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내일을 위한 준비, ‘음성 수료증’을 받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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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앞마당에도 진달래가 사계절 피는 달라스의 겨울. 남향인 뒷마당 데크의 따듯한 햇살은 진순이와 해바라기하며 책읽기에 안성맞춤이다. ‘로망의 성취’라고 할까.
몇 해 전 젊은 목사님들의 밀어붙이기식 자원봉사로 넓고 멋진 덱크를 만들었다. 예상에 없었고 아마추어들이라 재료비가 만만치 않았지만 팬데믹으로 막힌 세상에 살게 되니 예비된 선견지명이 고맙다.
멀지 않은 하이웨이 635에서 죠시레인 쪽으로 앰뷸런스 소리가 요란하다. 새들도 후르륵 날아오른다. 근처에 응급환자가 생겼나보다. 아니면 우리처럼 코로나 19 때문일까.
내일을 준비하는 부지런한 남편이 뒷마당에 비닐하우스를 만든다고 홈디포에 여러 번 다니더니 감기몸살이 난 줄 알았다.
혹시나? 덜컥! 체온을 재니 100.7도, 100.6도! 남편은 기침가래가 목을 막고, 나는 눈과 목이 찌르듯 아프고 기침이 난다.
데이킬, 나이킬, 타이레놀, 멜라토닌을 먹으며 견뎠다. 검사결과를 이메일로 받기까지 사흘은 오뉴월 엿가락처럼 붙은 듯 더디기만 하다.
코로나 19 양성확진! 주위의 수많은 얼굴들이 떠오르며 스스로도 믿을 수가 없다.
아들들 덕으로 3M N95, MOLDEXT KN95 등 의료전문가용 마스크를 쓰고 페이스 쉴드까지 쓰고 일했다. 예약도 10분 쯤 여유를 두고 네일 스테이션과 의자를 소독했다.
손님 핸드폰은 물론 가방끈까지 소독을 권해왔기에 다들 놀란다. 살롱 오너와 손님들에게 텍스트로 알려주고 검사받기를 권했다. 모두 음성이란 연락에 감사했다.
모임과 예배를 줌이나 유튜브로 하고 오고 간 사람도 없었으니 남편이 홈디포 물건 사면서 묻어온 것이라는 추측에 확신이 간다.
“올 것이 왔네. 이번에 잘 지내면 수료증 받은 것처럼 홀가분해질 거야. 백신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는데 오히려 잘 된 거지”라는 남편의 말에 코로나 19까지 따르는 여필종부(女必從夫) 아내는 백치처럼 웃었다.
아들, 며느리의 조언대로 911을 부르는데 큰 죄를 지은 것 마냥 목소리가 떨리고 기침이 더 난다. 세상에 맙소사! 대형 불자동차와 앰뷸런스가 동네가 떠나가도록 사이렌을 울리고 경광등을 번쩍이며 동네 진입로를 막고 집 앞에 선다. 심장 뛰는 소리가 쿵쿵 귓전을 때린다.
“엄마, 아픈 건 부끄러운 거 아니예요.” 아들이 했던 말에 위로를 받으며 혹시나 해서 필수품 가방을 챙겨들고 부부가 걸어 나가니 구급요원들이 놀란 표정이다. 양성확진 복사한 것을 주니 어느 병원으로 갈까 묻는 그들이 참으로 나이스하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갔다.
아무도 없는 듯 조용하기가 휴양지에 온듯하다. ‘인증된 항생제’를 엉덩이에 주사하고 응급실로 이동된 X-RAY로 폐를 찍은 후 정상이란다.
기관지염으로 기침이 심했던 나만 잠시 산소 호흡기를 코에 끼워주고 항생제 처방받고 뒤따라 온 아들 차로 2시간여 만에 집으로 왔다.
아들에게 옮길까봐 차창을 모두 열고 십여분 정도 오는데 엄청 추웠다.
체온계와 ‘산소 포화도 측정기’로 체온과 산소수치, 맥박을 하루에 여섯 번씩 쟀다. 두 아들과 며느리 걱정할까봐 매일 가족 카톡방에 올렸다.
기도 동역자들에게 기도를 부탁하며 응급실 의사와 주치의가 준 항생제, 마이신, 뮤시넥스 DM 등을 먹으며 든든하게 맘먹고 코로나 19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작은아들이 ‘코로나 산타’가 되어 거의 매일 전화확인과 음식, 약, 일용품을 놓고 갔다. 목사님들, 사모님들, 지인들이 음식을 문 앞에 두고 가셨다. 참으로 고마웠다.
“대체로 우리는 아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픔은 살아있음의 징조요 살아야겠음의 경보”라는 이성복 시인의 글이 생각났다.
특별히 아프지 않고 열도 없이 살아있음이 고맙다. 응급실에서의 주사 덕분, 지인들의 기도 덕분이리라. 남편은 냄새도 잘 맡고 식사도 잘 하는데 나는 냄새와 입맛을 잃고 숙면을 못한다.
Brain fog 증세인지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누워서 처음 만난 세상인 트로트 경연대회, 오은영 박사의 ‘금쪽같은 내 새끼’, 강형욱 개통령의 ‘개는 훌륭하다’, ‘나는 자연인이다’ 등을 열심히 보았다.
회복되는 금쪽이네 가족간의 사랑, 반려견과 보호자가 전문훈련을 통해 행복을 찾고, 자연에서의 지식, 함께 울고 기도하며 많은 것을 새롭게 배웠다.
발병 열흘쯤 되니 책이 눈에 들어온다. 미뤄두었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오디오 문학까지 10여권을 읽은 듯하다. 독서의 허기를 채운 포만감에 책꽂이를 보는 눈길이 느긋해졌다.
새해 첫 날 받은 반가운 소식, 코로나 19 음성! 안전을 기해서 3주만에 검사했고 드디어 코로나 19를 이긴 ‘음성 수료증’을 받았다.
족쇄가 풀렸다. ‘호모 마스쿠스(Homo Maskus)’로 돌아가서 일을 하고 싶은데, 눈, 코, 입이 마르고 빠른 피로감에 후유증 걱정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코로나 19에서 회복된 후에도 16가지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영국 일간 ‘더 선’ 지난해 8월 26일자를 보면, 탈모, 고열, 설사, 탈진, 흉통, 불면증, 환각(환청), 코로나 발가락, 오한, 지남력장애(Disorientation), 인지기능 저하, 호흡곤란, 근육통·몸살, 빈맥(Tachycardia), 오심·구토, 부정맥에 더해서 ‘착후(錯嗅·Parosmia)’ 증상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커피에서 휘발유 냄새를 느끼고 손님 한 분은 레드와인에서 식초맛이 난다고 했다.
기도를 많이 못하더니 ‘미리 걱정병’에 걸린 내 모습이 우습다. 본회퍼 목사님의 옥중서신 마지막 시에 곡을 부친 ‘선한 능력으로’ 노래와 가사에 힘을 얻는다.
그 선한 힘에 고요히 감싸여 /
그 놀라운 평화를 누리고
나 그대들과 함께 걸어가네 /
나 그대들과 한 해를 여네
그 선한 힘이 우릴 감싸시니 /
그 어떤 일에도 희망가득
주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셔 /
하루 또 하루가 늘 새로워 *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 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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