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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데스크칼럼

‘쓰러지는 나라를 지키지 못했으니 그 죄, 죽음으로도 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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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오피니언 댓글 0건 조회 2,205회 작성일 19-08-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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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의 징비록(懲毖綠)을 다시 생각한다」

위키 백과에 따르면, 징비록(懲毖綠)은 ‘시경(詩經)’의 소비편(小毖篇)에 나온다고 했다.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豫其懲而毖後患)”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알려진 징비록은 서애(西厓) 류성룡이 쓴, 1592년(선조 25)부터 1598년까지 7년에 걸친 임진왜란 전란사(戰亂史)로서 그 원인, 전황 등을 기록한 책이다.

유성룡은 '징비록' 맨 앞에 그 100여 년 전 외교·국방 전문가인 신숙주(1417~1475)의 유언을 인용했다. 세종대왕의 명으로 1443년 27세에 일본을 다녀온 신숙주는 '해동제국기(海東諸國記)'로 일본을 분석한다. 그 후 ‘나라의 길’을 묻는 성종에게 신숙주는 '일본과 친하게 지내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 후 또 150 년이 흐르고, 선조 시대가 되면서 나라가 어지러워졌다. 임진(壬辰)년에 이르러 조정의 당파 간 쌈질이 도를 넘었다. 신숙주의 권고는 어느 사이 개가 물어가 버렸다. 그 덕분에 우리 나리는 그 후 7년간 왜(倭)나라 풍신수길(豐臣秀吉)의 밥이 되어 온 나라 강토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마치 지금의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 50년 전 유비무환(有備無患)을 부르짖으며 국력을 일으켰던 박정희가 가고, 지금은 어쩌다 500년 전의 그 선조보다 못한 희한한 물건이 나타나 온 나라를 꼭 그때처럼 ‘쑥대밭’ 전야(前夜)로 만들고 있다.

류성룡은 그 첫 장에서부터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비옥한 강토를 피폐하게 만든 당시의 참혹했던 전화(戰禍)를 회고한다. '쓰러지는 나라를 지키지 못했으니 그 죄는 죽음으로도 씻을 수 없다'는 류성룡의 절규가 통렬하게 가슴을 찌른다. 그는 다시는 이 같은 전란을 겪지 않도록 지난날 있었던 조정의 여러 실책들을 반성했다. 그리고 앞날을 대비하며 왜란을 겪은 후 후세에 길이 남길 쓰라린 회환(悔恨)의 기록으로 ‘징비록’을 저술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한·일 관계가 최악이다. 한국은 반일 감정이 들끓고 절반이 넘는 일본 국민이 대한(對韓) 무역제재에 찬성한다고 한다. 조선 시대 유성룡이 '간교한 왜적의 용병(用兵)이 속이지 않는 법이 없다'고 개탄한 것처럼 풍신수길(豐臣秀吉)과 같은 아베 정부에 우리가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무작정한 분노만으로는 나라를 이끌 순 없다. 분노에도 ABCD가 있다. 우리에겐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나오는 제갈량(諸葛亮)의 전략과 사마의(司馬懿)의 여우 같은 전술이 필요하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감정으로 반일(反日)만 짖어대는 ‘똥깡’은 결국 나라를 망치고 말 것이다. 왜냐면 현재 우리 국력은 일본의 반에도 못 미치지 때문이다.

정치 평론가 윤평중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훌륭한 지도자는 국가를 과거사와 민족 감정에 종속시키지 않는다. 한·일협정을 성사시킨 건 박정희였지만 한·일 관계를 극대화한 건 김대중이다. 1965년 야당 의원 DJ는 박정희가 밀어붙인 한·일 회담을 공개 지지해 '토착 왜구'로 낙인 찍힐 선택을 감내했다. DJ의 대승적 일본관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승화된다.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 현대 일본을 높이 평가한 DJ에게 호응해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는 일제 식민 통치를 '통절하게 반성하고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고 화답한다. 현대사의 최대 라이벌 박정희와 DJ가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함께 천명(闡明)한 것이다. 나라를 살린 현실주의 정치 리더십의 진수다.”라고 칼럼에서 썼다.

국제정치 학자들은 지금의 아베 정권의 수출 규제는 선거 방략이자 한국 경제의 중추인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꺾는 경제 전술이라고도 분석한다. 일본이 향후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 국가'로 나아가려는 거시적 국가 전략이기도 하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여우의 머리를 가져야 한다. 죽기 살기 미국을 끌어안고 활용하며 주변의 중.러를 강약 강약으로 치고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의 김정은과는 이제 연(緣)을 과감하게 끊어야 한다. 왜 몸 주고 뺨 맞고 더하여 바보 소리까지 들어야 하나? 혹 언젠가 그가 개과천선(改過遷善) 하리라고 착각한다면 그야말로 ‘맹구’ 수준도 못 되는 ‘단세포’ 머리를 가진 동물일 뿐이다. 그들은 어제 또 미사일을 쏘았다. 우리더러 ‘엿’ 먹어라 이거다.

그냥 암말 없이 어느 날 군사훈련 재개하면서, 군사협정을 파기하고 일단 한 번 덤벼 보시라. 모르긴 해도 김정은은 바로 꼬리를 내리고 협상의 모숀으로 돌아설 것이다. 골 백 번을 얘기해도 내 힘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그 힘을 과시하지 않으면 상대는 절대 머리 숙이지 않는다. 500년 전에 쓰여진 징비록(懲毖綠)은, 현실을 외면하면 반드시 환란(患亂)이 닥친다는 경고였음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요즈음이다.

손용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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