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박인애의 소소하고 담담한 이야기] 에이티니가 되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4-08-02 10:53

본문

박인애 (시인, 수필가)
박인애 (시인, 수필가)

 K팝의 인기를 공연장에서 가면 실감하게 된다.  

 지난 28일, 8인조 보이 그룹 ATEEZ(에이티즈) 2024 월드 투어 ‘Towards the Light:Will to Power” 달라스 공연이 알링턴에 있는 ‘Texas Rangers Globe Life Field’에서 있었다. 딸은 학교 친구들과 공연을 더러 다녔지만, 나는 코로나 이후 처음이어서 설렜다. 딸이 티셔츠를 주문하고 비드로 팬덤 팔찌를 만들어주었다. BTS의 공식 팬덤은 아미(ARMY)이고, ATEEZ의 공식 팬덤은 에이티니 (ATINY)다. 에이티니 멤버십이 있으면 여러모로 혜택이 많다. 공연장에는 작은 가방만 허용된다고 하여 줄이고, 노래도 익히라고 틀어 주어 들으며 갈 준비를 했다. ATEEZ는Tacoma, Oakland, LA, Phoenix, Dallas, Duluth, New York, Washington DC, Toronto, Rosemont를 돌며 북미 공연 중이다.  

  에이티즈는 남자 아이돌 그룹 최초로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필드(Globe Life Field)'에서 공연을 하게 되어 케이 팝의 위상을 높였다. 그곳은 4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인데, 가보니 무대 오른쪽 일부를 비워두었다. 그렇다 해도 족히 3만 명은 넘게 온 것 같아 보였다. 주차비를 55불 냈고, 차 빼는 데만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주차된 자동차 번호판을 보니 텍사스 인근 도시뿐 아니라 먼 도시에서 온 차도 많았고,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도 있었다. 글로브 라이프 필드는 엘튼 존이나 레이디 가가 같은 대형 가수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미는 곳인데 에이티즈가 그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웠다. ‘Globe Life Field’ 측에서 에이티즈 멤버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텍사스 레인저스 운동복을 선물했다. 눈에 익숙한 옷 입은 걸 보니 반가웠다. 텍사스여서인지 그들이 즐겨 입는 가죽옷도 더 잘 어울려 보였다. 

  나는 딸내미를 따라다닌 경험이 있어 공연장 분위기에 익숙한데, 남편은 백도 가까이 되는 거리에서 한 시간 넘게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을 못 견디고 우거지상이 되었다. 노래를 모르면 즐길 수 없으니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건만, 차에서 자기 노래만 들었으니 시끄러운 음악 또한 불편했을 것이다. 공연장에 가면 모두 일어나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기 때문에 앉아 있으면 앞사람 엉덩이만 보인다. 벌을 선 거나 다름없는 남편은 긴 공연이 힘들었을 것이다. 솔직히 땡볕에 줄 서서 사람들 꾸미고 온 거 구경하는 것도 재미이고, 굿즈를 교환하거나 나누는 것도 재미인데, 늦게 서는 바람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공연장에 들어가니 객석이 거의 차 있었다. 한국 사람은 10%도 안 돼 보였고 거의 다 외국인이었다. 기특한 것은 그들이 그 많은 노래를 한국말로 외워서 따라 부른다는 거다. 열 명의 댄서가 춤을 추는 가운데 중앙에 놓인 계단으로 8명의 멤버가 전사처럼 등장하자 무대 양쪽에서 노란 불꽃이 솟아오르고 관중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멤버 이름을 부르며 응원봉을 흔들었다. 첫 곡으로 작년 말에 발매한 정규 2집 타이틀 곡 미친 폼 (Crazy Form)을 불렀는데, 얼마나 잘하던지 요즘 아이들 말로 무대를 찢었다. 제목 그대로 정말 미친 폼이었다. 무대 양쪽에 대형 스크린이 있어 어느 방향에 있든지 잘 보였다. 음향, 무대, 조명,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좋아서 눈과 귀가 호강했다. 그날은 나이를 잊고 에이티니가 되어 스트레스를 풀었다. 딸과 친구는 무대 옆 비싼 자리였고 우리 부부는 2층에 싼 자리였는데, 내가 찍은 동영상이 더 잘 나왔다. 사진기 반입은 금지지만 핸드폰 촬영은 가능하다. 딸내미가 좋아하는 윤호를 찍느라 팔 떨어지는 줄 알았다. 

남편의 눈이 확 뜨인 건 윤호가 우리 회사 모자를 쓰고 나왔을 때였다. 그 와중에 자기 새끼가 보였던 모양이다. 아이돌이 자기 모자 쓴 걸 굉장히 뿌듯해했다. 인스타 그램에 보니 윤호가 스탁야드에서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구경하러 갔다가 산 모양이다. 스탁야드를 비롯한 미국 내 관광지에서 우리 회사 모자를 만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 얘기를 들은 지인이 그랬다. 이제 저 모자는 홍보 안 해도 대박 나겠다고, 그거 하나로 아우 네 모자가게는 유명한 가게가 될 거라고. 윤호가 쓴 모자가 초이스 캡 모자라고 대문짝만하게 붙여 놓으면 대박이 나려나?  

  2000년, 불후의 명곡에서 ‘검은 고양이’를 부를 때만 해도 어리고 귀여웠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완전 상남자였다. 단순한 노래를 편곡하여 4분 넘는 무대를 채웠던 그들이 범상치 않았는데, 이젠 빌보드차트와 영국 음원차트 등에 이름을 올린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하였다. 에이티즈의 ‘WIN’이라는 곡에 “우리 배는 편도로만 가”   “We are gonna win”이라는 가사가 있다. 그들의 바람대로 그들이 탄 배가 순항하며 승리했으면 좋겠다. 좋은 곡으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며 국격을 높이고 롱런하는 그룹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며칠째 비가 올 듯 하늘이 잔뜩 흐렸더니, 오늘도 맑고 높은 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습니다. 어느새 수확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수영장에 빠져 떠다니는 후박나무 잎을 건져내다가, 의사가 해주었던 비타민 D 부족이라는 말이 떠올라 오랜만에 텃밭에 앉아봅니다. 텃밭에서 마주…
    문학 2024-10-18 
    한국의 추석을 생각하면 높푸른 하늘, 시원한 바람, 가을꽃과 풍성한 오곡백과, 넉넉하고 둥근 보름달이 연상되었다. 지구도 중증을 앓는지 올 추석엔 폭염주의보를 보내어 그런 가을 풍경은 기대할 수 없었다. 체감온도가 33℃ 이상이다 보니 모든 사람이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문학 2024-10-11 
    ◈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순대와 생…
    문학 2024-10-04 
    들판에 하얀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하늘이 유난히 푸르고 멀게 느껴지며, 여름내 피고 지던 야생 해바라기가 시들어갈 즈음이면 추석무렵이다. 미국 와서 강산이 몇 번 변할 만큼 살았는데도 난 아직도 한국의 절기를 고집한다. 예전에는 쩔쩔끓는 날씨에 ‘처서’나 ‘백로’를…
    문학 2024-09-27 
    매일 아침 선물을 받는다.선물은 언제나 침대에서 내려와 한 걸음쯤 떨어진 바닥에 놓여있다. 나는 그것을 무심히 집어 올린다. 하지만, 시간을 가늠키 어려운 어느 아침, 창밖으로 시커먼 구름이 비를 쏟아내는 광경을 보거나 혹은 동트기 전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인…
    문학 2024-09-20 
    드디어 <한솔문학> 10호가 발간되어 내 손에 들어왔다. 표지를 넘기자마자 예상보다 훨씬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 작은 문예지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과 정성을 담고 있는지 생각하니, 그동안의 복잡했던 마음이 차차 가…
    문학 2024-09-13 
    올해도 엘에이 ‘미주한국문인협회’에서 주최하는 여름문학캠프에 다녀왔다. 캠프 후엔 강사들과 함께 문학기행을 가는데, 여행지가4대 캐년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딸이 가보고 싶다 하여 데라고 갔다. 달라스에서 엘에이행 첫 비행기를 타면 2시간 시차가 있기 때문에 아침 …
    문학 2024-09-06 
    <div style="mso-element:para-border-div;border:none black 1.0pt;mso-border-alt: none black 0in;padding:1.0pt 4.0pt 1.0pt 4.0pt"> ◈…
    문학 2024-08-30 
    크루즈 여행은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여행 형태중 하나이다. 특히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미 대륙을 여행하는데 드는 자동차여행 경비와 비교를 해보면 특히 비용면에서 그렇단 생각이 든다.한 일 주일정도를 그저 그런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고, 별 세 개 짜리 숙소에서 잠을…
    문학 2024-08-23 
    위키 백과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33%는 기독교인이다. 그런데 기독교인을 자처하는 사람은 많아도 성경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말씀에 따라 사는 것은 몹시 어려워 보인다. 하나님이 사람 마음속을 훤히 아신다는 부분이 가장 난감하다. 하나님은 외모 말고…
    문학 2024-08-16 
    큰아들이 손자를 데리고 집에 왔다. 나의 온 세상이었던 아이가 자라 그의 온 세상을 품고 온 것이다. 우리 가족에게 큰 기쁨과 함께 온 그 작은 생명체는 조용했던 집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두 주 전부터 데이케어에 다니기 시작한 손자는, 아빠가 눈에 보이지 않으…
    문학 2024-08-09 
    K팝의 인기를 공연장에서 가면 실감하게 된다.지난 28일, 8인조 보이 그룹 ATEEZ(에이티즈) 2024 월드 투어 ‘Towards the Light:Will to Power” 달라스 공연이 알링턴에 있는 ‘Texas Rangers Globe Life Field’에서…
    문학 2024-08-02 
    ◈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lt;순대와 생…
    문학 2024-07-26 
    아크로 폴리스의 중심부인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의 전경이 한 눈에 보이는 언덕위에 세워져있다. 이 신전은 기원전 5세기 경에 델로스동맹의 수장 페리 클래스가 페르시아 침략을 물리친 기념으로 건립했는데,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에게 바쳐진 신전이다. 파르테논은 ‘처…
    문학 2024-07-19 
    “고향이 어디예요?” 고향을 묻는 이에게 서울이라고 답할 때면 가슴 밑바닥에 소리 죽인 한숨 같은 게 있었다. “에이 서울이 무슨 고향인가요. 고향이 없네.”하며 누군가 물색없이 굴 때도 비쭉 웃고 말았다. 중고등학생 때까지 나는 서울을 벗어나 본 적이 거의 없었다. …
    문학 2024-07-12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