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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데스크칼럼

무고한 희생과 총기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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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오피니언 댓글 0건 조회 2,694회 작성일 21-03-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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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 망상으로 인한 대규모 총기 사건, 증오범죄에 의한 아시아계 미국인의 희생, 최근 2주간 총기 사건과 관련하여 안타까운 언론 보도가 잇따르며 많은 사람들을 또다시 비탄과 좌절에 빠트렸다.

 

며칠전 콜로라도 볼더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여 또다시 10명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었다. 용의자는 범행 6일전에 반자동 소총인 AR-15을 구입하고, 범행 당시에는 권총과 전술 조끼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많은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기 위해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이다.

 

지난주에는 아틀란타에서 혐오 범죄로 추정되는 총기 사건으로 인해 8명이 숨지는 참혹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희생자 가운데 4명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슬픔과 분노는 말로 쉽게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 사건은 최근에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자아내었다. 

 

불행하게도 대규모 총기 사건은 미국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사회적 트라우마로 자리잡은지 오래이다. 이러한 비극적 사건이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발생하고, 희생자의 규모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은 다른 주에서만 발생하는 참혹한 사건이 아니다. 대규모 총기사건은 최근에 텍사스에도 빈번히 발생해 왔다. 2018년 5월에 휴스턴 인근의 산타페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교내 총기사건으로 10여명의 어린 학생들이 희생되었다. 2019년 8월에는 엘파소 월마트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기 사건으로 사망자만 22명에 이르렀다. 이외에도 오데사 영화관에서 총기사건이 발생하여 5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대규모 총기 사건이 어느 특정 장소에만 국한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학교나 마트, 심지어 영화관 등 공공장소에서 언제든지, 갈수록 번번히 발생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무고한 희생을 줄이고 장소에 관계없이 인명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연방정부의 능동적인 역할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사실상 총기 규제는 미국 정치사에서 낙태와 더불어 오랫동안 심각히 논의되어 온 핵심 이슈 중의 하나이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총기 사용의 남용을 막기 위해 몇가지 규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도 1994년에 연방정부 차원의 총기 규제의 일환으로 살상용 무기 금지법이 제정되어 시행되었다. 이 법으로 인해 반자동화기와 대량 탄창이 들어가는 중화기의 구입과 유통이 전면 금지되었다. 그러나 이 법은 10년 후인 2004년 부시 행정부 시절에 법안 연장이 되지 않아 자동 폐지되었다. 그 이후에도 많은 총기 규제 법안들이 연방 의회에서 발의되었지만, 전미총기협회(NRA)와 공화당의 로비와 반대로 소기의 성과를 이루지 못한채 많은 총기 규제 법안들이 사장되어 왔다. 연방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총기 규제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총기로 인한 대규모 인명 살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효성 있는 규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총기 소유가 헌법적 권리로 하나로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정헌법 2조는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하는 국민적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함으로써 총기의 자유로운 소지를 하나의 시민적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조항 때문에 연방 대법원도 총기 규제와 관련된 각종 법령과 조치를 판결하는데 정부 규제를 철회하는 방향으로 판결을 내려왔다. 

 

미국 사회의 여론도 실효성있는 총기 규제를 어렵게 하느데 일조하고 있다. 총기 규제를 원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면 연방 정부 차원에서 실효성있게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나 행정명령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민들 사이에서 총기 소유 규제에 대한 찬반 여론은 거의 양분되어 있다. 대략 45%가 넘는 미국인들은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시민권을 규정하는 헌법 조항과 국민들의 인식이 연방정부의 총기 규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헌법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론에는 누구가 찬성한다. 그러나 헌법적 권리 외에도 대규모 총기 사건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 역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여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연방정부 차원에서 총기 규제를 위한 입법적 대응과 처방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다행히도 바이든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위한 행정명령을 검토하여 조만간에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 사건으로 인한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실효성 있는 처방과 조치를 기대해 본다. 

 

최장섭 논설위원

Texas A&M University-Commerce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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