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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과/학/칼/럼] 위험한 유전학적 발상, 그리고 다행스러운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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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리빙 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5-10-25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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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 박우람
공학박사 박우람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

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

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

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



자녀를 낳아 키워보면 알 수 있다. 자식은 부모를 닮지만, 부모가 가지지 않은 면도 많이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인간의 유전은 참으로 묘하다. 

유전학의 발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다. 멘델과 다윈이다. 멘델은 부모의 형질이 자손에게 어떤 규칙을 가지고 전달되는지를 밝히고자 했고, 다윈은 생물 종이 여러 세대를 걸쳐 어떻게 진화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중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것을 잠시 복습해보자. 멘델은 연구를 통해 고전유전학의 기초인 우성, 열성의 개념을 확립하였다. 멘델은 완두 식물을 이용해 여러 실험을 하였다. 그 중 하나는 색깔에 관한 것이다. 완두콩에는 노란 완두콩과 녹색 완두콩이 있다. 노란 완두콩과 녹색 완두콩을 식물로 키워 서로 교배하면 노란 완두콩과 녹색 완두콩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노란 완두콩을 서로 교배하면 노란 완두콩과 녹색 완두콩이 3대 1의 비율로 나오지만, 녹색 완두콩을 서로 교배하면 녹색만 나온다. 

멘델이 과학자로서 우수한 점은 이러한 실험 결과를 이용해 유전의 원리를 명쾌하게 해석해냈다는 점이다. 완두콩의 색깔은 한 쌍의 유전자형이 결정한다. 유전자형은 세 가지 조합이 가능한데 바로 YY, Yy, yy 이다. 두 개의 유전자형은 부모로부터 하나씩 물려받는다. 유전자형 yy를 가지면 녹색 완두콩이 되고 나머지는 노란색이 된다. 

노란 완두콩과 녹색 완두콩 사이에서 나온 노란 완두콩은 반드시 Yy 유전자형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노란 완두콩끼리 교배하면 yy를 가진 녹색 완두콩이 25퍼센트의 확률로 나오며, 나머지는 YY 혹은 Yy를 가져 노란 완두콩이 된다. 유전자형의 존재를 우리는 이미 배웠기 때문에 이러한 설명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19세기 중반을 살던 멘델이 수많은 실험 결과를 이용해 이러한 설명을 해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유전자형을 이용한 이러한 설명에서 우성, 열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완두콩의 경우 노란색 형질을 우성, 녹색 형질을 열성이라 부른다. 이러한 용어에서 약간의 오해가 시작된 듯도 하다. 마치 우성이 더 우월한 것이고, 열성은 생명 개체에게 덜 유익하다는 오해다. 게다가 우리는 인간의 외적, 내적 특징이 완두콩의 경우처럼 단순한 유전자 조합으로 결정된다고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인간의 유전자와 형질 발현은 매우 복잡하다. 

최근 한국의 미디어와 인터넷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의 지능에 엄마, 아빠 중 누구의 영향이 더 큰가 하는 질문이다. 지능 관련 유전자가 X염색체에 있어서 아들의 지능에는 엄마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이야기가 큰 주목을 끌기도 했다. 아빠는 Y 염색체만 아들에게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는 이를 믿지 않는다. 지능 관련 유전자가 X염색체에만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고, 지능이라는 복잡한 인간의 능력은 완두콩 색깔이 결정되듯 단순한 유전자로 결정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고전유전학이 점점 발전하면서 인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을 한 적이 있다. 이 발상은 사상으로 발전하였는데, 바로 우생학(eugenics)이다. 우생학은 인간의 유전 형질을 인위적으로 개선하려는 사상이었다. 예컨대 똑똑한 사람들끼리 결혼하여 자녀를 많이 낳게 하여 사회를 전체적으로 좋게 만들 수 있다거나, 더 극단적으로는 병에 잘 걸리는 사람이나 선천적 장애를 가진 사람은 그 유전형질을 자손에게 넘겨줄 수 없도록 자녀를 가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의 시각으로는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이어서 언급하는 것조차 불편하지만, 놀랍게도 당시에는 우생학에 기반을 둔 정책까지 시행되기도 하였다. 

우성학의 기초를 만든 사람은 19세기 후반 영국의 유전학자 프랜시스 골턴이다. 유전학의 시작점을 만든 찰스 다윈의 사촌이기도 하다. 골턴은 여러 저서를 통해 매우 급진적인 주장을 했다. 우등한 사람은 환경이 아니라 유전으로 탄생한다고 했고, 좋은 혈통 간의 조혼으로 인종을 개량하자는 주장도 했다. 

우생학이 사회에서 주목을 끌게 된 배경에는 당시 시대적 맥락이 존재한다. 19세기 후반에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동시에 범죄, 질병이 늘면서 이런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우생학이 급부상하였다. 또, 제국주의가 득세했던 당시 지배국가와 피지배국가 사이의 상하관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유전학을 끌어들였고, 우생학은 그 목적에 딱 들어맞는 것이었다. 

우생학의 인기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우생학을 등에 업은 독일의 나치 정권은 장애인을 학살했고, 유전질환자들을 강제로 불임시켰다. 결국 유대인을 대규모로 학살하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미국도 지적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강제 불임을 시킨 적이 있다. 일본도 우생보호법이라는 제도를 두고 유전질환자에게 강제 불임을 시행하였다. 놀랍게도 일본의 이 법은 1996년이 되어서야 폐지되었다. 

이러한 정책의 잔인함을 차치하고라도, 우생학의 출현은 인류에게 매우 불행한 사건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우생학은 사람들 사이에 유전적 우열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보다 저 사람이 근본적으로 우월하며, 열등한 사람은 사라지는 것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사상이다. 

현대 유전학이 유전 메커니즘의 복잡성을 계속 밝혀내고, 사회적으로는 인권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면서 우생학이 더 득세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이 우생학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역사는 인간의 존엄성이 우생학의 교묘함보다 월등히 ‘우월’함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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