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전술 부재·손흥민 선발 제외 패착… 자력 진출 무산, 운명은 ‘경우의 수’로
달라스 동포 사회, 폭염 속 밤샘 응원에도 허탈감… “그래도 마지막까지 응원” 한목소리

지난 24일(현지시간) 밤,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들려온 한국 축구대표팀의 패배 소식은 달라스 한인사회의 응원 열기를 한순간에 식게 만들었다.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대 1로 패했다.
비기기만 해도 32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던 경기였지만 끝내 승점을 추가하지 못했다. 캐롤튼과 루이스빌 등 북텍사스 곳곳에서 단체 응원에 나섰던 한인들은 경기 종료와 함께 아쉬운 탄식을 쏟아냈다.
◈ FIFA 랭킹 36계단 아래 남아공에 덜미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체코와의 1차전에서 2대 1 역전승을 거두며 좋은 출발을 했지만, 개최국 멕시코와 남아공에 잇달아 패하면서 1승 2패, 승점 3점으로 조 3위에 머물렀다. FIFA 랭킹에서 한국보다 36계단 낮은 남아공을 상대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점은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 경기 초반부터 공격 전개가 원활하지 않았고, 결정적인 기회를 거의 만들지 못한 채 끌려가는 흐름이 이어졌다.
◈ 손흥민 벤치 카드, 결과는 실패
가장 큰 논란은 주장 손흥민의 선발 제외였다. 손흥민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경기에서 벤치에서 출발했다.
홍 감독은 상대 수비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승부수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손흥민 대신 최전방에 선 오현규는 상대 수비에 고립됐고 한국은 전반 45분 동안 유효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손흥민이 투입됐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기에는 늦었다. 후반 18분 탈렌테 마세코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승부가 갈렸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홍 감독의 선택을 두고 “치명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 전술·투지·결정력 모두 아쉬웠다
경기 후 축구계에서는 세 가지 문제가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첫째는 전술 변화의 부재였다.
실점 이후에도 단조로운 측면 공격이 반복됐고 중앙에서의 창의적인 공격 전개가 거의 없었다. 남아공의 휴고 브로스 감독은 경기 후 “전술적으로 우리가 한국보다 우위였다”고 평가했다. 둘째는 선수들의 투지 부족이었다. 유럽파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지만 적극적인 압박과 세컨드볼 경쟁에서 밀리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박지성 해설위원도 “골을 만들겠다는 간절함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셋째는 득점력 부진이다. 체코전 이후 두 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면서 한국은 조별리그를 단 2골로 마쳤다. 이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가장 저조한 공격력이다. 홍 감독은 “모든 책임은 감독인 나에게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 달라스 한인사회, 끝까지 함께한 응원


북텍사스 한인사회도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캐롤튼 H마트 상권의 한인 주점 ‘똥꼬포차’에는 경기 시작 전부터 많은 한인과 외국인 팬들이 모여 태극전사를 응원했다. 루이스빌 시온마켓 2층 아레나 엔터테인먼트에서도 단체 응원전이 열려 붉은 악마 티셔츠와 손흥민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선수들에게 힘을 보냈다.
후반 손흥민이 교체 투입되자 현장은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끝내 동점골은 나오지 않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곳곳에서 허탈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현장을 찾은 한 동포는 “세 경기 가운데 오늘 경기력이 가장 실망스러웠다. 무엇을 하려는 팀인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원 참가자는 “경기 내용은 아쉽지만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대표팀을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 자력 진출은 무산… 남은 것은 ‘경우의 수’
비록 남아공에 패했지만 같은 조 멕시코가 체코를 3대 0으로 꺾으면서 한국은 조 최하위 탈락은 피했다. 이번 대회부터는 각 조 3위 12개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8개 팀이 와일드카드로 32강에 진출한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32강 진출 확률은 94%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러나 남은 조별리그 결과에 따라 순위가 달라질 수 있어 자력 진출이 아닌 ‘경우의 수’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희망의 불씨는 아직 살아 있다. 달라스 한인사회도 대표팀의 32강 진출이 확정될 때까지 단체 응원과 뜨거운 성원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진언 기자 ⓒ K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