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니하우 섬의 비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admin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0-05-01 09:53

본문


하와이에서 생긴 일 (25)





헬기 조정사 제임스가 니하우의 카우마카니(Kaumakani) 헬리콥터 관리실에 들러 헬기의 정비 관계를 알아보는 동안 레이와 상필은 ‘금지의 섬’ 탐색에 나섰다.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태평양 한 가운데,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는 수줍은 섬에, 상필과 레이 둘 만이 있었다.
레이가 상필의 팔에 매달리듯 걷다가 둘은 급작스러운 자기작용을 일으켰다. 그들은 마치 키스를 하러 니하우에 온 듯 했다. 열띠고 거치른 키스를 떼어놓은 것은 억센 바람이었다. 레이와 상필의 출현에 놀란 직사의 태양이었다. 한참만에 제 정신으로 돌아온 상필이 레이를 놓아주며 중얼거렸다.
“이 섬, 니하우 섬을 싱클레어 부인이 1만 달러에 사들였다구? 1864년에? 그럼 현재 얼마나가는거야. 100배 올랐다 해도 100만 달러잖아?”
“실은 그때 카메하메하 5세와 흥정을 하면서 6천 달러에 사겠다고 했대. 그런데 왕이 이 제의를 거절하자 1만 달러로 낙찰이 된거지. 한 번 더 딜을 했으면 8,000달러에 살 수 있었을걸.”
“나도 이런 섬 살 수 있겠네.”
“참 이상해. 한국 사람들은 니하우섬을 1만 달러에 사들였다는데 호기심이 많단 말야.
엄마의 친척들도 그러던데, 왜 남의 나라 땅 값에 그리 관심이 많은지 몰라. 뭐든 ‘얼마야’하고 물었어. ‘한국의 아파트 한 채 값도 안되네’ 하더라구. 무슨 뜻일까”
“그거야 뭐…”
상필은 얼버무리며 얼른 보기에도 황량한 이 섬에 아무런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다. 열대의 섬이지만 수림이 우거진 것도 아니고 해변의 모래가 고운 것도 아니었다.
니하우는 바다에 떠 있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 섬에 투자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상필은 단정했다. 레이는 계속 섬에 대해 이야기했다.
“싱클레어 부인의 사후 그의 자손들은 이 섬을 개발하여 수입을 얻기 위해 소나 양을 기르기도 했고 채소 특수재배를 시도했으나 별로 효과를 얻지 못했지. 그런데도 이곳 원주민들은 떠날 생각을 안하고 그냥 눌러 살기를 바랐던 모양이야. 이곳은 하와이의 주도 호놀룰루와 비행기로 1시간 정도 떨어져있는데, 문명사회와는 전혀 다른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게 된 것이지. 이렇게 100여 년이 시간이 흐르면서 이곳의 별명이 ‘금지된 섬 Forbidden Island’가 된거야.”
“아이폰 서치를 해보니 이곳은 렌트비가 없군. 공짜로 산다 이거지. 주민 대부분이 영세민이고. 니하우 사람들은 덫에 걸린 사람들같군.”
“작년에 우리 엄마 친척들이 하와이에 여행 왔을 때 내가 이곳을 안내했는데 ‘뭐야? 별 볼일 없는 곳이잖아’ 하는 표정들이었어. 지금 상필씨처럼.” 레이는 벌써부터 상필이 무슨 생각을 하는 줄 알고 있었다.
“엄마의 한국 친척들은 이곳에 무슨 동물들이 사는지, 그들은 무얼 먹고 사는지, 바다는 얼마나 깊은지, 고래는 몇 마리가 사는지, 바다사자는 왜 이곳에 오는지, 이곳의 하와이 원주민들의 언어는 어떤지, 왜 그들은 문명사회에 거리를 두고 사는지, 그런 것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더라고.”
“나도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는데.”
“알아요. 엄마의 친척들은 도로포장이 안 되어있고, 전기며 수도, 소위 도시가 갖는 공적 인프라가 없는데 놀라더라고. 그들은 ‘하와이가 뭐 이래? 하와이는 후진 곳이네’ 하고 돌아갔어.”
“맞는 말이잖아.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이 작은 섬 하나를 방치하다니 좀 이상한 생각이 드는군. 개인 땅이라서 그런가?”
“몇 해 전 내가 한국 갔을 때 엄마의 한국 친척들이 정말 환영 해주고 여기저기 이름난 곳을 데리고 다녔어. 한국은 질리도록 빈틈없이 정리 정돈된 나라더라구요. 꽂들도 색깔 별로 줄지어 심어놓았고.”
“그러엄, 한국은 아기자기하고 아름답지.”
상필은 레이가 한국을 꼬집는 듯한 말이 조금 거슬렸다.
“우리 클럽은 이곳 니하우가 비록 개인소유이긴 하지만 하와이 땅이기 때문에 이곳의 생태계를 잘 보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 이곳에서 올해 캠프를 하려는 것은 누군가가 어질러놓은 이곳을 청소하고 파손된 곳을 복구하는 일을 하려는 거야. 생태계는 서로 공유하고 보완하는 장치가 있어야 하니까. 니하우 섬은 하와이어가 제1언어로 사용되는 지구상의 유일한 지역이야.”
“그렇겠지. 그런데 그보다 니하우 사람들이 활발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야될것 같은데…”
“우리 클럽회원들은 니하우 섬을 퍼블릭에 오픈하지 않은 이 섬의 오너를 존중해. 만약 이 섬을 오픈해서 호텔을 짓고 놀이공원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들끓게 했다면 이 작은 섬은 벌써 훼손됐을거야. 호놀룰루의 와이키키 해변을 봐. 온통 호텔 숲을 이루고 있잖아. 이런 것은 하와이의 참모습이 아니지. 그곳은 미국의 상업주의의 상징이지.”
“그럼, 캠프는? 나보고 회원들에게 태권도 가르치라며. 극기훈련 하려는 게 아니었어? 하와이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전사를 길러내자는 뜻 아니었나…”
“맞아요 맞아. ‘하와이를 하와이답게’가 우리의 캐치프레이즈야.”
“레이는 참 훌륭해. 내가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야. 철없이 모양만 내는 아가씬줄 알았는데 생태계를 이해하고 자연보호를 실천하는 의식 있는 여성이라니 놀랍군.”
둘은 헬리콥터 장에서 얼마 걷지 않았는데 바닷가에 닿았다.
“엇 이게 뭐야?”
상필이 뚱뚱하고 물컹해보이는 기이한 생명체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잠깐, 바다사자야. 니하우의 단골 손님이지. 지금 주무시는 중. 방해하지마.” <계속>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은 다양한 형태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위해 우리는 위험의 가능성 줄이기, 위험을 피하기, 위험을 수용하기, 위험부담을 전가하기, 등이 있는데, 보험은 적정한 비용을 보험회사에 지불하고 위…
    리빙 2020-05-22 
    홍수위험 지역에서 많은 강우량으로 인해 홍수가 발생했다고 한다면 그 지역에 위치한 대부분의 주택들은 홍수로부터 제외되기 어렵다.속수무책으로 불어나는 물의 수위를 지켜보며 안타까워 할 뿐일 것이다. 좀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서둘러 살림살이의 일부…
    리빙 2020-05-08 
    운전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조심을 한다고 해도 예기치 않게 사고는 일어나고 사람들은 다친다. 그것 뿐인가.아무 문제없이 주차장에 주차해 두었는데 나뭇가지가 떨어져서 자동차 앞 유리가 부서지기도 한다.뜻밖의 사고가 일어날 때를 위해 자동차 보험은 존…
    리빙 2020-04-24 
    우리는 때때로 미래를 알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미래를 알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에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오늘을 살아가며 한편으로 미래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현실에 너무 치우쳐서 미래를 무시 해서도 안되…
    리빙 2020-04-10 
    자동차보험 가입은 법적인 의무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사고를 당해 상대에게 클레임하려고 보면 상대편이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고 있지 않은 경우를 보게 된다. 이럴 때 내 과실은 아니지만, 자신의 보험회사에 청구해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이것을 무보험자 피해 보상 …
    리빙 2020-03-27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로 인한 감염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진정의 기미가 보이지 아니하는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문제로 많은 사람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오늘까지(3월 9일) 전 세계의 112개국에서 111,862명의 감염…
    리빙 2020-03-13 
    올 봄은 유난히도 더디게 갔다. 거의 날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블랙홀에 파묻혀 모든 일상이 그곳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러다보니 꽃샘추위가 지나갔는지, 목련은 피었다 졌는지, 부활절이 언제였는지 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그저 창세기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먹고 자고 해가 …
    문학 2020-06-12 
    하와이에서 생긴 일 (26) “큰 바다사자라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되게 크네. 센프란시스코 어부들의 시장 피어 39에서 봤을 때는 이렇게 큰 줄 몰랐는데, 그때 이놈들이 떼로 있어서 그랬나. 이놈은 키가 3미터쯤 되는 것 같지? 몸무게는 500킬로는 되는 …
    문학 2020-06-05 
    근간 코로나 ‘그 년’ 때문에 ‘방콕이 길어지니 온갖 옛 생각이 떠오른다. 가끔은 마치 빠삐용처럼 중얼거리며 한 때의 씁쓸했던 기억을 다시 한 번 더듬어 보았다. 그가 산사(山寺)행을 결심한 것은 그 해 가을, 졸업을 한 학기 남겨 두고였다. 군대를 제대하고 하…
    문학 2020-05-29 
    타월은 17세기 터키에서 발명되었다고 하며 18세기에 현대의 타월형태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였으나 19세기 까지도 아주 구하기 힘든 품목이었다고 한다.5월 25일은 타월 데이(Towel Day)다. 영국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SF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
    문학 2020-05-22 
    딱 멈춘 것 같았던 시간은 계속 달리고 있었다. 눈부신 5월 아침이다. 아니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아침이다.어머니 날이라고 아이들이 점심을 준비하나 보다. 사내녀석 둘이서 무슨 할 말이 저리 많을까. 큰아이 여자친구까지 합세하니 집안은 온통 달콤한 냄새와 웃음소리로 …
    문학 2020-05-15 
    남편은 이주 전 점심을 잘 먹은 후 넘치는 에너지로 지붕 위 처마를 손본다며 올라가더니 잔디밭위로 떨어졌다. 사다리를 이용하지 않고 이층 발코니 기둥을 잡고 내려가다 당한 변이었다.평소 같으면 패밀리 닥터에게 전화해서 정형외과 닥터를 볼 터인데 때가 때인지라 응급실로…
    문학 2020-05-08 
    하와이에서 생긴 일 (25) 헬기 조정사 제임스가 니하우의 카우마카니(Kaumakani) 헬리콥터 관리실에 들러 헬기의 정비 관계를 알아보는 동안 레이와 상필은 ‘금지의 섬’ 탐색에 나섰다.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태평양 한 가운데,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는 수줍은…
    문학 2020-05-01 
    집콕 기간에 날씨까지 요변덕을 떨어서 96도와 39도를 기록했다. 말갛고 환하다가도 갑자기 천둥번개에 비를 뿌린다.유일한 외출인 운동장 걷기에 딴지를 걸기도하고 바람도 질세라 20마일 가까이 불어재끼니 봄, 여름, 겨울옷을 교대로 입어야하는 달라스의 봄날!오늘은 바람…
    문학 2020-04-24 
    [ 문학에세이 ] 김미희 시인의 영혼을 위한 세탁소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전대미문의 괴질은 온 인류를 공포 속에 몰아넣고 마치 전대미문의 휴가라도 주는 듯 시간의 노예들을 풀어주는 듯 사람들의 동선을 집으로 돌려놓았다.빛도 얼려버릴 냉정함으로 가차 없이 밖에서 …
    문학 2020-04-17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