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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데스크칼럼

말의 허실(虛實) … ‘빈 소리’ ‘헛소리’ ‘꾸민 소리’는 사회를 좀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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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오피니언 댓글 0건 작성일 21-01-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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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보았다. 바로 앞에 두 군데 프롬프터를 설치해놓고 시종일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그의 시선은 국민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국가의 안보 경제 외교 사회 등의 주요 현안에 대한 답변은 여전히 소신도 없었고 아니면 유체이탈 화법으로 두루뭉수리였다. 

 

특히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에 대한 의외의 ‘편들기(?)’ 같은 답변은 임기 이후 면책을 의식한 듯해 국민들을 더욱 헛갈리게 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알고 보니 그들 두 명을 오히려 헌법에 정한 ‘국민의 공복’이 아닌 마치 자기들 진영이 임명한 하수인인 것처럼 프레임을 덧씌움으로써 국민을 오도시키는 고도의 정치적 교란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거기에다 코로나 백신에 관한 질문을 유도하는 에드립은 보는 사람으로 그 속을 들여다 보게 했고, 회견의 백미(白眉)는 근간 전 사회를 들끓게 했던 ‘정은이 사망’ 사건에 대한 시각이었다. 

이 끔찍한 사건에 대응하는 대통령의 답변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할 만큼 정말 황당했다. 팩트인 ‘영.유아 학대’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뜬금없이 입양아 문제를 거론했다. 어린 아기의 귀한 생명을 놓고 잡화상에서 마치 물건을 샀다가 무르듯 하는 생각의 무지함에 네티즌들이 난리가 났다. 

 

그런가 하면 일찍이 아들 둘을 입양해 기른 최재형 감사원장의 10년 전 발언이 새로이 소환되어 조명됐다. 최원장은 당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입양은 진열대에 있는 아이들을 물건 고르듯이 고르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아이에게 사랑과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16세기 이탈리아 정치철학자이며 군주론(君主論/The Prince)의 저자인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민중을 위해 제일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이 민중을 위해 가장 많이 걱정하는 인물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연구가들에 따르면 그는 ‘말’을 굉장히 잘한 인물중의 한 사람인 정치사상가로 꼽힌다. 그리고 그는 누구보다 ‘말의 허실’을 잘 아는 인물이었다. 따라서 그의 일갈은 요즘 무수하게 쏟아지는 말의 잔치로 인해 좌충우돌하는 오늘의 우리 사회 현실을 웅변하는 것 같아 이번에 참 남다르게 다가왔다. 

 

따져보면 ‘말을 잘하는 것’과 ‘잘 말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말을 잘 하는 것은 말솜씨가 좋은 것이고, 잘 말하는 것은 상대에게 솔직하게 내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한다. 누구든 내뱉는 말들을 조금만 들어보면 그것의 진실과 진정성이 얼마나 함축되어 있는지 객관적 비교를 통해 최소한 구별할 수 있다.

 

한 번 챙겨보자, 우리 사회에서 언필칭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가슴 깊이 새기면서 실천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자기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 내가 몸담은 사회가 더 좋은 조직이 되도록 이끌어 가려는 지도자나 지도층이 있긴 있는가…그들은 입만 벙긋하면 버릇처럼 ‘국민’을 팔아댄다. 입만 벌리면 국민을 호도하며 거짓을 세뇌시키려 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리 동포들은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알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스스로 사회의 ‘도덕적 책무’ 바깥에 있는 인물이었던 것을 새삼 깨달았다.

 

감히 청하건대, 담백하고 정직하게 말로만이 아닌 진짜로 이웃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사람, 그리고 ‘할 수 있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구별하고 나쁜 일은 당당히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 자신의 신념은 무엇이며 앞으로 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솔직한 ‘소신’을 밝히는 사람…어디 없는가. 제발 ‘하는 짓’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명확하게 밝혀 주는 분별력 있는 사람을 보고 싶다. 

 

속담에 나오는 ‘말로서 말 많은 자, 말로서 망한다’는 뜻은 아무 말 내뱉음을 주의하라기 보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공언(空言)과 허언(虛言)과 교언(巧言)의 폐해에 대한 우려를 경고하는 것임을 모두가 새삼 깨달았으면 좋겠다. *

 

손용상 논설위원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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