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니하우 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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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서 생긴 일 (25)
헬기 조정사 제임스가 니하우의 카우마카니(Kaumakani) 헬리콥터 관리실에 들러 헬기의 정비 관계를 알아보는 동안 레이와 상필은 ‘금지의 섬’ 탐색에 나섰다.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태평양 한 가운데,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는 수줍은 섬에, 상필과 레이 둘 만이 있었다.
레이가 상필의 팔에 매달리듯 걷다가 둘은 급작스러운 자기작용을 일으켰다. 그들은 마치 키스를 하러 니하우에 온 듯 했다. 열띠고 거치른 키스를 떼어놓은 것은 억센 바람이었다. 레이와 상필의 출현에 놀란 직사의 태양이었다. 한참만에 제 정신으로 돌아온 상필이 레이를 놓아주며 중얼거렸다.
“이 섬, 니하우 섬을 싱클레어 부인이 1만 달러에 사들였다구? 1864년에? 그럼 현재 얼마나가는거야. 100배 올랐다 해도 100만 달러잖아?”
“실은 그때 카메하메하 5세와 흥정을 하면서 6천 달러에 사겠다고 했대. 그런데 왕이 이 제의를 거절하자 1만 달러로 낙찰이 된거지. 한 번 더 딜을 했으면 8,000달러에 살 수 있었을걸.”
“나도 이런 섬 살 수 있겠네.”
“참 이상해. 한국 사람들은 니하우섬을 1만 달러에 사들였다는데 호기심이 많단 말야.
엄마의 친척들도 그러던데, 왜 남의 나라 땅 값에 그리 관심이 많은지 몰라. 뭐든 ‘얼마야’하고 물었어. ‘한국의 아파트 한 채 값도 안되네’ 하더라구. 무슨 뜻일까”
“그거야 뭐…”
상필은 얼버무리며 얼른 보기에도 황량한 이 섬에 아무런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다. 열대의 섬이지만 수림이 우거진 것도 아니고 해변의 모래가 고운 것도 아니었다.
니하우는 바다에 떠 있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 섬에 투자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상필은 단정했다. 레이는 계속 섬에 대해 이야기했다.
“싱클레어 부인의 사후 그의 자손들은 이 섬을 개발하여 수입을 얻기 위해 소나 양을 기르기도 했고 채소 특수재배를 시도했으나 별로 효과를 얻지 못했지. 그런데도 이곳 원주민들은 떠날 생각을 안하고 그냥 눌러 살기를 바랐던 모양이야. 이곳은 하와이의 주도 호놀룰루와 비행기로 1시간 정도 떨어져있는데, 문명사회와는 전혀 다른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게 된 것이지. 이렇게 100여 년이 시간이 흐르면서 이곳의 별명이 ‘금지된 섬 Forbidden Island’가 된거야.”
“아이폰 서치를 해보니 이곳은 렌트비가 없군. 공짜로 산다 이거지. 주민 대부분이 영세민이고. 니하우 사람들은 덫에 걸린 사람들같군.”
“작년에 우리 엄마 친척들이 하와이에 여행 왔을 때 내가 이곳을 안내했는데 ‘뭐야? 별 볼일 없는 곳이잖아’ 하는 표정들이었어. 지금 상필씨처럼.” 레이는 벌써부터 상필이 무슨 생각을 하는 줄 알고 있었다.
“엄마의 한국 친척들은 이곳에 무슨 동물들이 사는지, 그들은 무얼 먹고 사는지, 바다는 얼마나 깊은지, 고래는 몇 마리가 사는지, 바다사자는 왜 이곳에 오는지, 이곳의 하와이 원주민들의 언어는 어떤지, 왜 그들은 문명사회에 거리를 두고 사는지, 그런 것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더라고.”
“나도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는데.”
“알아요. 엄마의 친척들은 도로포장이 안 되어있고, 전기며 수도, 소위 도시가 갖는 공적 인프라가 없는데 놀라더라고. 그들은 ‘하와이가 뭐 이래? 하와이는 후진 곳이네’ 하고 돌아갔어.”
“맞는 말이잖아.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이 작은 섬 하나를 방치하다니 좀 이상한 생각이 드는군. 개인 땅이라서 그런가?”
“몇 해 전 내가 한국 갔을 때 엄마의 한국 친척들이 정말 환영 해주고 여기저기 이름난 곳을 데리고 다녔어. 한국은 질리도록 빈틈없이 정리 정돈된 나라더라구요. 꽂들도 색깔 별로 줄지어 심어놓았고.”
“그러엄, 한국은 아기자기하고 아름답지.”
상필은 레이가 한국을 꼬집는 듯한 말이 조금 거슬렸다.
“우리 클럽은 이곳 니하우가 비록 개인소유이긴 하지만 하와이 땅이기 때문에 이곳의 생태계를 잘 보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 이곳에서 올해 캠프를 하려는 것은 누군가가 어질러놓은 이곳을 청소하고 파손된 곳을 복구하는 일을 하려는 거야. 생태계는 서로 공유하고 보완하는 장치가 있어야 하니까. 니하우 섬은 하와이어가 제1언어로 사용되는 지구상의 유일한 지역이야.”
“그렇겠지. 그런데 그보다 니하우 사람들이 활발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야될것 같은데…”
“우리 클럽회원들은 니하우 섬을 퍼블릭에 오픈하지 않은 이 섬의 오너를 존중해. 만약 이 섬을 오픈해서 호텔을 짓고 놀이공원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들끓게 했다면 이 작은 섬은 벌써 훼손됐을거야. 호놀룰루의 와이키키 해변을 봐. 온통 호텔 숲을 이루고 있잖아. 이런 것은 하와이의 참모습이 아니지. 그곳은 미국의 상업주의의 상징이지.”
“그럼, 캠프는? 나보고 회원들에게 태권도 가르치라며. 극기훈련 하려는 게 아니었어? 하와이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전사를 길러내자는 뜻 아니었나…”
“맞아요 맞아. ‘하와이를 하와이답게’가 우리의 캐치프레이즈야.”
“레이는 참 훌륭해. 내가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야. 철없이 모양만 내는 아가씬줄 알았는데 생태계를 이해하고 자연보호를 실천하는 의식 있는 여성이라니 놀랍군.”
둘은 헬리콥터 장에서 얼마 걷지 않았는데 바닷가에 닿았다.
“엇 이게 뭐야?”
상필이 뚱뚱하고 물컹해보이는 기이한 생명체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잠깐, 바다사자야. 니하우의 단골 손님이지. 지금 주무시는 중. 방해하지마.” <계속>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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