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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압을 위하여 울며” - 하나님, 당신께 실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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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EWS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0-09-2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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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대궁을 쑥쑥 올리고 궁중각시 족두리의 붉은 자태를 뽐내던 꽃무릇! 2~3주 만에 화관이 시들고 나면 초록 잎이 봄 싹처럼 얼굴을 내밀며 가을소식을 전한다. 

제대로 가꾸지 못해도 철 따라 열심히 사는 앞마당 가족들에게 올해는 이변이 생겼다. 

브레드페어트리가 초록 잎이 아직도 무성한 채로 가지 끝에 하얀 꽃을 피워냈다. 이른 봄 맨가지에 하얀 면사포를 씌우듯 화사한 봄을 만든 후 비로소 뾰족뾰족 잎을 내고 가을엔 감잎처럼 단풍이 고운데 꽃을 피우다니.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관목에 속하는 텍사스 옐로벨은 겨울잠에서 일찍 깨어 푸른 잎을 내고 노란종모양의 꽃을 ‘종종종’ 귀엽게 피우는데 꽃피울 생각이 전혀 없는지 올해는 잎만 무성하다. 

 

세계 각처에서 생기는 이변들로 인해 업치고 덮치는 재난의 연속이다. 초대형 호주 산불은 작년부터 올 초까지 한반도 절반 이상의 면적을 태우고 코알라, 캥거루, 박쥐 등 10억 마리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다.

4,000억 마리의 메뚜기 떼로 인한 아프리카의 큰 피해.  중국 일부를 공격한 또 다른 메뚜기 떼에 이어 어마어마한 홍수피해. ‘500년간 최악의 가뭄’에 봄 농사는 커녕 지하수까지 마른 유럽.

또 러시아의 시베리아에서 비처럼 앞이 안보일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진 진딧물떼. 미국도 서부는 산불이 휩쓸어 서울면적의 6배가 탔고 아직 타고 있는데 지진까지 덮쳤다.

동부는 두 번에 걸쳐 허리케인이 휩쓸었고 남서부 지역에서 수십만, 수백만 마리의 새가 죽는 대형 참사가 산불 때문에 일어났다고 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몇 달 째 학교를 못가니 학교급식이 없어 배고픈 아이들. 집에만 갇혀 있다 보니 학대 당하는 아이들과 노약자들의 소식에 연일 마음이 아프다. 

끝을 모르는 코비드 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는 바닥을 치는데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재난과 더불어 얼마나 많은 참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런 모든 상황들이 “종말의 표적이 아닐까?”라며 어느 손님이 묻는다. 

 

오디오 북클럽에서 읽었던 필립 얀시의 ‘하나님, 당신께 실망했습니다’를 다시 펴들었다. 저자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선가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한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쓴다고 했다. 

우리라고 예외일까. 목회생활 중에 견디기 힘들었던, 숨통이 조여오듯 하던 상황들, 감히            ‘하나님 실망 했습니다’라는 말은 생각도 못했고 어느 누구에게도 아무 말 못하고 우리 부부가 금식과 철야와 눈물기도로 애탔던 세월들. 끝까지 침묵하셨던 하나님이 생각났다. 

이 책은 인디애나 교회 교우들의 ‘치명적 오류’로 시작한다. 졸업논문까지 썼던 신학생 리처드가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확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해 성경과 신학책들을 태워버리고 “배신감이 주는 고통 가운데서 믿음은 연기처럼 날아가고”라는 이야기로 이어간다. 

‘하나님은 과연 공평하신가? 하나님은 침묵하시는가? 하나님은 숨어계시는가?’ 아무도 대 놓고 묻지 않던 질문을 간증담긴 예화로 말씀과 접목시키며 독자의 감성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어린 시절 남부 근본주의 교회 안에서 성장한 저자가 생후 10개월 때 소아마비를 앓던 24세의 아버지가 교인들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3개월 후 돌아가셨다.   

하나님은 정말로 어떤 분이신가? 하나님도 기쁨과 좌절과 분노를 느끼신다. 예언서에서는 고통 때문에 울고(렘48:31) 신음하신다. 

부모의 마음, 연인의 마음을 가지신 분이 인간들의 행동 때문에 계속 충격을 받으신다. 성경에서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가졌던 사람들은 놀랄 만큼 친숙하게 그 분을 대했다. 마치 옆자리에 계신 것처럼, 상담가나 직장상사, 연인과 대화하듯 성경을 통해 스스로 말씀하시고 사랑받기 원하신다는 것이다.

자기 백성들의 사랑에 굶주려 있는 하나님. 이 책을 읽으며 이런 하나님을 처음 느끼다보니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난다. 

하나님이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저자는 하나님으로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려면 창조의 순간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우주의 중심에는 웃음이 있다고 했다. ‘보시기에 좋았고 심히 좋았더라’ 창조의 순간부터 전해 내려온 기쁨의 맥박. 갓 태어난 자신의 아기를 처음으로 꼭 끌어안은 부모는 그걸 안다고 했다.

그 후 십대 때 반항하며 부모마음을 찢어놓듯 하는 행동에 자식을 기다리는 아버지가 되기로 하셨다. 위험을 감수하시는 하나님은 부모가 되는 법, 상처 입은 연인같이 사랑받고 사랑하는 화해의 길을 택하셨다.

즉 “처음에 하나님은 부모의 마음으로 히브리인들 주변을 맴도는 아버지셨다. 그 다음 성자 하나님이신 예수님은 위로부터 독단적으로 명령을 내리시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려 드리는 것을 가르치셨다. 마지막으로 성령하나님은 문자 그대로 하나님의 임재로 우리를 채우셨다.” 

 

히브리서 11장에는 욥처럼 혹독한 시험을 치른 구약의 인물들이 겪은 끔찍한 일을 세세히 기록해 놓았다. 저자는 세상이 감당치 못했던 믿음으로 충만한 사람들을 ‘안개 속의 생존자들’ 이라고 하면서 ‘인내는 그저 어려움을 견디는 능력이 아니라 그 어려움을 영광으로 바꾸는 능력’이라는 윌리엄 버클레이의 말을 인용했다.

또 인간의 기도는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을 연결하는 접촉점이라고 했다. 2020년의 모든 환란 가운데 아픔을 당한 많은 이들의 슬픔이 속히 지나가기를 기도한다. 모압을 위해 우시던 사랑의 하나님께. 

 

“너희는 내게 부르짖으며 와서 내게 기도하면 내가 너희를 들을 것이요 (예레미야 29:12)”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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