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빵나무(Breadfruit Tree)

페이지 정보

작성자 NEWS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0-10-02 09:33

본문

하와이에서 생긴 일 (30)  

 

“여기는 뽕나무 밭이네. 여기서 누에 치나?”

“상필 씨는 뭐든 반은 맞아.”

“반만 맞아도 어디야. “

“이 나무들은 뽕나무과인 빵나무야.

“빵나무라니, Bread Tree란 말야? 우리 시골 집 감나무 만큼 큰데?”

“Breadfruit Tree라고 해. 우리 클럽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농업분야가 바로 이 빵나무 사업이야. 우리 아버지가 적극 참여하고 있어.”

“아니, 미국에 식량난이 아직 해결 안된거야? 아니면 하와이에 빵 문제가 있는거야?”

 

빵나무는 태평양에 위치한 사모아와 타히티 등 섬에서 자생하는 나무인데 하와이에는 AD 12세기 경에 이들 섬으로부터 전해졌다. 빵나무 한 그루당 연간 최대 180kg의 열매를 수확하는데 탄수화물 외에 비타민 A, B, C와 무기질이 골고루 갖춰있어서 수 세기 동안 섬사람들의 주식이었고 한 가정에 이 나무 한 두 그루면 1년 양식이 되었다.

 

“지금의 빵나무 재배는 빵을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빵나무가 갖고 있는 효능 때문이야. 천식, 안약, 피부염 등에 좋은 약성분이 들어있고 또 나무의 즙은 라텍스라고 불리는데, 코코넛 오일과 함께 섞어서 선박에 색칠을 하거나 특유의 끈끈한 성질을 이용해서 풀로 쓰이지. 나무의 줄기는 실로 뽑아내어 옷감을 만들고. 이건 비밀인데 우리 연구소에서는 빵나무에서 축출하는 약품으로 장차 노벨 의학상을 목표로 하고있어.”

“원대한 꿈을 가지고 계시네. 꼭 이뤄지기를.”

상필이 가슴에 성호를 긋는 시늉을 했다.

“상필씨, 좀 점잖을 수 없어? 하와이 원주민들은 원래 고구마나 타로를 재배해서 주식으로 하던 사람들이라 농사에는 조예가 깊은 민족이야. 빵나무 재배사업으로 하와이인들에게 많은 일자리가 주어진다고 해. 어, 잠깐.”

레이가 어느 허름한 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급히 들어가더니 누르스름한 밀반죽 같은 것을 들고나왔다.

“이게 뭐야?” 

“이게 하와이인들이 좋아하는 빵나무 포이야. 빵나무 포이를 파는 곳은 아주 드믈어. 하와이 원주민들이 사는 곳에 이게 있어.”

“타로 포이와 비슷하게 생겼네.”

“맞아요. 빵나무 열매의 껍질을 벗기고 삶은 다음 타로 포이처럼 돌공이로 짓이기면 차지게 되고 구수하게 되지. 우리 아버지가 타로 포이 만드는 것 봤지? 포이 먹는 것처럼 손가락으로 요렇게 찍어서 먹는거야요.”

 

빵나무 포이는 뭐라고 할까, 맛이 심심했다. 살짝 고구마 맛이 나기도 하고 한국의 막걸리 빵같은 맛이났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이 빵나무 맛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어. 우리 엄마가 떡을 좋아하는 것처럼.”

“레이도 이 빵나무 포이 좋아해?”

“나는 빵나무 포이를 먹기는 해도 삼가고 있어. 살 찌는 음식이잖아.”

“히야, 나중 우리 집에 이 빵나무 한 그루 심어놓고 평생 먹으면 되겠네.”

“빵만 먹고 사니?” 

레이는 한국인 엄마가 “밥만 먹고 사니”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하며 웃었다.

 

“빵나무가 영화의 주인공이 된 일이 있어. ‘바운티호의 반란’이란 영화에서.”

“바운티호의 반란? 들어본 것 같은데?”

“그 영화의 주인공이 빵나무였어.”

“에이, 빵나무가 무슨 주인공이야.”

“정말이야. 우리 아버지가 비디오 보여주셨어. ’Based on true story’라는 거 있지?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데 빵나무에 얽힌 흥미로운 영화였어.”

 

바운티호는 1784년 건조된 민간 상선이었는데 영국 해군이 1787년 특수 임무를 위해 사들이고 시설물을 뜯어 고친다. 바운티호(선장 Captain Bligh)의 공식 임무는 측량이었으나 진짜 목적은 남태평양 특산물인  ‘빵나무(breadfruit)’ 묘목 운송에 있었다. 

빵나무 묘목 운송을 위해 화물칸을 확대하고 선장실을 온실로 바꿨다. 직사광선이 좋지 않다고 하여 간접광선을 받도록 불투명 유리시설을 만들고 화물칸의 습도 유지를 위한 특수장치까지 했다.

묘목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바운티호, 그런데 1789년 4월 28일 새벽 5시 무렵, 남태평양 타히티섬과 호주 중간 부근 해역을 항해 하던 중 선상 반란이 일어났다. 선원들을 함부로 대하고 폭언을 일삼던 선장에 대한 항거였다.

선원들에게는 조그만 일에도 매질을 하고 심지어 먹을 물을 아끼면서 빵나무 묘목은 애지중지 물을 아끼지 않는 것을 보고 “우리 보다 빵나무 묘목이 더 중요한가”라는 반란이었다.

반란자들은 선장을 묘목과 함께 작은 보트에 실어 바다에 떠나보냈으나 블라이 선장은 오랜 표류 끝에 영국으로 돌아온다. 빵나무 묘목과 함께. 그 후 반란자들을 찾아내고 법적 소송을 벌리는 이야기.

 

“와우, 그 선장 빵나무에 대한 집념이 대단했네. 진짜 빵나무가 주인공이 된 영화였군. 세상은 온통 모험이야. 그런데 영국에서는 왜 빵나무가 필요했을까?“

“영국의 빵나무 재배는 식민지 개발에 필요한 노예들에게 먹이려고 했던거야.”

“노예들에게 진짜 빵을 주기 아까워서?”

“역사도 겉모습과 속이 다른 것이지요. 특히 영국의 식민지 역사는…” <계속>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1. 아르바이트로 피자배달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보험으로 보상이 가능한가?피자배달도 일종의 상업행위이므로 당신의 자동차가 개인 용도로만 사용되는 차라면 상업용으로 커버 받기 위해서는 Policy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신의 커버리지를 확인해보지 않고 보험회사에서 …
    리빙 2020-10-09 
    작년 이맘때 남편과 나는 여수, 순천을 둘러보고 일행과 떨어져 하동 송림과 화개 쌍계사를 둘러볼 참이었다.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니 이른 아침 6시 반에 포항 가는 기차가 있었다. 내친김에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달리는 기차를 타보고 싶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면…
    문학 2020-10-09 
    「너를 죽도록 사랑해」엄마 엘리사는 임신 중이다. 어느 날 엘리사는 양수가 터져 병원을 갔는데, 의사로부터 딸이라는 소식을 듣고 기뻐한다.그런데 잠시 후, 의사가 초음파 검사에서 엘리사의 몸에 종양이 발견되었는데, 유방암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위급한 상황에서 엘리사는 …
    문학 2020-10-09 
    역류성 식도염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위장질환입니다. 하지만 이 흔한 위장질환이 척추의 상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척추 중에서도 등 가운데에 해당하는 흉추는 위장을 포함해 흉부 안쪽에 위치한 장기들의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이 …
    리빙 2020-10-02 
    미국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린 미국 전 연방 대법관으로 지난 27년 동안 연방 대법원을 지키며 양성평등과 소수자를 위한 판결을 이끌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지난 9월 18일 암투병 끝에 췌장암 합병증으로 87세를 일기로 타계하면서 그 공석을 채울 연방 대법관에 이목이 …
    회계 2020-10-02 
    하와이에서 생긴 일 (30)“여기는 뽕나무 밭이네. 여기서 누에 치나?”“상필 씨는 뭐든 반은 맞아.”“반만 맞아도 어디야. ““이 나무들은 뽕나무과인 빵나무야.“빵나무라니, Bread Tree란 말야? 우리 시골 집 감나무 만큼 큰데?”“Breadfruit Tree라…
    문학 2020-10-02 
    ‘핵산’은 핵단백질의 비단백부분으로, 모든 생체세포 속에 들어있는 우리 몸에 중요한 성분입니다. DNA(Deoxyribonucleic Acid)와 RNA(Ribonucleic Acid)라는 두 종류가 존재하며, 인간은 핵산 없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인간의 몸은 약 60…
    문학 2020-10-02 
    존 템플턴은 뉴욕 월가의 전설적인 편드 매니저다. 그는 글로벌 투자의 선구자이며 탁월한 통찰력과 전 세계를 내다보는 폭넓은 시야의 소유자로 50여 년간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실현했다. 그러나 고매한 인격과 높은 도덕성, 박애정신으로 더 존경받는 인물이다.1912년 테…
    부동산 2020-10-02 
    집보험에 가입하면서 또는 가입 후에라도 집보험의 보상혜택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동차 보험은 장기적으로 볼 때 사고와 클레임을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되므로 보험혜택의 내용을 그래도 좀 아는 편이지만 집보험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그러다 보니 집보험 가입자…
    리빙 2020-09-25 
    꽃 대궁을 쑥쑥 올리고 궁중각시 족두리의 붉은 자태를 뽐내던 꽃무릇! 2~3주 만에 화관이 시들고 나면 초록 잎이 봄 싹처럼 얼굴을 내밀며 가을소식을 전한다.제대로 가꾸지 못해도 철 따라 열심히 사는 앞마당 가족들에게 올해는 이변이 생겼다.브레드페어트리가 초록 잎이 아…
    문학 2020-09-25 
    「레미, 우리가 해냈어」10살의 소년 레미는 프랑스의 샤비뇽이라는 마을에서 자라났다. 그리고 레미에게는 루셋이라는 소가 자신의 유일한 친구였는데, 하루 종일 루셋에게 풀을 먹이면서 노래를 흥얼거린다.아빠 제롬은 돈을 벌기 위해 파리에 가 있었기에, 레미는 10년 동안을…
    문학 2020-09-25 
    바다 건너 고국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이 군복무시 휴가는 과연 적절한가를 놓고 온 나라가 떠들석하다.국방부가 지난 10일 추장관 아들 서모씨(27)의 카투사 복무시절 휴가가 적법하다는 취지의 설명자료를 낸 이후 국방부 민원실에 항의성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회계 2020-09-18 
    “좌회전해 주세요.”“이 길은 모르겠는데요.”“난 알아요. 돌아가는 길이지만, 편하고 아름다워요.”오랜만에 가슴에 오래 남을 영화 한 편을 만났다. 원래 영어가 아닌 외국영화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화면을 뚫어져라 보며 숨가쁘게 자막을 읽어내야 해서 될 수 …
    문학 2020-09-18 
    활동량과 운동량은 줄어들었는데, 식사량은 그대로인 요즘 식단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가 아프다고 느낄 때가 더 자주 있는 것 같습니다.이렇게 속이 더부룩할 때 두통이 생기는 이유는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뇌에 산소부족으로 아픈 것입니다.이를 …
    문학 2020-09-18 
    “위기나 공황이 한창일 때는 정상적인 가치기준이라는 게 없다. 부동산과 주식 투자 모두 인간의 심리가 깊이 관여하는 심리게임이다.”캐나다 출신의 전설적인 투자전문가인 데이비드 드레먼(David Dreman)의 말이다. 이처럼 역발상 투자가란 한마디로 많은 사람이 투자를…
    부동산 2020-09-18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