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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상하이’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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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4월 3, 2026 12: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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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미주작가

                                                                

중국에서 주재원부인으로 살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지난 해부터 언제 철수를 할지 모르니, 중국을 한 번 다녀가라는 말을 자주했다. 중국 현지의 임금인상과 사업부진으로 철수하는 한국 기업이 늘고 있는데, 친구는 자신이 그곳에 살때 중국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나는  몇 년전에 받아논  중국비자가 있었는데, 남편은 부랴부랴 워싱톤에 있는 중국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하느라, 출발전까지 가슴을 졸이며 비자를 기다려야 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무비자인데, 중국은  미국과는 사이가 별로여서 그런지 아직도 비자를 요구한다.친구가 사는 곳은 우리나라 서해와 인접한 연태라는 도시인데, 나는 가는 김에 상해를 먼저 여행하기로했다. 물론 그룹투어였다. 중국을 먼저 다녀온 아들말에 의하면, 중국은 자유여행하기엔 말도, 카드도,  인터넷도 잘 안돼는 곳이 많아, 그룹투어를 하는게 낫다고  했다. 더구나 코로나 이후 중국은 여행자 행적을 모두 기록하기 위해 온라인 입국신고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게 했는데, 처음 접해본 나로서는 여간 긴장되는게 아니었다. 만일 이 입국신고서 큐알코드를 받지 못하면 중국 공항에서 입국이 안된다는 소문도 있었다.

아무튼 우리는 여행사 도움으로 큐알코드를 받아놓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다음날 상하이로 날아갔다. 비행시간은 두시간 남짓인데, 국제선이라고 식사가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우리 일행은 총 열 다섯명이었는데 9명은 한 가족이었다. 상하이에 내려 상하이식 중국 요리로 점심을 먹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상해 임시정부청사였다. 1926년부터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있었던 1932년까지 대한민국 정부의 청사로 사용했던 곳이었다. 미국의 일반 중산층 가정의 집 사이즈인 이 건물은 3층으로 되어있는데, 방문자들은 1층 입구에서 짧은 비디오를 시청한 뒤  2,3층을 관람하는데, 전시관 내에는 상해임시정부 당시에 쓰였던 가구와 서적, 사진등이 전시되어 있다. 숙식을 이곳에서 해결했던  김구선생의 낡은 책상과 작은침대도 볼 수 있는데, 한동안 나는 울컥한 느낌이 들었다. 당시의 독립군 사진도 인상적인데, 이들은 한결같이 양복정장을 입고 있다. 이유가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영정사진이라 여기고 찍는다고 하였다. 어쨌든 우리는 이분들의 희생으로 번영된 조국을  갖게되었고, 전 세계 한민족의  한 사람으로써 긍지를 지니며 살게 되었으니, 더 없이 존경스럽고 고마운분들이 아닐 수 없다.

두번 째 일정은 ‘신천지거리’ 관광인데, 이곳은 우리나라로치면  서울의 압구정이나 청담동 같은 곳이라고 했다.  이곳은 상해의 독특한 건축양식인 스쿠먼 가옥과 서양식 가옥이 밀집되어 있어, 무척 이국적이었다. 명품샵이나 작은 갤러리나 공방, 아기자기한 카페가 즐비하고,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나 브런치를 즐기는 세련된 상하이 시민들을 볼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날씨가 쌀쌀하여 우리는 무턱대고 눈에 뜨이는 커피샵엘 들어갔는데,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커피 두잔이 150위안 이었다.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 3만원쯤 되는 금액이었다. 상하이는  중국에서도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한곳에 속한다. 거리의 젊은이들을 보면 거의 서울 강남에 와 있는 느낌이 들고, 예쁜 골목이 많아 어디에서 사진을 찍든지 인증샷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현대적인 상하이 풍경을 보며, 내가 알고 있었던 중국에 대한 관념이 몹시 잘못되었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오후엔 상해 옛거리를 구경했다. 명, 청나라 시대의 건물과 골목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이 거리는  그야말로 화려함과 복잡함의 극치인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대국스타일의 건물들이다. 처마끝이 날렵한 기와 지붕의 건물들이 끝도 없이 펼쳐있는데, 어딜가나 사이즈가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13억 인구의 나라답게 웬만한 관광지는 사람들이 구름떼 처럼 몰려다녀서 가이드 깃발을 몇 번이나 놓치기도 했다. 태어나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있는 광경은 작년에 일본 동경역 안 이후 처음 이었다. 아마도 텍사스에 오래 살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해가 진 뒤엔 그 유명한 상하이 야경을 보기 위해 유람선을 탔다. 낮에는 그저 키 큰 고층빌딩이 많구나 하는 느낌이었는데, 밤이 되자 상하이 풍경은 확 달라졌다.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20세기의 외탄, 21세기 도시 푸동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풍경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그 어느 도시의 야경보다 감탄을 자아나게 했다. 런던템즈강과 파리 세느강의 야경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화려했으며, 다양했다. 봄비가 내리는 상하이의 밤은 그 하나로 또 다른 신세계 물결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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