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300여 명, 공연·게임·사연·경품으로 가득한 축제 속에서 하나 되다

5월의 마지막 토요일, 캐롤튼 달라스 베다니교회 체육관에 오전부터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들어서는 얼굴마다 기대감이 역력했다. 그날 체육관은 단순한 행사장이 아니었다.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반평생을 버텨온 이 땅의 한인 어르신들을 위한, 1년에 단 하루뿐인 축제의 공간이었다.
DK파운데이션(이사장 스캇 킴)이 주최하고 AM730 DKNET이 주관한 제4회 ‘더 나눔 실버 페스티벌 2026’이 지난 5월 3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열렸다.
65세 이상 한인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이 행사에는 300여 명의 어르신이 참석해 공연, 발란스 게임, 장기자랑, 경품 추첨, 그리고 스낵과 점심식사까지 알찬 시간을 함께했다.
◈ ‘1년에 한 번은,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행사는 장햇살 목사의 개회 기도로 문을 열었다. 이어 DKNET 라디오 인기 진행자 김진언, 김명기씨가 사회를 맡아 행사장 분위기를 밝혔고, 스캇 킴 DK파운데이션 이사장이 단상에 올라 환영사를 전했다.

스캇 킴 이사장은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녀를 키우며 한인 커뮤니티를 일구어 온 어르신들의 세월을 한 명 한 명 치하했다. “1년에 한 번은 이렇게 모여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는 그의 말에 행사장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또한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세팅하고 음식을 서브한 수십 명의 봉사자들에게도 따뜻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주달라스 영사출장소 도광헌 소장은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몸이 아프지 않은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과 자주 만나 웃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바로 그런 건강의 원천임을 강조했다.

달라스 한인회 우성철 회장은 “형님 누님들을 모시고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며 “오늘 하루만큼은 근심 걱정 내려놓고 크게 웃어 달라”고 당부했다.

달라스 민주평통 협의회 김원영 회장은 임진왜란 당시 78세의 나이로 참전해 이순신 장군을 도와 나라를 구한 정걸 장군 이야기를 꺼냈고, “78세보다 젊으신 분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85세보다 젊으신 분도 마찬가지”라는 말에 행사장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 가곡에 눈물, 게임에 폭소, 공연에 감동 … 경품도 풍성한 어르신들의 봄날 축제
공연의 첫 포문은 최현준 테너와 김고은 소프라노가 열었다. 두 성악가는 ‘신아리랑’, ‘향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3곡을 무대에서 열창했다.
바쁜 이민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한인 성악가들의 고운 목소리가 체육관을 채우자, 몇몇 참가자들은 어느새 눈시울을 붉혔다.
반세기의 타향살이가 고스란히 실린 ‘향수’의 선율은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깊이 가닿았다.
이어진 발란스 게임은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나훈아냐 남진이냐”, “이미자냐 패티김이냐”, “다시 태어나도 지금 배우자와 결혼하겠느냐” 질문이 나올 때마다 체육관은 함성과 웃음으로 들썩였다.
특히 “복권에 $100 당첨됐을 때 배우자에게 말하겠느냐, 혼자 챙기겠느냐”는 문제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혼자 챙기겠다’는 왼손을 번쩍 들어 폭소가 이어졌다. 정답도, 오답도 없는 이 게임의 진짜 목적은 오직 하나, 어르신들이 마음껏 웃게 하는 것이었다.
이날 또 다른 감동은 장기자랑 무대에서 나왔다. 참가자들은 모두 당당한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전 달라스 한인노인회 김건사 회장은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꿈에 본 내 고향’을 열창했다.
이종호 씨는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애절한 목소리로 불러 여성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대현 씨는 ‘내 주를 가까이’를 하모니카로 연주해 소박하고 깊은 여운을 남겼다.
달라스 쓰리씨스터즈는 ‘닐리리 맘보’로 행사장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렸고,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팀(전영옥·김정순·원종례·정선희)은 ‘쌈바의 여인’으로 흥겨운 무대를 펼쳐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이어 텍사스 전통춤협회(회장 박성신)의 부채춤, 진도북춤, 풍물놀이도 무대를 빛냈다. 전통 가락이 울리자 어르신들은 자연스레 손뼉을 치며 흥을 맞췄다.
루씨 에어로빅 팀의 신명 나는 공연은 어르신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고, 체육관 전체가 하나의 리듬으로 출렁였다.
행사 말미, 깊은 여운을 남긴 순서가 찾아왔다. DKNET ‘행복스케치’ 김주현 진행자가 청취자 사연을 낭독하는 시간이었다.
사연은 달라스에 사는 한인 1.5세가 방송국에 보낸 글이었다. “어머니께서 이번 실버 페스티벌에 가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리 사연을 보낸다”는 말로 시작된 편지에는 어머니의 이민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영어도, 기댈 사람도, 도움을 청할 곳도 변변치 않던 시절 – 마트에서 계산이 맞지 않을까봐 가슴을 졸이고, 운전 중 길을 잃으면 갓길에 차를 세우고 혼자 지도를 펼쳐야 했던 어머니… 세탁소에서, 식당에서 온종일 서서 일하고 돌아와서도 자식들이 “엄마 힘들어?”라고 물으면 늘 “괜찮아, 엄마는 괜찮아”라고 하셨다고 했다.
“어머니 인생에서 어머니 자신을 위한 날이 얼마나 있으셨을까요. 오늘만큼은 고국 생각도, 자식 걱정도 잠시 내려놓으시고 신나게 웃고 노래해 주세요.” 사연은 어머니를 위한 노래 ‘바램’ 신청으로 마무리됐다.
행사 중 퀴즈와 경품 추첨을 통해 푸짐한 선물도 어르신들께 전달됐다.
H 마트 상품권을 비롯해, 한국 홈케어 제공 혈압계·프라이팬 세트·마사지기, 모던라인 메드스파 제공 $200 상당 영양주사, 임보석 제공 $400 상당 진주 목걸이, 장수돌침대 제공 어깨 마사지기와 발 마사지 기계 등 풍성한 선물이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더했다.

이번 행사의 메인 협찬을 맡아 떡, 과일 등 스낵과 푸짐한 경품을 제공한 한국 홈케어·모던라인 메드스파 대표 유성 원장은 “부모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것이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라며 “오늘을 매일 맞이하자는 마음으로 즐겁게 사시면 그 오늘이 최소 50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말을 남겨 큰 호응을 얻었다.
◈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약속하는 DK파운데이션
행사를 마친 뒤, 많은 어르신들이 DK파운데이션 관계자들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건넸다. 한 어르신은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잊지 않고 우리 같은 노인들을 섬겨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주변을 뭉클하게 했다.
이날 행사에는 DK 미디어 그룹 전 직원과 북텍사스 간호사협회 회원, 그리고 청소년 학생 등 50여 명이 이른 아침부터 자원봉사로 참여해 행사장 셋업과 스낵 및 런치 서빙, 게임 보조 및 경품 전달, 쓰레기 처리 등의 역할로 섬겼다. 자원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을 위한 축제에 봉사하게 되어 보람된 땀을 흘린 기쁜 하루였다고 입을 모았다.

더 나눔 ‘실버 페스티벌 2026’은 DK 파운데이션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더 나눔’ 캠페인에 답지한 동포사회의 마음과 성금으로 치러졌다.
스캇 김 이사장은 동포 사회에 나눔의 문화가 꽃피어가는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 내년에도 열심히 준비해서 한인동포 어르신들을 모실 것을 약속했다.
유광진 기자 ⓒ K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