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다운버스트 스톰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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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2시경 달라스를 훑고 지나간 아주 강하고 재빠른 스톰 폭탄이 ‘다운버스트’란다. 토네이도는 상승하는 큰 소용돌이인데 비해 급격히 하강하는 것이 다운버스트로서 달라스 포트워스를 시속 70마일정도로 두 시간 가량 공포 속에 몰아넣었다고 했다. 다운버스트 스톰이 지나가는 중 달라스 다운타운 지역은 마이크로버스트로 수많은 나무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일으켰다고 한다. 지역 신문 KTN신문도 “기습강풍에 DFW지역 암흑천지”를 전했다.
월요일 출근길은 신호등 고장으로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렸다. 신호등의 불빛이 없고 교통경찰이 없어도 질서 있게 순서를 지키며 사거리를 지난다. 몸에 밴 준법정신이다.
내 작은 방은 2주 연속 9일, 16일 연달아 덮친 재난의 안부와 감사로 손님들이 은혜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바로 앞에서 기차가 지나가듯 한 바람소리와 함께 뒷마당 서너 아름드리의 키 큰 나무를 뱅뱅 돌리듯 하는데 뿌리 채 뽑혀 집을 덮칠 듯 무서웠다고 했다. 강풍과 함께 폭포처럼 쏟아지는 빗줄기로 차문을 열수도 없어 교회 주차장에 있는데 승용차가 날아갈 듯 마구 흔들렸다고도 했다.
20만가구가 넘는 정전에 삶의 체험도 다양했다. 레스트랜드에서 장례 예배가 중단되고, 갤러리몰 지하상가에서 각자 폰의 후랫시를 켜고 계단으로 올라갔는데, 날려버릴 듯 부는 비바람에 꼼짝없이 갇혀 있었다고 했다. 발전기가 없는 ‘어씨스턴트 리빙’의 4층에서 꼼짝도 못한 분, 2층이지만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워커대신 지팡이로 계단잡고 겨우 1층으로 내려온 분.
전기오븐이 안 돼 무의식적으로 마이크로웨이브를 쓰려했고 AC 가 안 되니 후덥지근해서 선풍기라도 튼다고 코드를 꼽기도 했단다. 가스오븐조차 전기로 스파크를 해야 쓸 수 있으니 그것 또한 무용지물. 집전화도 불통, 셀 폰은 자동차에서 충전해서 쓰는데 차고 문을 열 수 없으니 차를 뺄 수가 없다. 손전등과 배터리가 동이 나고 촛불과 라이터까지 동원이 됐다.
상가와 은행도 문을 닫고 일부 교회들도 여름성경학교를 연기해야 했다. 발전기 있어도 와이파이 없으니 폰과 컴 기능의 제한이 따랐다. 물론 항공편도 취소 지연되었다.
지역에 따른 장기정전사태로 냉장고의 음식들을 모두 버리고 사먹어야 했으니 식당마다 줄서서 마냥 기다려야했다. 호텔과 모텔 등 숙박업소도 만원사태라서 부모님 집으로 친척과 친구, 자녀들 집으로 갔다고 했다. 정전된 집에 있어야만 했던 사람들은 예년보다는 덥지 않은 날씨에 수도와 가스 문제가 없음을 감사했다.
빈부차별 없이 몰아닥친 재난 후. 포레스트, 힐크레스트, 로열레인, 출근길. 집집마다 수북이 쌓인 찢기고 꺾인 가지들, 푸르던 잎들이 누렇게 말라가고 뿌리를 통째로 보이며 누운 아름드리나무와 나이테를 드러낸 나무둥치들의 잔해가 슬프다. 담장, 신호등, 전신주가 쓰러지기도 했지만 키 작은 꽃들과 남은 가지에 꽃을 피운 크레이프머틀과 메그놀리아가 대견하다.
앨라배마, 미시시피, 알칸사스, 루이지애나, 테네시, 콜로라도 주 등에서 전기 보수공사와 나무 잔해치우기 등을 도우러 왔다고 한다. 이웃을 챙기고 돕는 마음들. 어릴 적부터 봉사정신을 교육한 ‘아름다운 아메리카’, 단일민족도 아닌데 재난 앞에서는 한마음 됨이 놀랍다.
<따듯한 하루>중에 “배움을 통해 옳고 바름을 알고 있다면 실천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공부하겠노라고 스스로 서당을 찾은 청년이 배움이 늦고 결석이 잦아서 찾아낸 훈장님. 그래도 궁금해 찾아가보았다고 한다. 그 청년은 자기 일뿐 아니라 노인들이 사는 집마다 물지게로 물을 날라주며 도와주고 있었다. 훈장은 청년에게 나는 군자의 도를 가르치려 했지만 이미 실천하고 있는 자네가 나의 스승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성경에도 생면부지의 강도 만난 사람을 도운 사마리아인의 비유로 이웃돕기를 가르치신 예수님의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이번 재난으로 지인 목사님 댁이 정전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바로 우리 집으로 오시라는 말씀을 못 드렸다. 빈방이 없어 더 불편하실 것 같은 생각이 앞섰지만 식사라도 챙겨드리지 못해서 죄송했다.
“독일의 양심”으로 불리는 천재 신학자이며 목사이자 반 나치운동가인 디트리히 본회퍼는 “실천은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책임질 준비를 하는 데서 나온다”고 했다. 책임질 준비라는 것이 쉽지 않음을 새삼 깨닫는다.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문학회원
B059
월요일 출근길은 신호등 고장으로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렸다. 신호등의 불빛이 없고 교통경찰이 없어도 질서 있게 순서를 지키며 사거리를 지난다. 몸에 밴 준법정신이다.
내 작은 방은 2주 연속 9일, 16일 연달아 덮친 재난의 안부와 감사로 손님들이 은혜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바로 앞에서 기차가 지나가듯 한 바람소리와 함께 뒷마당 서너 아름드리의 키 큰 나무를 뱅뱅 돌리듯 하는데 뿌리 채 뽑혀 집을 덮칠 듯 무서웠다고 했다. 강풍과 함께 폭포처럼 쏟아지는 빗줄기로 차문을 열수도 없어 교회 주차장에 있는데 승용차가 날아갈 듯 마구 흔들렸다고도 했다.
20만가구가 넘는 정전에 삶의 체험도 다양했다. 레스트랜드에서 장례 예배가 중단되고, 갤러리몰 지하상가에서 각자 폰의 후랫시를 켜고 계단으로 올라갔는데, 날려버릴 듯 부는 비바람에 꼼짝없이 갇혀 있었다고 했다. 발전기가 없는 ‘어씨스턴트 리빙’의 4층에서 꼼짝도 못한 분, 2층이지만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워커대신 지팡이로 계단잡고 겨우 1층으로 내려온 분.
전기오븐이 안 돼 무의식적으로 마이크로웨이브를 쓰려했고 AC 가 안 되니 후덥지근해서 선풍기라도 튼다고 코드를 꼽기도 했단다. 가스오븐조차 전기로 스파크를 해야 쓸 수 있으니 그것 또한 무용지물. 집전화도 불통, 셀 폰은 자동차에서 충전해서 쓰는데 차고 문을 열 수 없으니 차를 뺄 수가 없다. 손전등과 배터리가 동이 나고 촛불과 라이터까지 동원이 됐다.
상가와 은행도 문을 닫고 일부 교회들도 여름성경학교를 연기해야 했다. 발전기 있어도 와이파이 없으니 폰과 컴 기능의 제한이 따랐다. 물론 항공편도 취소 지연되었다.
지역에 따른 장기정전사태로 냉장고의 음식들을 모두 버리고 사먹어야 했으니 식당마다 줄서서 마냥 기다려야했다. 호텔과 모텔 등 숙박업소도 만원사태라서 부모님 집으로 친척과 친구, 자녀들 집으로 갔다고 했다. 정전된 집에 있어야만 했던 사람들은 예년보다는 덥지 않은 날씨에 수도와 가스 문제가 없음을 감사했다.
빈부차별 없이 몰아닥친 재난 후. 포레스트, 힐크레스트, 로열레인, 출근길. 집집마다 수북이 쌓인 찢기고 꺾인 가지들, 푸르던 잎들이 누렇게 말라가고 뿌리를 통째로 보이며 누운 아름드리나무와 나이테를 드러낸 나무둥치들의 잔해가 슬프다. 담장, 신호등, 전신주가 쓰러지기도 했지만 키 작은 꽃들과 남은 가지에 꽃을 피운 크레이프머틀과 메그놀리아가 대견하다.
앨라배마, 미시시피, 알칸사스, 루이지애나, 테네시, 콜로라도 주 등에서 전기 보수공사와 나무 잔해치우기 등을 도우러 왔다고 한다. 이웃을 챙기고 돕는 마음들. 어릴 적부터 봉사정신을 교육한 ‘아름다운 아메리카’, 단일민족도 아닌데 재난 앞에서는 한마음 됨이 놀랍다.
<따듯한 하루>중에 “배움을 통해 옳고 바름을 알고 있다면 실천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공부하겠노라고 스스로 서당을 찾은 청년이 배움이 늦고 결석이 잦아서 찾아낸 훈장님. 그래도 궁금해 찾아가보았다고 한다. 그 청년은 자기 일뿐 아니라 노인들이 사는 집마다 물지게로 물을 날라주며 도와주고 있었다. 훈장은 청년에게 나는 군자의 도를 가르치려 했지만 이미 실천하고 있는 자네가 나의 스승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성경에도 생면부지의 강도 만난 사람을 도운 사마리아인의 비유로 이웃돕기를 가르치신 예수님의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이번 재난으로 지인 목사님 댁이 정전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바로 우리 집으로 오시라는 말씀을 못 드렸다. 빈방이 없어 더 불편하실 것 같은 생각이 앞섰지만 식사라도 챙겨드리지 못해서 죄송했다.
“독일의 양심”으로 불리는 천재 신학자이며 목사이자 반 나치운동가인 디트리히 본회퍼는 “실천은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책임질 준비를 하는 데서 나온다”고 했다. 책임질 준비라는 것이 쉽지 않음을 새삼 깨닫는다.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문학회원
B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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