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데스크칼럼

[짧은 글 깊은 생각] ‘풍연심(風憐心)’

페이지 정보

작성자 admin
오피니언 댓글 0건 작성일 19-05-08 18:08

본문

가를 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늦은 밤, 감 홍시 한 개 앞에 놓고 흔히 있는 전설 같은 옛 ‘이바구’ 한 자락 들어 보십시오! 장자(莊子) 추수편(秋水篇)에 나오는 '눈앞의 대상에만 집착하지 말라'는 말을 떠 올려 봅니다. 풍연심(風憐心)이란 말로서 “바람은 마음을 부러워한다” 는 뜻의 내용이지요.

 

옛날 전설의 동물 중에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夔)라는 동물이 있었습니다. 이 기(夔)라는 동물은 발이 하나밖에 없기에 발이 100여개나 되는 지네(蚿)를 몹시도 부러워(夔憐玹)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지네에게도 가장 부러워하는 동물이 있었는데, 바로 발이 없는 뱀(玹憐蛇)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뱀도 움직이지 않고도 멀리 갈 수 있는 바람을 부러워(蛇憐風)하였습니다. 그냥 가고 싶은 대로 어디론지 싱싱 불어 가는 바람이기에 말입니다.

 

그런데도 바람에게도 부러워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가만히 있어도 어디든 가고 볼 수 있는 눈을 부러워(風憐目)했습니다. 그렇지만 또 눈은 그에 만족치 못하고, 항상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마음을 부러워(目憐心)했습니다. 그래서 눈이 그 마음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세상에 부러운 것이 무엇인가요? 헌데, 의외로 마음은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전설상 동물인 외발 달린 기(心憐夔)’ 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일상을 살다보면 부러움의 연속일 수 있습니다. 공연장에 가면 잘생기고 능력 있고 재주 있는 연예인들을 부럽고, 파티장에 가면 비싼 외제차를 타고 와서 환대받는 능력자가 부러우며, 골프장에 가면 골프 잘치고 돈 많은 부자를 부러워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자는 권력자를 부러워하고, 권력자는 건강하고 화목한 사람을 부러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모다 외양만 보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정보화 내지는 지식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각 부문에서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엘리트라야 그만한 대접을 받습니다. 그런데도 자본주의가 성숙해지고 돈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통상적으로 돈 많이 버는 사람만을 능력자로 치부합니다. 돈의 위력이 커지면서 그 부작용도 속출하지만, 그래도 사람들 대다수가 ‘돈’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자책하고 ‘부러움’과 함께 공연한 질시를 하고 모략과 음모를 꾸미기도 합니다.

 

세상살이가 힘든 것은 이러한 분수없는 부러움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지위와 부와 권력을 부러워하면서 늘 자신을 자책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지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 세상의 모든 존재는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상대를 상대적으로 부러워 하지만, 이는 결국 자신이 가진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 번 쯤은 이 실과(實果) 맺히는 결실의 계절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지금 순간 잘 익은 홍시를 따서 퍼먹는 바로 ‘나’라고 생각하여 보심이 어떠할 런지요?

 

결국 자기 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이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사람일 것입니다. 원효(元曉)가 말했던가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모든 것은 보기와 느낌이 사람의 마음먹기에 비롯합니다. 흉(凶)함에도 아름다움이 있고, 순하고 부드러움이 악하고 거칠게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결국 뭔가를 이루어 ‘해내는’ 지금 순간의 자기 자신이고 바로 ‘나‘ 입니다. *

 

손용상 고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데스크칼럼 목록
    언젠가도 한번 언급했던 일이 있었습니다만, 5월은 언필칭 ‘가정의 달‘이라 합니다. 5일의 어린이날도 있었고 8일의 어버이날, 15일의 스승의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5.16군사 혁명, 5.18 광주’사태‘ 등 역사가 얼룩진 날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
    2019-05-17 
    5월10일이면 소위 ‘촛불’ 새 정권이 들어선지 3년차가 된다. 국민들은 정권 초기에는 그래도  행여나 뭔가 새 꿈이 이뤄질 거나 제법 희망을 가졌었다. 그래서 그런지 새 정부가 들어서자 한동안은 온갖 언론에서 뜬금없이 한국몽(韓國夢), 중국몽(中國夢), 미국몽(美國夢…
    2019-05-10 
    가를 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늦은 밤, 감 홍시 한 개 앞에 놓고 흔히 있는 전설 같은 옛 ‘이바구’ 한 자락 들어 보십시오! 장자(莊子) 추수편(秋水篇)에 나오는 '눈앞의 대상에만 집착하지 말라'는 말을 떠 올려 봅니다. 풍연심(風憐心)이란 말로서 “바람은 마음을…
    2019-05-08 
    프레임(frame)이라는 말이 있다. 일반적인 의미로는 ‘창틀’이란 뜻이다. 명사로는 ‘뼈대’ ‘구도’라는 말로도 쓰이고, 동사로는 ‘틀(액자)에 넣다, 테를 두르다’로도 번역한다. 그러나 생각(思惟)의 관점에 따라서는 사안에 대한 해석이 전혀 달라질 수도 있다. 즉 …
    2019-05-06 
    고국 한국에서 연일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성범죄 스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혐의는 다르지만 이들의 대응 패턴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루머 유포시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한다. 필자가 한국의…
    2019-05-06 
      손용상 칼럼 / 짧은 글 깊은 생각 DK MEDIA GROUP 출범은 동포사회의 축복(祝福)이다 지난주 금요일, 달라스 정론지(正論紙)인 KTN(Korea Town News)과 미중남부 유일의 한국어 라디오 방송국 DKnet이 전격 합병되어 ‘DK MEDIA G…
    2019-04-30 
      데스크 칼럼 – 기자가 보는 세상   41.21.1… 또 한명의 영웅을 떠나 보내며 백넘버 41,  21년간의 NBA 선수생활, 1 팀에서만 뛴 원 클럽맨 위대한 농구선수 덕 노비츠키 (Dirk Nowitzki). NBA 데뷔 시절부터 응원해온 홈 팬들 앞…
    2019-04-30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