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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하와이에서 생긴 일 (34) 오바마 대통령이 다녀간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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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1-02-0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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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하자. 내가 한 턱 쏜다.” 리처드가 어깨를 으쓱하며 무리의 보스처럼 굴었다.

“알지? 72번 선상 ‘Roy’s’로 모두들 와.” 이 사람들도 뒷담화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상필이 코코헤드 정상을 10분만에 올랐다는 게 큰 사건인양 떠들었다. 이 기록을 기네스북에 올려야 된다고 누군가 말했다. 별것도 아닌걸 가지고 과장한다 싶었다. 

로이스 식당에는 밴드가 있었다. 리처드가 밴드 매스터를 불러 뭔가를 주문을 했는데 곧 ‘아리랑’이 연주되었다. 아리랑은 물어보지 않아도 상필을 의식한 것이라 상필이 얼른 일어나 허리를 숙여 밴드에게 인사를 하고 리처드에게도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상필의 코코헤드 10분 돌파 기록을 축하하는 음악이야. 아리랑은 하와이 사람들에게 익숙한 음악이지. 아리랑은 한국인들의 ‘알로하 오에’이지”

리처드가 아리랑을 안다는 듯 일행에게 설명을 했다. 아리랑을 재즈식으로 연주를 하여 식당 안 사람들이 흥겨워했다. 이 식당은 리처드의 ‘나와바리’였다. 식당의 벽 여기 저기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식사를 하며 담화하는 사진을 붙여놓았다. 

여기는 ‘오바마 대통령이 찾는 식당’이란 걸 크게 내세우고 있었다. 메뉴를 펼쳐 보이는 웨이터에게 상필이 먼저 오더를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드신 걸로 주세요.”

“뭐라구요? 오바마 대통령의 단골메뉴는 프레이트 런치(Plate Lunch)인데요?” 

“네, 바로 그거요” / “OK! He is so funny.”

웨이터가 코믹한 표정을 짓자 일당들이 발을 구르고 큰소리로 웃고 야단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틴이었을 때 즐겨 먹었던 음식은 프레이트 런치(Plate Lunch)야. 접시에 밥과 야채, 칠리, 바베큐 고기를 수북하게 담아 먹는 거야. 배고픈 노동자들의 음식이지. 청소년들은 항상 배고프니까.”

상필은 레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의 단골이었다는 와이키키에 있는 ‘레인보우 투고’ 식당에서 먹어봤기 때문에 주저 없이 시킨 것이다. 레이의 전화기가 여러 번 울렸는데 받지 않다가 마지못해 받는듯했다.

“하이, 아빠. 알았어요, 곧 갈께요.” 레이는 무슨 잘못을 저지르다 들킨사람처럼 새침한 얼굴을 했다.

“무슨 전화야? 누구 전화인데.” / “아빠 전화야. 할 말 있다고 집으로 오래.”

레이의 아빠 로버트 카메하메하의 전화가 아니었으면 상필은 일당들에게 또 무슨 시험을 당할지 모르는 처지에 있었다. 이번에는 팔씨름을 하잘 것 같은 기세였다. 레이 아버지의 호출이 반가웠다.  

“아니, 레이야, 어딜 그렇게 다니니? 엄마가 보고 싶어하는 줄 알면서. 피곤하지요?”

레이 어머니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상필의 손을 잡았다. 부드러운 손길에 상필은 그 동안 받은 설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엄마~ ’하고 울 뻔했으나 얼른 자세를 바꿨다.

“아뇨, 재미있었습니다.”

레이 아빠 로버트가 언제 만들었는지 막걸리 같은 카바(Kava) 쥬스를 권했다. 카바는 좀 떪은 맛이 나지만 박카스 같이 먹고 나면 상쾌해지는 하와이 토속음료다.

“오늘 너를 부른 것은 Barry가 온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 “베리 아저씨가 온다구? 샤샤도 온대? 언제?” 그렇게 으젓해 보이는 레이가 즈이 엄마 아빠 앞에서는 응석받이였다.

“그럼 파티 하는거야? Choon Gang들 다 모이는거야? 어디서? 그 집?”

가족끼리 얘기하기에 바빠 상필의 존재를 잊어버린 듯 했다. 어떤 때는 하와이 원주민 언어를 쓰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하와이식 영어를 써서 상필은 이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된 체였다. 

눈을 껌벅이며 심심한듯 앉아있는 상필이 불쌍했던지 레이 아빠 로버트 씨가 상필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상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하와이 출신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 여긴 그 분의 고향이야. 그분 집이 여기 있어서 가끔 들러 휴식을 가지며 옛날 친구들도 만나고 그가 즐기는 하와이 음식도 맛보고 그러거든. 며칠 후에 부인 미셀과 두 딸이 함께 온다는 소식이야. 오바마가 온다는 소식은 하와이 친구들에게는 축제 분위기야. 그때 오바마와 어울리던 친구들 중에는 사업가도 있고 변호사도 있고 나처럼 교수가 된 사람도 있어. 죽은 친구도 있지. 비치에서 환영파티를 하는 날이면 나는 하와이식 돼지고기 요리를 해야돼. 하하하.”

레이 아빠 로버트 씨가 자기가 오바마 대통령의 친구라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며 오바마 대통령 하와이 방문 때 ‘하와이식 돼지고기요리전담’이라는, 그가 맡은 역할에 무척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이번에 상필에게 하와이식 돼지고기 BBQ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지.”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하고는 어떻게 특별한 친분이 있게 된거죠?”

”내가 여기 푸나오후 고등학교를 그와 같이 다녔어. 난 베리와 친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어울리는 편이었지.”

“베리가 누구죠?” / “버락 오바마의 별명이야. 친구들은 그를 베리(Barry)라고 불렀지.”

“그들은 춤갱(Choom Gang)이었어.” 레이가 끼어들었다.

“춤갱? / “춤갱(Choom Gang)은 하와이 말로 ‘마약하는 사람’을 말해. 그러니까 ‘약쟁이들 모임’이라는 뜻이지. 오바마가 부친 이름이래.” / “오, 대통령께서 고교 때 마약을 했다는거예요?”

“70년대 하와이는 매우 낭만적이었어. / “와, 그럼 레이 아빠는 오바마 대통령하고 마약 친구네요.”

“Barry는 탄탈루스 산에서 놀고 나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놀았지. 그는 농구를 즐겼고 나는 서핑을 즐겼지. 가끔 부딪히기도하고.” / “와, 멋있다. 대통령 친구를 두시다니.”

“베리가 미국의 대통령직을 훌륭하게 수행 했다는가 하는 정치적 치적을 논하는 것은 후세인들의 몫이지. 그러나 그가 매우 인간적이고 정직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 수 있어. 빌 클린턴 대통령은 마약을 했느냐는 질문에 ‘안 했다’고 답을 했지만, 마약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사람들이 오히려 의심을 하는 거야. 베리는 마약 한 사실을 숨기지 않고 시인을 했지. 어때, 상필은 고등학교 시절 담배 피우고 맥주 마시고 가끔 약도 하는 그런 학생은 아니었나?”

“고등학생 시절 담배 안 하고 술 안 마시고 약 두 번 안 한 학생 있나요?” / “상필 씨도?”

레이가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상필의 등을 때리듯 두둘겼다.

“알잖아, 레이. 고딩들은 어디나 마찬가지지.” 온 식구들이 합창하듯 웃었다. 기분이 좋았다. 가면을 벗은 것 같아서 시원했다. 솔직함을 들어내고 그걸 받아들이는 교감이 있다면 가족인 것이다.

“베리는 탄탈루스 산에서 카셋을 크게 틀고 스티비 원더의 노래를 듣고는 했지. 그들은 실컷 놀다가 집으로 갈 때에는 깡통 하나 휴지조각 하나를 남기지 않고 깨끗이 치웠어. 젊음에 취하고 맥주에 취하고 때론 마리화나에 취했지만 의식은 건전했다고나 할까. 그가 성공 했을 때 친구들은 비로서 그를 알아보았지. 그가 매우 절도 있게 행동했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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