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록키산 국립공원의 청정수 '베어 레익크'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여행 댓글 0건 작성일 24-09-20 09:20

본문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구름이 로키산 허리를 금세 휘어 감싸더니 새하얀 빙설에 비쳐 눈이 시리도록 맑던 하늘이 금새 긴 꼬리를 내린 채 하염없는 계절의 푸념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로키산을 여행하려면 등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가용 차량을 이용해야 합니다. 호수가 많이 몰려 있는 베어 레이크(Bear Lake)쪽으로는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주말에는 자동차 주차가 힘들어서 무료셔틀버스가 수시로 운행을 하는데 오늘은 잔뜩 찌푸린 날씨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로키산 국립공원의 동편 36번 도로를 따라 비버 미도우 엔트런스 (Beaver Meadows Entrance)를 통과하고 10여분 드라이브하면 왼쪽으로 베어 레이크 로드(Bear Lake Road), 즉7번 도로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30분 정도 동쪽으로 드라이브를 하면 길의 종점인 베어 레이크에 도착하게 됩니다. 길은 완만하지만 굴곡이 심하고 곳곳에 캠핑장소들이 산재해 있으며 멀리 해발 13911피트(4240미터)의 마운트 미커(Mount Meeker)를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하는 것은 마치 주라기 공원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이곳은 중생대에 융기한 대지가 침식을 받은 후 제3기 중엽에 다시 융기하여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하는데 수많은 빙하, 계곡, 삼림, 호수가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하늘의 운무가 산중에 수를 놓고 그러한 넓은 산에는 응당 물가도 많은 법, 호수가 참 많기도 합니다. 너무나 잘 정비된 등산로에 너무나 깨끗한 공기와 산 내음을 마시며 이 호수, 저 호수 다니면서 가끔씩 내뿌리는 보슬비를 맞으며 로키의 산중을 헤매고 있는 모습은 참 정답기만 합니다. 호수의 물은 차디찰 정도로 맑고 청명합니다. 호수 주변에는 저산지대와 아고산(亞高山•subalpine)지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아스펜 나무와 높이가 20m나 되는 로지폴 소나무(lodgepole pine tree)가 울창하게 펼쳐져 있어 호수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을 더하는데 발을 담근 호수의 느낌이란 산 꼭대기에 있는 눈이 녹은 물이라 아주 짜릿한데, 호수 이름들도 무척 예뻐서 베어(Bear), 님프(Nymph), 에머랄드(Emerald), 드림(Dream), 스카이 연못(Sky Pond) 등 매우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도로의 종점에서 가장 가까우며 대표적인 호수가 베어 레이크인데 아담한 저수지 형태의 담수호로 만년설이 녹아내려 이루어진 호수로 빙 둘러 여행객이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어서 로키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아름다운 호수입니다. 해발 12713피트(3875미터)홀레트 픽(Hallett Peak)을 끼고 그 모습 그대로 캔버스 위에 옮겨 놓은 호수의 모습은 고봉을 감싸는 운무의 다양한 흐름과 더불어 마치 신선이 춤을 추는 듯한 다양한 경치의 변화가 풍부한 아름다운 곳입니다.


호수 주변에는 가벼운 하이킹 코스들이 여러 가닥 나 있어 등산과 같은 무거운 발걸음보다 가벼운 하이킹을 즐기려는 방문객들로 분주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하이킹 코스는 베어 레이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님프(Nymph) 레이크, 드림(Dream) 레이크를 지나 에메랄드(Emerald) 레이크까지 가는 코스인데 베어 레이크를 가볍게 도는 코스 또한 매우 좋을 듯합니다. 이곳에 있다 보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더불어 몸길이가 30cm인 다람쥐처럼 생긴 마모트(marmot)란 작은 동물을 바위틈에서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간간히 떨어지는 가는 비의 입 맞춤과 틈 사이 살며시 비치는 진한 태양의 실빛은 보일 듯 사라지는 하얀 빙설을 간직한 고봉의 신비로움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스위스 마테호른을 직접 본적은 없지만 감히 무식한 내가 거기다 비유할 정도로 아름다운 봉우리들 과 아름다운 호수들이 즐비한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베어 레이크의 거울 같은 수면 위에 떠있는 봉우리들…….  숨막히는 경관들을 바라보며 내 모습조차 그 속에 묻혀버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매 순간 자신을 잃지 않고 버티는 자에게 다시 가을비로 씻어줄 아름다운 창문너머로 촉촉히 적시는 가을비는 가물었던 지난 여름을 세월 저 멀리 떠나 보내고 창가에 앉아 진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젖은 그리움에 스쳐가는 아련한 기억들을 마음 속 노트에 그려보고 있습니다. 향…
    여행 2024-11-22 
    아름다운 가을의 선율, 클래식컬한 스트링의 잔잔한 화음은 어느새 피아노의 아름다운 독백을 만들어 내고 그 독백이 방어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막새바람처럼 가슴속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 신선한 가을의 음악은 어느 틈새도 파고 들어갈 만큼 강하게 가을의 정서를 만들어 주…
    여행 2024-11-15 
    미국의 국립공원 중에 가장 많이 사람이 찾는 곳은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최고의 국립공원이라 하면 그랜드 캐년, 요세미티, 옐로스톤 등을 생각하게 되는데 미국의 방송사인 PBS에서 선정한 결과 다른 모든 국립공원을 제치고 1위를 한 곳이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여행 2024-11-08 
    계절에 따라 변신하는 스모키 마운틴의 모습은 아침 새벽 길에 자욱하게 내린 운무의 화려한 자태에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테네시 주의 케틀린버그(Gatlinburg)를 출발하여 스모키 마운틴 자락을 관통하는 441번 도로를 따라 노스캘롤라이나 …
    여행 2024-11-01 
    가을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며 꼬불 꼬불 그레이트 스모미 마운틴 국립공원(Great Smoky Mountains National Park)의 정상을 관통하는 441번 도로를 운전하다 보니 어느새 그렇게 곱게 물들었던 가을의 흔적이 자취를 감추고 앙상한 나뭇가지가 구름 한…
    여행 2024-10-25 
    10월의 중순의 진한 가을, 지난밤 촉촉히 내린 가을의 이슬비는 창가 너머 대서양을 끼고 깊숙하게 들어온 Frenchman Bay의 싱싱한 바다내음을 대지에 뿌려놓고 굽이치는 바다와 10월의 하늘을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노랗고 새빨간 신비의 옷을 입힌 미국의 제일 …
    여행 2024-10-18 
    브레이크 없는 삶의 여정 들이 세월의 굴곡을 따라 덜커덩 덜커덩 세월의 열차를 달리다 보니 벌써 10월이 되어갑니다. 세월이 흐르면 고개를 숙이는 법, 9월말의 콜로라도 록키산맥을 따라 이곳 저곳을 물들인 아스펜 단풍은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벌써 삶의 허물들을 세상에 …
    여행 2024-10-11 
    10월의 첫날 축복받은 시간에 콜로라도의 멋진 산길을 원 없이 달려볼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숨을 쉬고 있고 시간을 쫓아 삶의 이상향을 찾아갈 수 낭만이 있어서 입니다. 도로를 따라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득 메운 10월의 아스펜 단풍 향연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모…
    여행 2024-10-04 
    지난 밤 늦게 도착하여 머문 콜로라도 스프링스(Colorado Springs)의 밤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호텔 창문을 통해 바라보이는 높이를 알 수 없는 산들이 진하디 진한 하늘의 빛을 삼켜버린 환한 달빛에 반사되어 선명하게 비치는 모습에 이곳이 높은 고지임을 …
    여행 2024-09-27 
    구름이 로키산 허리를 금세 휘어 감싸더니 새하얀 빙설에 비쳐 눈이 시리도록 맑던 하늘이 금새 긴 꼬리를 내린 채 하염없는 계절의 푸념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로키산을 여행하려면 등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가용 차량을 이용해야 합니다. 호수가 많이 몰려 있는 베어 레이크(B…
    여행 2024-09-20 
    오늘은 록키산 국립공원(Rocky Mountain National Park)을 가기로 한 날입니다. 해가 뜨기 무섭게 김밥을 말고 음료수를 쿨러에 채워 넣었습니다. 록키를 여행하는 방법은 몇 일에 걸쳐 캠핑을 하거나 등산코스를 이용하기도 하기도 하지만 당일 코스로 록키…
    여행 2024-09-13 
    산타페(Santa Fe)를 뒤로하고 달라스(Dallas)를 향해 달려가는 40번 하이웨이는 황량함 그 자체입니다. 신기루가 가득한 삭막한 사막 지형을 그대로 갖고 있는 뉴멕시코(New Mexico)의 지형이 그러하고 가뭄에 콩 나오듯 그리울 정도의 사람 사는 마을이 보…
    여행 2024-09-06 
    미국의 서북부에 위치한 오레곤 주는 잘 보존된 자연과 무성한 야생의 상태로 남아있는 수많은 명소들이 있는 주입니다. 숲 속안에 머물며 거대한 숲을 볼 수 없고 대양에 머물며 거대한 대양을 볼 수는 없지만 그 속안에 섬세하게 펼쳐진 대 자연의 향연들을 경험하면서 어느 것…
    여행 2024-08-30 
    달라스에서 비행기로 4시간을 날아 오레곤의 주도 포트랜드에 도착할 즈음이면 창가 오른쪽으로 오레곤주와 워싱턴 주의 명산들이 눈에 들어 옵니다.하얀 눈으로 정상을 덮고 그 밑으로 길게 띠를 형성한 구름의 오묘한 조화 속에 마치 영화 ‘Frozen’을 연상할 만큼 아득한 …
    여행 2024-08-23 
    아름다운 꽃,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른 표정을 가지고 한 여름에도 설산을 간직하고 있는 마운트 후드(Mount Hood)같은 아름다운 화산들, 거친 듯 잔잔하며 골짜기 마다 신비한 풍경을 간직하고 조그만 돌멩이 하나 조차 천지 자연을 이뤄나가는 오레곤 주는 자연의 모든…
    여행 2024-08-16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