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데스크칼럼
‘미통당’의 참패” … 사이비 산업화 보수세력의 몰락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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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선거가 끝나고 3주가 넘었다. 그 충격의 후유증은 아직도 끊이지 않는다. 더하여 개표부정 논란까지 겹쳤다. 한국의 보수 세력들은 다들 나라 망했다고 혀를 차고 있다. ‘미통당’의 공천은 그 과정에서부터 김이 샜다. 미운 오리들은 다 잘라내고 적인지 동지인지 구분도 없이 공천 아닌 사천(私薦)으로 갈라먹었다. 비례 대표는 아예 초판을 갈아엎어 안 되는 집구석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런가 하면 공약 1호로 내걸었던 탈(脫)원전 폐기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선거 기간 내내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 외 제법 짭짤했던 몇몇 이슈도 선점은커녕 여당에 주도권을 내주고 내내 뒷북만 치고 끝났다. 도저히 지지 못할 선거였다. 전대미문의 선거였고 앞으로도 다시 보기 힘든 선거였다.
선거는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일관성(?) 있게 중심을 못 잡았고, 지지자들이 표를 주고 싶어도 스스로 그들의 손을 뿌리치게 한 코미디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전평이다. 그저 길거리에서 큰절 올리며 “좀 도와주세요”만 연발한, 그야말로 구질구질한 ‘구걸‘선거 같았다. 사람들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절하는 사람을 피해갔다. 말하자면 미통당은 ‘큰머리’는 없고 죄 ‘잔머리’만 굴리다가 망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패인 분석을 해본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소 달랐다. 언론인이나 학자들, 그리고 그 외의 많은 사람들이 ‘이만한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며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선거를 ‘망치기(?) 위해’ 미통당 지도부가 총력전을 펼친 가운데 얻은 소득치고는 나쁘지 않았다는 역설적인 얘기였다.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이만한 게 차라리 다행’이라니… 왜냐? 한국에 진짜 보수나 우파는 없고, 있었던 것은 다만 지난 날의 산업화 세력에 빌붙어 자신들의 사욕만을 꾀했던 사이비들 뿐이었음을 이번에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란다. 해서 이번 선거는 그 세대가 생물학적으로 이젠 사라질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가 되었고 했다. 때문에 이제 앞으로 진짜 자유보수우파가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 비로소 답을 찾게된 계기였다는 것. 말하자면 ‘새로운 2세대 보수’가 나올 차례라는 것이다. 과거 산업화 세력에게 특히 빛 진 것 없고 그에 대한 기억도 별로 없는 세대가 새로운 보수를 끌어가야 할 시대가 도래 했다는 분석이다.
말은 쉽지만, 차세대 ‘새로운 보수’가 해야 할 일은 태산이다. 70년대 산업화 세대가 이끌었던 것만큼 더 이상의 난관이 쌓여있다. 용기와 야성도 필요하지만 더하여 문화적 지성과 미래적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한 세대가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남정욱 작가는 “우선 새로운 보수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이 나라에 보수가 왜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답에 자신이 없거나 목소리에 확신이 없는 사람은 아예 새로운 보수조직에 끼어들 생각은 포기하시라”고 했다. 남 작가는 이념을 너무 고리타분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그러나 이념은 사람이 세상과 역사를 바라보는 틀이고 정신적 구심점이기에 대단히 중요하다. 그게 없으면 최종적인 순간에 흔들린다, 종교인에게 신앙이 필요하듯이 정치인에게는 이념이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역설했다.
남 교수의 논리는 아주 간단 명료했다. 즉 국가 운영에 있어서 정치 공학적으로 좌클릭이 필요할 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념이 있고 난 후에야 전술적 유연함도 있는 것이지, 확고한 이념이 배제된 전술적 유연함은 정치적 자살 행위라는 것. 나중에 수습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의 할 일은, 이렇게 자기 확신에 성공했다면 그 개념을 반드시 정치 소비자에게 확실히 심어주는 작업이다. 보수가 왜 필요한지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자유 시장경제의 중추가 되는 중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기댈 곳이 보수라는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 이렇게 설득된 경제적 계층이 두터워질수록 보수의 외연은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 이 칼럼의 요지였다. 이는 역설적으로 좌파의 바이블이었던 안토니오 그람씨의 ‘진지전’ 구축 이론의 절차와 순서가 맥락을 같이한다.
그렇다. 강한 새 보수 세력이 제대로 길러지면, 이들은 우선 중소기업인이나 자영업자들이 자유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진정한 보수 이념의 본질을 소화하도록 교육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경제 실공급자와 소비계층의 머리에 그 이념이 제대로 박히면 그들은 비로소 뭐가 중요한지,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게 된다. 정부나 제3자의 특별한 도움이 없어도 자기 운명은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고, 서로 머리를 맞대며 함께 발전하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이때서야 비로소 우리 사회는 좌우를 떠난 균형적인 발전이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유여하, 대한민국은 6.25 전쟁 이후 70여 년을 미국의 그늘 아래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자라온 자유 시장경제체제의 보수주의 국가이다. 나름대로 큰 발전을 이룬 것은 자타가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의 이 나라는 정치는 차치하더라도, 경제를 상식이 아니라 취향으로 운영하고 있는 희한한 나라가 되었다. 그러기에 이번 4.15 선거에서의 기존 보수 세력의 몰락은 차라리 다행이다. 이제진짜 새 보수층 테크노스트럭처 (technostructure)들이 들어서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지난 세월의 황당한 경제현실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게 할 ‘처방’을 실현시킬 전위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손용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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