매와 사이좋게 놀지 못하면 함께 놀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존중하는 말투를 쓰지 않으면 대화를 잠시 멈추는 식이다.
셋째,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아이가 하루 종일 문제행동을 보이다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면, “오늘은 네 행동 때문에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라고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이는 벌이 아니라, 사람의 행동이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넷째, 언제나 대안전략을 준비하는 것이다. 모든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결과가 적절한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이를 닦지 않아 생길 충치는 즉각적인 결과가 아니며, 아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험이 되는 경우에는 경험하게 둘 수 없다.
♥ 훈육은 도구상자다
전문가들은 자연스러운 결과가 훈육의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여러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다. 망치가 집을 짓는 데 필수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집을 완성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처벌 대신 자연스러운 결과를 선택하는 훈육은 시간이 더 걸리고 인내를 요구한다. 그러나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의 결과를 배우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더 큰 자율성과 책임감을 키워줄 수 있다.
결국 훈육의 목적은 아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데 있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