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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칼럼] ‘화이트 라이(white lie)’ & ‘블랙 라이(black 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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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용어에 ‘화이트 라이(white lie)’라는 말이 있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좋은 뜻의 악의 없는 거짓말을 말한다.
말하자면 남이 산 물건에 대해 “이거 어제 샀는데 어때?”하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기왕 산 물건인데 “좋은데”라고 답해주는 것. 또는 결혼식장에서 신부에 대해 “참 잘 살 것 같다” “너무 너무 예쁘다” 라고 해주는 선의의 거짓말.
그런가 하면 곧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병실의 환자에게 “금방 나을 거에요. 퇴원하시면 식사 한 번 모실게요. 힘내세요” 같은 것을 화이트 라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반대말은 ‘블랙 라이(black lie)’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대통령 선거판을 보면 이런 화이트 라이보다 ‘블랙 라이’의 악성 거짓말이 판을 친다.
특히 여당 후보로 나온 사람은 어제 한 말을 하루도 안 지나 바로 말을 바꾼다.
어느 날 대구 지방 유세를 갔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하더니 하루 만에 말을 뒤집었다. 호남 지방에 가서는 내가 그를 존경한다고 했더니 그걸 두고 사람들이 정말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했다.
거기에 더해 그 부인과 ‘아랫것’들은 정부 발행의 법인카드를 이용, 상습적으로 개인적 용도로 고기니 과일이니를 수백만원 어치씩이나 사 먹고 심지어는 쪼개기 ‘깡’을 했다는 정황까지 나와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런데도 정작 책임져야 할 당사자는 모르는 척 엉뚱한 변명만 하고 있다. ‘정말’ 말 같지도 않은 황당하고 치졸한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의 염장을 지른다.
“한 가지 거짓말과 두 가지 거짓말도 다 거짓말이지만, 세 가지 거짓말은 정치”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부정한 일을 저질러놓고 사실 증거를 제시해도 내 편의 일이면 무조건 모함이고 함정이라고 우긴다.
근거 없이 상대 후보를 파렴치범으로 몰아도 아무 상관이 없고, 눈도 깜짝 않게 ‘오리발’을 내민다.
내 편은 무조건 믿어줄 것이고 반대편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유여하 정치인이 이렇게 ‘꾼’이 되어 마구잡이 거짓말로 사회를 이끌겠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결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정치인의 말은 사흘만 지나면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본인들도 모른다고 한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국민의 거의 30%가 그런 거짓의 늪에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백번을 양보해도 어떻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정치인이 이렇듯 유권자도 겁내지 않고 당당하게 대놓고 생판 거짓을 지껄일 수 있을까. 요즘의 조국 대한민국 정치꾼들은 마치 집단적으로 ‘리플리 증후군’의 신드롬에 빠져있는 것 같다. 거짓의 세상을 진실인 양 호도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거짓말은 꽃은 피우지만 결코 알맹이 있는 열매는 맺지 못한다”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닉슨의 몰락은 도청사건보다 거짓말 때문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꾼들의 거짓말은 아무런 제재도 책임감도 없는 것 같다.
누구 말대로 차라리 도덕 교과서에서 거짓말에 대한 항목은 아예 빼버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들만큼 심각한 문제다.
거짓말은 통하니까 하는 것이다. 선동하는 사람을 막고 속는 사람을 깨우치면 된다지만, 실제적으로 그게 거의 불가능하니까 문제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들으라고도 할 수 없다. 후보자들께 호소하고 싶다. "거짓말 속에 당신의 참말도 섞여서 묻혀버릴 수 있으니 부디 당신의 참말이 빛나게 거짓말을 삼가세요" 하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대선을 한 달 남겨진 오늘(11일)의 후보자 토론에서는 또 무슨 거짓말이 쏟아져 나올까...적이 궁금하기도 하고, 솔직히 한편 선거가 잘못되어 파렴치 사기꾼에게 나라가 넘어갈까 걱정이 안될 수가 없다.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꾼들의 거짓말 잔치에는 정말 유구무언이지만, 그래도 좀 더 양심적이고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차라리 선의의 ‘화이트 라이’ 쪽에 가까운 ‘거짓말장이’ 에게 표를 몰아주어야 하겠다.
손용상 논설위원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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