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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이월아,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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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1-02-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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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이 짧은 이유를 아니? 날씨가 늘 요변덕 떠는 이월이 난 싫어.” 백인 할머니 불평이다.

“그래서 더 감사할 것이 많은 2월, 봄맞이를 위한 고통의 시간은 성장의 축복이니 네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월에게 살며시 마음을 전한다.

어제 아침엔 유리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얼음 눈 위를 조심스레 가던 자동차들. 낮 동안의 햇빛으로 오늘 아침은 씽씽 달리는 소리가 씩씩하다. 하루 새에 눈나라에서 봄나라로 바뀐거다.

 

작년부터 봄의 길목에서 코로나 19라는 복병에 잡혀 ‘무기수 수인(囚人)’처럼 보낸 지구촌 사람들. 올 초 백신접종과 치료제의 개발로 터널 끝이 보이는 듯, 꽃길을 걸을 듯 싶었다. 

연분홍 고운 꽃을 피운 매화. 꽃대를 품은 히아신스도 조신하게 올라오는 봄길에 최악의 한파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 화요일 밤부터 시작된 영하의 날씨가 낮에도 계속되고, 쌓인 눈은 발목이 푹푹 빠진다.

미국 48개 주의 73%가 눈에 쌓였고 CNN은 알래스카보다 추웠다고 했다. 75세 여자분은 달라스에서 태어난 후 처음이라는데 16일의 달라스는 1930년 이후 가장 추운 영하 18.8도가 되었고 텍사스 430만 가구 정전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32도 아래인 영하온도에 감이 안 잡히는 우리 부부는 연신 온도계산기를 보면서 섭씨영하 18도! 

추위 단속을 한다. 수도를 싸매고 시금치, 열무를 솎아 낸 후 마른 잎과 낙엽위에 비닐로 덮은 후 벽돌로 눌러두었다. 

앞마당 화초는 뿌리부분을 헌 타월로 감싸 준 후  비닐로 덮어 싸주고 크기에 맞추어 큰 박스, 양동이, 빈 화분, 등으로 덧씌워주고 돌로 눌러놓았다.

 

 매운 칼바람과 오다가다 하는 정전에 여러 겹을 입으니 에스키모 같다. 사발크기의 성탄 초와 작은 초들이 어둠을 벗겨 낸다. 시린 손을 쬐다보니 ‘성냥팔이 소녀’ 생각에 가슴이 아리다. 담요를 깔고 덮고 이불을 두 채씩 덮고 온기를 유지했다. 

밖이 환하다. 밝은 눈빛에 책을 읽었다는 가난한 옛 선비가 이해된다. 달라스에는 어쩌다 한 번 씩 귀한 손님으로 와서 곧 자취도 없어지는데 아직도 남은 눈이 무섭다. 

달문 문우가 ‘하얀 전쟁’이라고 하듯 갑자기 가난해진 마음은 주일 아침에도 자꾸 내리는 눈이 야속하다. 

백석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생각났다. 폰이 충분히 충전되면 홀로 사는 분들의 안부라도 물어야겠다. 

 

월요일, 오래된 부탄가스 때문인지 부르스타가 불통이다. 폰을 차 안에서 충전하며 잠자리 잡으러 가듯 운전해서 간 월마트에 부탄가스가 없다. 

코마트에 갔더니 임시 가스통으로 불을 밝힌 컴컴한 매장에서 온열기로 몸을 데우며 고객을 돕는 직원들이 구호요원처럼 반갑다. 

천만다행! 따듯하게 조리해서 파는 음식과 새로 산 부르스타로 집안에 온기를 더한다. 

진순과 나비를 챙겨놓고 ‘코로나 항체’가 생긴 덕에 선뜻 아들 아파트로 갔다. 당분간은 전염력도 없고 또 내게 침투하지도 않는다니, ‘코로나 19 음성 확인증’과 ‘항체 보유증’은 요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수료증인 셈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속담처럼 누리는 자유!

예정 없이 오고 가는 전기에 ‘연세 높은’ 집안 히터가 고단했던지 작동을 멈췄다. 이제는 기술자를 부르려도 전기가 불규칙하니 쉽지 않았다. 

우리 지역에 언제 들어오나 확인하려고 전화했더니 로봇 목소리만 들린다. “먹을거 덮을거 가지고 집 근처 쉘터로 가라”고. 이럴 때는 기도가 열쇠다. 감사하게도 전기시간 맞춰서 고칠 수 있었다.  

 

 봄을 이기는 겨울 없다더니 매운 바람가운데도 18일 목요일은 우수. ‘입춘이 지난 후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뜻’ 때문일까. 그렇게 많던 눈들이 하루 반 만에 전부 사라졌다. 

주일 아침, 히아신스, 튤립, 수선화, 진달래 옐로벨 등의 덮개를 벗겨주었다. 히아신스 꽃대가 발그레 웃는다. 뒷마당 채소식구들도 두꺼운 겨울 덮개들을 치워주자 아욱, 배추, 상추, 쑥갓, 부추, 미나리등 대견한 녹색 잎들이 부드러운 온기에 몸을 맡긴다. 

구부정해진 파, 마늘, 열무도 반갑게 기지개를 켠다. 날씨가 풀리면서 바로 쬐는 볕 대신 젖빛 하늘이 감사하다.

 

텍사스 주의 전기 비상사태로 지역별로 강제정전을 실시하던 전력통제 때문에 불편을 겪었지만 대형병원, 소방서, 양로원. 요양원의 불편하신 분들을 간접으로 돕는 것이었다니 감사하다. 

덕분에 그 주위 분들은 수도, 전기, 가스에 문제가 없었다니 그 또한 큰 복이다.

지인들도 전기 오면 부지런히 이것저것 하고 이불속에서는 폰 사용 절제로, 기도와 말씀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가스 벽난로에 오순도순 가족들과 군고구마도 실컷 먹었다는 분과 추억의 서랍을 열어 보인 지인의 톡을 받고 나도 잠시 추억 속에서 행복했다. 

‘이런 때는 오히려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던 먼 옛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미끄러운 눈길에 차 미끄러질까 걱정 없이 모두가 밖으로 나와 썰매 타며 눈싸움 하며, 전기 끊어질 걱정 없이 장작불 넉넉히 지피고, 아랫목 뜨끈뜨끈하니 이불 하나에 서로의 발을 한데 모으고 찐 고구마 한 양푼 가운데 놓고 오순도순…” 

 

“성도들의 인내가 여기 있나니 저희는 하나님의 계명과 예수 믿음을 지키는 자니라” (계14:12)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 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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