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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과 ‘홀로 움’

Last updated: 8월 6, 2021 11: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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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최재천 (이화여대 / 사회생물학) 석좌교수의 한 신문 칼럼을 보다가 참 가슴 깊이 아픔을 느꼈다. 마침 그 글을 읽던 즈음에 죽마고우였었던 60년 지기인 친구 한 명을 떠나 보냈기 때문에 나는 더 마음이 먹먹해지고 따가웠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평생 지기를 정 떼자고 한 100세 김형석 노교수님의 친구인 김태길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에 걸렸다. 말하자면 100세인 김형석 교수님에게는 절친 두 분이 있었다. 어느 날 안병욱 교수님이 더 늦기 전에 1년에 두세 번씩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자고 제안하자, 김태길 교수님의 답이 이러했다. 그러다 맨 뒤에 남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겠냐며 정 붙이는 일일랑 하지 말자 하셨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먼저 죽으면 남은 친구들의 허한 마음을 헤아리는 우정은 처연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오래 삶을 같이하던 지기들과 나이 들어간다고 정을 뗄 수야 없지 않겠는가. 아무리 정치꾼들이 세상을 협잡질 하고 나라가 썩어가도 진짜 친구와 우정은 변치 않는 것이라고… 나는 그리 생각했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참 지기를 떠나 보내고 혼자 버티는, 그 이상의 외로움이 더 이상 있을까. 그래서 시인은 그 ‘외로움’을  ‘홀로 움’이라고 표현을 바꾸지 않았을까…미세한 차이는 있을지언정 ‘홀로’는 ‘외롬’과 여운이 뭔가 좀 다른 느낌이 들어서였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떠나간 그 친구는 근 40년을 늘 붙어살다가 말 년 한 20년을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는 더 이상 만나지도 못한 채 헤어질 운명이라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언감생심 한 번도 그와 정을 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거의 반 평생을 함께 했던 동료 최인호 작가와 함께하던 9인의 동인들이 지난 10년 동안 네 명째 헤어지는 시점이었음에랴. 

그 친구랑은 물리적 체온은 못 느낄지언정 사흘거리로 카톡을 통해 글로, 얼굴로 서로를 마주하며 막걸리나 소주를 마셨다. 마누라가 만들어준 정구지 부침도 찢어주고 계란말이를 잘라 나누어 권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입원했고 그리고 떠났다. 허나… 나는 아직 그의 전화번호를 그대로 지우지 않고 있었다. 아침에 잠이 깨면 그가 카톡을 외치며 나를 부를 것 같은 착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어느 날 카톡이 왔길래 너무 놀라 받으니 그의 아들이 그의 49재를 무사히 마쳤다는 전언이었다. 그날 나는 우두커니 베란다 바깥을 내다보며 황동규 시인의 노래 한 자락을 떠올렸다. 

 

황동규 시인은 그렇게 서서히 다가오는 외로움을 ‘홀로움’이라고 노래했다.

 

“가을 물 칠한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 

실란(蘭) 꽃을 쳐다보며 앉아 있다/ 

조그맣고 투명한 개미 한 마리가 실란 줄기를/ 

오르고 있다/ 

흔들리면 더 오를 생각 없는 듯 멈췄다가/ 

다시 타기 시작한다.” 

 

어릴 쩍부터 대나무 가지를 사타구니에 끼고 함께 말 달리기를 하던 ‘죽마고우’가 떠나고 이제 두 달이 지났다. 그리고 내게서 그가 서서히 잊혀지고 있음이 슬프다. 하긴 떠난 놈 두 달 이상을 생시처럼 잊지 않는 것도 정상은 아닐 것이다. 내 부모 가족도 떠나고 나면 한 열흘 지나면 잊혀지는 법인데…두 달이면 너무 길었다는 생각이다. 거참, 그래서 누군가가 ‘情은 물’이라 했다는데…그  말이 빈 말이 아니었나 싶다 * 

 

손용상 논설위원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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