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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소방대, 실수로 여성의 집 문 부숴… 그러나 도시는 배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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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면책 특권’ 벽에 가로막힌 한 시민의 억울한 현실
달라스 주민 데보라 케인(Deborah Kane)은 새벽녘 양치질을 하던 중,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자신의 현관문이 부서지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창밖에는 긴급 구조 차량의 경광등이 번쩍였고, 이내 소방대원들이 문을 부수고 집 안으로 진입했다. 침입자가 아니라 구조대였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곧 혼란스러움이 뒤따랐다. 왜 그들은 자신의 집을 들이닥친 것일까.
오인 출동으로 문 파손… “도시에서 보상해줄 것이라 믿었지만”
현장에 출동한 달라스 소방구조국 20번 소방서의 대원들은 잘못된 주소로 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케인은 “아마 인근 요양시설로 가야 했던 구조 요청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CBS11 보도를 통해 전했다. 그녀의 현관문은 산산조각 났지만, 케인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자신의 피해가 아니라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구조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었다.
소방대원 중 한 명은 그녀에게 “도시의 리스크 관리국(Office of Risk Management)에 연락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케인은 즉시 견적서를 준비해 약 4,100달러의 수리비를 청구했고, 서류를 제출한 뒤 한 달간 답변을 기다렸다. 그러나 돌아온 결과는 냉정했다. 달라스시는 “직원이 차량이나 기계장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가 아니므로 배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청구를 거부했다.
‘국왕은 잘못이 없다’에서 유래한 법… 시민 보호보다 정부 보호
달라스시가 인용한 법은 ‘텍사스 불법행위청구법(Texas Tort Claims Act)’이었다. 이 법은 본래 영국의 “왕은 잘못이 없다(The King can do no wrong)”는 법리에 기반한 것으로,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에 ‘면책 특권’을 부여한다. 즉, 공공기관의 과실이 명백하더라도 특정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이 법의 예외는 오직 ‘정부 직원이 차량이나 기계장비를 잘못 운용해 발생한 피해’뿐이다. 따라서 단순한 출동 실수로 문이 부서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배상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달라스시는 “모든 도시가 동일한 기준을 따른다”며 “공공 자금은 납세자 보호를 위해 신중히 사용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은 선택지는 거의 없어… “결국 시민이 떠안는 구조”
케인이 취할 수 있는 법적 선택지는 거의 없다. 소액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지만, 판사가 ‘정부 면책’을 이유로 각하할 가능성이 높다. 변호사를 선임해 시의 과실을 입증하려 해도, 변호 비용이 피해액 4천 달러를 훌쩍 넘어간다. 보험사에 청구하는 방법도 있으나, 본인의 자기부담금 역시 4천 달러여서 실익이 없다.
결국 케인은 문 수리비를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잘못은 정부의 시스템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책임은 고스란히 시민이 떠안은 셈이다. 기자 데이브 리버(Dave Lieber)는 “이 사건은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는 대신,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설계된 법체계의 민낯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리 = 지니 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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