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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의 공포' 美 경제, 스테그플레이션 다가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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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Fed), 인플레이션 싸움 복잡해졌다
사상 최저의 실업률, 美 가계의 풍부한 저축액으로 반등의 여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고유가가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고유가는 유럽의 팬데믹 회복을 거의 정체 상황으로 만들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인플레이션과의 전투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1일 “러시아의 원유 공급의 중단으로 인해 치솟는 유가가 세계 경제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치솟는 유가로 인해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인 중국이 올해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며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개발도상국은 에너지 및 식품 비용 상승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의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8일(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입 금지를 시행한다고 밝혔는데, 원유 외에도 천연 가스 석탄 등의 자원에 대한 수입 금지와 미 기업이 러시아 에너지와 관련해 생산과 수출 과정에 투자를 하는 것조차 전면 금지했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는 요동치고 있고,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바이든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러시아에 대한 굉장한 압박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공급 차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치솟는 국제 유가, 스테그플레이션의 전조인가?
지난 23일(수)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5.2%(5.66달러) 오른 114.93달러에,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는 5.3%(6.12달러) 오른 121.60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날 국제 유가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치솟기 시작했다.
미국에 이어 EU까지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 글로벌 원유 공급 부족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유가 전문가들은 개전 한달을 넘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국제 유가가 올해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유가 상승은 소비자 지출을 재편하고 금융 시장을 압박하며 세계 각국의 정부 예산에 부담을 주게 된다.
런던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학자인 닐 시어링은 “이는 꽤 암울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높은 유가가 전반적인 경제 활동을 감소시킨다”라고 말했다.
유가는 유럽과 중국처럼 석유 소비 국가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및 캐나다와 같은 석유 생산 국가에게 이를 효과적으로 재분배한다. 그룹으로 보자면, 생산 국가는 소비 국가보다 1달러 추가 지출이 적다.
때문에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생산자 물가지수도 동반 상승하게 된다.
생산자 물가는 소비자 물가의 선행 지표이기 때문에 생산자 물가가 상승하면 당연히 소비자 물가도 뒤따라 상승하게 된다.
국내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한 생산자물가는 통상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미치기 전 이미 지난 2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7.9%가 상승하며 사상 최대폭을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1위 경제 대국의 소비자 물가가 1년만에 거의 8%가 올랐다는 이야기로 지난 2021년 봄부터 미국의 물가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또한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유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 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6.4% 상승했다.
물가는 식료품이나 유가에 의해서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공산품과 서비스 가격 상향으로 오르기 때문에 근원 소비자 물가 지수가 오르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물가는 원자재, 공산품, 서비스 순으로 오르는데, 원자재 가격은 떨어져도 한번 올라버린 공산품과 서비스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짜 걱정되는 부분은 앞으로의 미래라는 것이다.
때문에 다음 달에 발표될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시장의 눈이 모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흉은 원유 가격의 폭등이라며, 높은 유가는 전반적인 경제 활동을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1970년대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물가의 지속적인 하락은 ‘기대심리’로 인하여 구매자들의 ‘구매심리’를 위축시킨다. 그러면 물건이 안 팔리니 기업의 ‘이익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투자감소‘와 더불어 실업율이 올라 다시 소비가 줄어드는 ‘경제 싸이클 악순환’이 무한 반복하게 된다.
이로 인한 경기침체를 ‘디플레이션’ 또는 ‘D의 공포‘라 하는데, 여기에 고물가 상황인 것이 덧대어지면 ‘스테그플레이션’이라고 일컫는다.
1929년 미국의 경제대공황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일본은 90년대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90년대 말부터 2012년까지 디플레이션에 빠졌다)이 대표적인 예다.
한편 일각에선 현재의 상황이 과거의 역사와는 다르다고 의견도 나왔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미국의 경기 침체를 촉발하려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 이상으로 올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Pantheon Macroeconomics)의 수석 경제학자 이안 셰퍼드슨(Ian Shepherdson)은 “미 가계에는 코로나 19 지원금 등 충분한 자금이 있다. 미 가정들이 보유한2조5000억 달러는 충분한 쿠션의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의 고용율도 호조로 작용하고 있다. 연방 노동부는 지난주(3월 13∼19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8만7천 건으로 집계됐다고 24일(목) 밝혔다.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미국민 숫자가 52년 만에 가장 적었고 전주보다 2만8천 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1만 건을 크게 하회해 이번 청구건수는 1969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노동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는 가운데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플레이션도 실업자들의 일자리 복귀를 독려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들이 신규 인력 채용이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기존 직원들의 해고를 꺼리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치솟는 물가에 고통받는 DFW 한인 사회
지난 10일(목) 기준, 텍사스의 평균 휘발유 가격(레귤러 기준)이 갤런 당 4달러를 돌파했다.
이어 24일(목) 기준 갤런 당 평균 3달러 89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한달 전보다 약 70센트 정도 상승한 것이다.
현재 텍사스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주 단위로 오르내림세를 보이고 있는데, 장기간으로는 계속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결국 도넛, 요식업, 세탁업 등 소규모 자영업 비율이 높은DFW 한인 경제는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캐롤튼에서 요식업 관련에 종사하고 있는 한인 S씨는 “이미 식자재 및 가게 운영과 관련한 모든 비용이 크게 올랐다. 가게 렌트비만 해도 큰 폭으로 올라 아무래도 음식과 서비스 값에 반영시킬 수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플라워마운드에 거주하는 제이든 허씨(50대, 남성)는 “갤런 당 4불대의 개스 값이 당혹스럽다. 대중 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는 텍사스에서 연료비는 생활비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생활비에서 한달에 50달러 정도 더 연료비가 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허씨는 “개스값 뿐만이 아니라 때마다 갱신하는 각종 보험료, 식료품비 의료비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크게 올랐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가격이 오르니 아무래도 씀씀이를 줄이게 된다”라고 전했다.
코펠에 거주하는 제니스 김씨(40대, 여성)은 “지난 해까지만 해도 조금씩 오르던 물가가 올해 들어서는 큰 폭으로 오른 것이 느껴진다. 문제는 집값이다. 재산 가치는 높아졌겠지만 당장 매년 내야 하는 재산세가 과거보다 많이 늘었다. 여기에 각종 보험료, 대출금, 주택 유지비 등 앞으로 부담해야 할 돈이 더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들, “전면적인 경기 침체는 없다” 전망
한 한인 동포는 “팬데믹만 끝나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의 영향만 나날이 크게 느낀다”라고 전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유럽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경제적 우려를 극복하고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완전한 금수 조치에 동의하면 유가가 배럴당 16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했다.
오슬로 소재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의 애널리스트 비요르나 톤하우겐(Bjornar Tonhaugen)은 이번 주 고객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이번 여름 유가가 24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는 현재 미국의 연준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의 계산법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세계 주요 국가의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와중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경제 둔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인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 침체 후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재로서 세계 경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중국, 인도의 지속적인 성장만으로도 글로벌 경제가 전면적인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제 2차 세계대전 후 75년 이상 만에 일어난 유럽 최악의 분쟁이 언제든지 더 큰 피해를 주는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인해 이 긍정적인 전망은 분명하지 않다.
박은영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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