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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시스템 공학으로 바라본 여러 가지 문제

Last updated: 6월 27, 2025 1: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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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

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

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

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



남아메리카에서 인기 있는 트레스 라체스 케익(Tres Leches Cake)은 이름 그대로 케익에 세 가지 (tres) 우유 (leches)를 촉촉하게 부어 만드는 디저트다. 요리법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세 가지 우유 재료로 가당 연유 (sweetened condensed milk), 일반 연유 (evaporated milk), 그리고 일반 우유를 섞어 사용한다. 우유 재료를 세 개씩이나 쓸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유의 고소함에 가당 연유는 달콤함을 더해주고 전체적인 농도를 연유와 우유가 조절한다. 

이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풀어보자면, 세 가지 기본 성분인 우유, 설탕, 물의 적당한 비율과 양을 맞추기 위해 세 가지 우유 제품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우유, 설탕, 물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연유 등을 사용하는 것은 음식 본연의 풍미를 만들어 내는 요리의 미학이라 할 수 있겠다. 

과학, 공학적인 시각으로 보면 트레스 라체스 케익에 세 가지 우유 재료를 쓴 것은 세 가지 목적 (우유의 고소함, 설탕의 달콤함, 전체적인 농도)를 달성하기 위한 매우 합리적인 방법이다. 과학, 공학적 방법론에서는 분석하거나 디자인하려는 시스템을 입력과 출력의 연결 과정으로 해석한다. 트레스 라체스 케익에서 입력은 세 가지 우유 재료가 되고 출력은 우유의 고소함, 설탕의 달콤함, 전체적인 농도가 된다. 특히 입력과 출력의 개수가 같고, 그 연결 관계가 수학적으로 단순할수록 시스템은 분석하기도, 디자인하기도 쉽다.

자연 과학은 우주에 이미 존재하는 시스템을 연구 대상으로 하며, 그러한 시스템의 속성, 특히 입력과 출력의 관계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컨대 고전 역학은 공을 던지면 어떤 궤적을 출력 결과로 얻게 되는지 수학적 접근을 이용해 기술해내고, 화학은 서로 반응하는 물질을 섞으면 어떤 새로운 물질이 생기는지 알려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학도 비슷한 접근법을 사용한다. 인간의 몸이라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에 내재된 입력/출력 관계를 밝혀내어, 질병처럼 나쁜 출력을 만들어내는 몸에는 식이 요법이나 투약, 수술처럼 입력을 바꿔주거나 새로운 입력을 주어 시스템의 속성과 출력을 개선한다. 

몸이라는 복잡한 시스템을 분석해야 하는 의학에서처럼, 우리에게 중요한 수많은 문제 속에는 다루기 힘든 시스템이 숨어있다. 입력과 출력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거나,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특히 입력 수가 출력 수보다 작을 때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경제학 분야다. 

코로나 시절 이후 경제 뉴스에 자주 실리는 기사가 있다. 바로 미국의 이자율 결정에 관한 소식이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직후, 대부분의 국가는 화폐 유동성을 확장했다. 이자율을 낮추고, 다양한 부양책으로 시중에 돈을 푼 것이다. 당시에는 경제 자체가 회복 불능의 수준으로 피폐해질 것을 우려하여 고용을 다소 억지스럽게 유지시켰다. 그 결과 물가가 치솟았고, 그 여파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경제 시스템에 화폐 유동성이 입력되면 고용과 물가 두 가지 출력이 나온다. 미국의 이자율을 담당하는 연방 준비 제도의 의장이 매달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항상 말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고용과 물가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연방 준비 제도의 목표라는 것이다. 문제는 고용과 물가가 서로 상충하는 결과 값이라는 점이다. 시중 화폐가 증가하면 고용은 좋아질지 모르지만 물가가 올라간다. 그렇다고 급격히 화폐를 거두어들이면 물가는 잡히겠지만, 고용이 떨어져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 하나의 입력으로 두 개의 출력을 제어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정치, 행정에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난다. 특정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관련법을 더욱 촘촘하고 엄격하게 만들면 부작용 때문에 오히려 상황이 더 안 좋아지기도 한다. 1900년대 초 미국의 금주법이 좋은 예이다. 과도한 음주 때문에 생기는 사회적 폐해를 줄이려고 술 제조, 판매를 금지했는데, 결과적으로 불법 주류 시장이 커지고, 이권을 둘러싼 갱단이 창궐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여러 개발 도상국에서 실시했던 출산 정책도 비슷한 결과를 낳았다. 과도한 인구가 사회적 부담이라는 논리에 따라 출산을 조절하도록 권장하거나 강제하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구가 너무 줄어서 더 큰 사회적,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가 많다. 

출산 정책의 실패에서 한 가지 배워야 할 점이 보인다. 바로 ‘시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회과학에서의 시스템은 특히 시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우리의 본능은 시간의 역할을 무시하게 만든다. 즉, 인구가 폭발하면 출산을 줄여서 인구를 제한하고 싶고, 경제가 어려우면 국가에서 당장 돈을 풀어 경기를 끌어올리길 원한다. 하지만 긴 시간에 걸친 시스템의 출력값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부작용만 남는다는 것을 출산 정책의 실패에서 배울 수 있다. 정치 분야도 마찬가지다. 정책을 만들고 시행했다고 당장 효과가 나지는 않는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좋은 소식일 수도 있다. 그만큼 정책을 다듬거나 세부 사항을 조절할 시간이 있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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