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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지구에게도 휴가가 필요한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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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0-04-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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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기간에 날씨까지 요변덕을 떨어서 96도와 39도를 기록했다. 말갛고 환하다가도 갑자기 천둥번개에 비를 뿌린다.
유일한 외출인 운동장 걷기에 딴지를 걸기도하고 바람도 질세라 20마일 가까이 불어재끼니 봄, 여름, 겨울옷을 교대로 입어야하는 달라스의 봄날!
오늘은 바람도 아침잠을 자나보다. 은회색 하늘이 포근하다. 진순에게 아침을 준 후 부추사이에 끼어 자란 잡초를 호미도 댈 수 없어 맨 손 끝에 힘을 주어 솎아낸다.
영양제를 뿌려가며 키우던 잔디밭이 부추밭이 되고 보니 가늘고 힘들게 자란 잔디가 잡초 신세가 된 것이다.
“30여 년간 풀을 연구했지만 잡초라는 풀은 없더군요. 쓸모없는 풀은 없습니다. 모든 풀은 자원입니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나면 또한 잡초로 취급받듯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되는 것. 잡초에도 저마다 의미와 가치가 있는데 ‘사람의 기준’에서 그 원인을 모를 뿐이라고 하신 강병화박사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또 <도시에서, 잡초>에서도 같은 풀이라도 밭에 심은 채소를 잘 자라지 못하게 하면 잡초, 데쳐서 맛있게 무쳐 먹으면 나물, 현관을 장식하기 위해 꽂아둔다면 화초가 된다고 했다.
10여 년 전 문학회원과 말을 보러갔다가 반가워서 씨를 받아온 기생나팔. 빨갛고 귀여운 꽃 을 즐길 새도 없이 세월은 가고 녀석들은 해마다 채소와 꽃과 과일나무를 휘감아 남편이 넌더리를 내며 잡초 제거작전을 펼쳤었다.
밭모퉁이 구석에서 낯이 익은 떡잎 두 개로 싹을 틔운 녀석이 반가워 조심스레 화분에 옮겨 심었다. “그걸 왜? 또!” “밭에 안가도록 화분에서 예쁘게 키워보려구요.”
그 오랜 세월의 잡초가 화초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잡초는 작은 벌레들의 보호처요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며, 또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지표면을 보호해 토양 침식과 유실을 막아주는 ‘지구 지킴이’의 최정예부대가 아닐까 싶다.
‘사람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들의 풀도 창조하시고 번성하고 충만하라고 축복하시며 사람에게 잘 다스리라고하신 성경말씀이 더욱 생각나는 요즘이다.





유엔에서 지정한 ‘세계환경의 날’은 6월 5일이지만 4월 22일은 51번째 ‘지구의 날’이다. 192개국에서 10억 명이 참여중이며, 자원을 절약하고 10분간 밤에 불을 꺼 놓고 있어야 하며 나무심기를 권장한다.
“지구의 날 선언문은 인간이 환경파괴와 자원낭비로 인해 자연과 조화롭게 살던 전통적 가치가 파괴되고 있음을 경고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민의 생활문화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지구가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하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질주하며 몰려다니며 날아다니던 전 세계 사람들이 멈추니 아팠던 지구도 쉬면서 회복되는 반가운 소식들이 세계 각처에서 들려온다.
브라질에서는 해변을 찾는 사람이 없자 국제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 알 97개가 부화했고 홍콩에서는 동물원의 임시폐쇄로 판다 커플이 10년 만에 짝짓기에 성공했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스모그 때문에 볼 수 없었던 히말라야 산맥을 30년 만에 육안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칠레 산티야고 도심에서는 퓨마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는 여우가 발견됐다고 한다.
한국도 미세먼지 없어 맑은 봄날의 꽃들이 더 화사한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왔다.





하룻밤에 9개의 토네이도가 달라스 지역의 학교 교회, 쇼핑센터 등 여기저기를 초토화시키며 무시무시하게 지나갔던 작년 시월.
우리 집도 대여섯 아름드리 나무들이 가지가 꺾이고 쓰러지고, 두 세 뼘 됨직한 가지들만 우선 처리한 후 올 봄에 본격적으로 나무 트림회사에 부탁하려는 참인데 코로나 19로 올 스탑!
집에 있는 서너 뼘 길이의 전기톱으로 남편의 전지작업이 시작되었다. 두 개의 사다리가 동원되고. 세 번에 걸쳐서 지난 화요일 드디어 얼추 마무리가 되었다. 한결 깔끔해졌다. 개구쟁이의 산발된 더벅머리를 이발시킨 듯 했다.
데크에 비가리개 지붕을 만든 덕에 30여년 미국생활 처음으로 데크에 앉아 책을 읽는다. 라임나무를 보며 라임차를 마신다.
옆에 앉은 진순은 10여년 애증의 남편인 진돌을 작년 6월 7일 보낸 후부터 짖지를 못한다. 덱크에 깔아놓은 꽃자리에서 잠든 진순. 전 주인이 우리 집에 두고 간 후 10 여년을 우리는 함께 할 시간이 없었다.
몇 번의 봄날에 남편 농사를 칭찬하러 나가거나 사진 찍는 일, 아주 가끔 아파서 쉴 때 뿐. 이 시간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자택대피령은 내게 많은 선물을 안겨주었다.
무엇보다 진순과 친해졌고 6권의 책을 메모하며 완독했고 다리 다친 이후로 쪼그리고 앉는 것이 불편했는데 무자격 정원사 남편의 얼치기 조수를 하다 보니 저절로 운동이 되었다. 몇 개 안 되는 계단이지만 진순과 오르내리고.





서로에게 복 빌기 바빴던 연초에는 상상도 못하고 들어보지도 못했던 생소한 말들. 우한폐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비드 19, 알쏭달쏭한 번호의 마스크 이름들, 팬데믹, 외출금지령, 자택대피령,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사람들에게는 길지만 몇 달 새에 지구환경은 크게 개선되어 가고 자연과 동식물의 회복을 누군가는 ‘코로나 19의 역설’이라고 했다.
쓰레기와 합성세제 줄이는 것은 물론 지구에게도 푹 쉴 수 있는 휴가를 줘야겠다. 지구도 이민자의 아빠처럼, 엄마처럼 잠시라도 푹 쉬기를…
“그동안 많이 미안했고 고마웠어요! 우리의 사랑이요 자랑인 지구의 회복을 위해 노력할게!”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볼 때/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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