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고향을 돌아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NEWS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1-11-12 11:24

본문

우리 부부는 코로나 19 팬데믹에서 조금 풀려나려는 즈음 오레곤 주 포트랜드에사는 막내아들 집에 가서 놀다가 내친 김에 20여년간 살았다 할 수 있는 달라스로 향했다. 

 

달라스는 한국을 떠나 미국 이민의 첫 발이면서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정착지였다. 그 곳에는 우리 엄마가 달라스 지역 한 가운데 있는 롬바르디 천주교 묘지에 잠들어 계시고 개스 스테이션을 하는 막냇동생과 오클라호마에서 도넛샾을 하는 셋째동생이 살고 있다. 어머니의 묘소가 있고 내 피붙이들이 사는 그 곳은 내 고향이다.

 

그 뿐 아니라 달라스의 주간지인 KTN에는 오래 전부터 내 글이 실리고 있어서 내가 달라스에 현재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KTN은 달라스 지역 유력한 미디어로 한인사회에 온갖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미주 사회에서도 영향력 있는 신문이다. 이런 신문에 내 글이 연재되는 일은 영광스런 일이다. 

 

그리고 그 곳에는 달라스가 배출한 소설가 손용상 작가(KTN 논설위원 겸 한솔문학 발행인)가 건재하고 있다. 그는 발이 넓어 국내외를 아우르는 전국구 작가로서 많은 유명 문인들과 끊임없는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면서, 문학의 변방이었던 달라스의 위상을 세우고 있다.

 

“김수자의 글을 읽는 사람이 있어요”라는 손작가의 말에 힘입어 ‘하와이에서 생긴 일’을 연재한 것은 고향 사람들에게 태평양 한 가운데 수석처럼 떠있는 하와이 섬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였다.

 

비행기가 1시간이나 지연되어 동생 집에는 12시가 넘어서 도착했더니 막내올케가 부억에서 분주하다. “누나, 웬 밤중에 도착해서 귀찮게해요.” 동생이 투덜거렸다. 형제 간에는 ‘예의’가 빠진다. “라면 끓여, 라면.” 동생이 말하자 “라면은 무슨, 큰 손님 오셨는데.” 올케가 대답하며 뜨끈한 만두국과 과일을 계속 내왔다. 재택근무 하는 약사 조카 유진이가 합세하여 오밤중에 포도주를 들었다.

 

다음날 “카톡 카톡” 손용상 작가로부터 ‘뚝배기’식당으로 오라는 전갈이 왔다. 남편이 얘기했다. 달라스에서 만나는 분들께 식사대접은 우리가 하자고. 그런데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첫날 만남은 손 작가와 부인 조석진, 닥터 조진태 조수인 부부, 이관용 ‘한솔문학’ 고문, 그리고 채윤정 회계사와의 만남이었다. 

손 작가의 부인 조석진 씨는 밝고 명랑한 모습이 변하지 않았다. 닥터 조진태 조수윤 부부는 나이를 잊은 듯 동안이었고, ‘자연주의’ 내용으로 하는 책 번역이 끝나서 곧 출판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관용 한솔문학 고문께서는 늘 밥값을 내시는 분인데, 이번에는 채윤정 회계사에게 양보하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달라스 한인사회 최초 달라스 시 판사였던 채동배 변호사의 타계소식과 함께 몇몇 올드 타이머들의 타계소식에 숙연해지기도 했다. 

 

둘째 날에는 안자영 씨 부부, 황세오 선생님, 박일윤 사장님, 이진영 목사님, 박영남 장로님을 만났고, 주말에는 또 다시 손용상 작가 부부와 함께 정든 옛 달라스 문학회원들을 만났다. ‘섞인 사람들’의 저자 백수길 님, 해외작가 최초의 ‘편운문학상’과 ‘윤동주 서시 해외작가상’을 수상하여 달라스를 빛낸 김미희 시인과 달라스의 유일한 사진작가 김선하 님을 만났다. 모두들 지난날 보다야 늙었지만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어서 안심이 되었디. 김정숙 아동문학가와 킬린에 살고 있는 최정임 작가와는 전화통화만 했는데 목소리로 건재를 감지할 수 있었다.

 

밥집의 인심도 여전했다. 내가 좋아하던 ‘소공동  순두부(현 초당 순두부)’의 예쁘신 여사장님 손맛은 변치 않았고 여전히 옛날 맛을 내고 있었다.

“별로 변하지 않으셨어요.” “순두부의 맛도 변하지 않았네요.” 우리는 이렇게 인사했다. KTN의 박은영 부국장님도 만나고 싶었고, 또 옛날에 알았던 여러 그리운 사람들도 만나고 싶었는데… Round ticket이 문제였다.

 

달라스는 4년 전 방문 때보다 더 많은 고가도로가 사방으로 이어져 길을 나서면 공중부양 하는 느낌이었다. 팽창에 팽창을 거듭하는 텍사스는 임신중절 반대의 기치가 높은 골수분자들이 사는 곳이다. 나는 그 고집스런 텍사스, 그 중에서도 제2의 고향인 달라스를 늘 그리워하며 산다.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운동하고 돌아오니 새벽부터 출사 나갔던 남편이 돌아와 있었다. 아침으로 간단하게 먹을 빵을 사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은 초봄부터 Aspen으로 단풍 구경 갈 계획을 열심히 세웠었다.내년으로 미루자는 내 제안에 할 수 없이 포기하고 재작년에 다녀온 오클라호마와 알칸…
    문학 2021-11-19 
    안녕하세요. 2021년 11월 중순입니다. 약 2달 후에는 2022년이 옵니다. 예전에는 2022년이라고 하면 하늘에 자동차들이 날아다닐 줄만 알았는데, 그와 비슷하게 ‘드론’이 날아다닙니다.과학의 발전은 정말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스마트폰 없이는 살기 힘든 세…
    리빙 2021-11-19 
    2021년 11월 15일 월요일 오전 12시 1분을 기점으로 18,000명의 Castle Hills 주민이 공식적으로 Lewisville City의 납세자가 되었다. Castle Hills의 마스터 계획개발은 Bright Realty의 주도로 1996년에 착공되었다.1…
    부동산 2021-11-19 
    뷰티풀 보이- 아빠, 미안해 -언론사 프리랜서인 데이비드는 18살 아들 닉이 전날 집에 들어오지 않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다.닉은 어려서부터 글쓰기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착한 아들이었으나, 지금은 마약에 빠져 마리화나, 엑스터시, 코케인, 크리스탈메스 등 여러 가지 …
    문학 2021-11-19 
    뇌혈관질환은 암, 순환계통 질환, 호흡계통 질환에 이어 한국인 사망원인 4위에 차지할 정도로 위중한 질병이다.가수 윤계상과 배우 정일우가 최근 뇌동맥류 치료를 받은 사연이 보도된 바 있다. 윤계상은 “지난해 뇌동맥류 판정을 받고 혈관에 스텐트와 코일을 심었다.” 고 밝…
    리빙 2021-11-12 
    바다건너 고국은 이제 차기 대통령 선거가 4달 남짓 남았다. 지난 주중에 야권을 대표하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선출에 현 정부의 핵심요직을 지낸 전직 검찰총장이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아마도 적지 않은 수의 국민이 야권을 중심으로 고국의 정치가 달라지기를 바…
    회계 2021-11-12 
    우리 부부는 코로나 19 팬데믹에서 조금 풀려나려는 즈음 오레곤 주 포트랜드에사는 막내아들 집에 가서 놀다가 내친 김에 20여년간 살았다 할 수 있는 달라스로 향했다.달라스는 한국을 떠나 미국 이민의 첫 발이면서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정착지였다. 그 곳에는 우…
    문학 2021-11-12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선선하고 화창한 텍사스의 날씨는 잘 즐기고 계신지요. 모든 유통업계가 비슷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가오는 연말연시 준비에 마음만 급한 요즘입니다. 오늘은 쌀쌀한 날씨에 남녀노소가 다양한 맛과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만두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
    리빙 2021-11-12 
    지난 5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집값이 정말 많이 올랐다. 이렇게 큰 파도가 한차례 지나가면 세상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집을 소유해서 자산증식의 효과를 맛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집값 상승기에 집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허탈하다. 뼈 빠지게 일해봤자 1년에 1…
    부동산 2021-11-12 
    ACA Health Insurance(오바마 케어) 법안은 2010년 3월에 통과되었고 Affordable Care Act (ACA)라고 불린다. 이 법안은 2014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었으며, 전 국민의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 하는 의료보험 개혁이다. 그러나 …
    리빙 2021-11-05 
    ‘No Salt No Deal’을 한국어로 직역하면 ‘소금이 없으면 협상도 없다’로 번역할 수 있는데, 이것은 지금 미국 의회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 중 하나다.S.A.L.T.는 ‘State And Local Tax’의 준말로 주정부나 카운티, 시정부에서 부과하는 세…
    회계 2021-11-05 
    모두가 아시다시피 칼슘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되는 영양소 중 하나입니다.많은 사람이 칼슘이 뼈를 구성하는 성분이며 뼈를 튼튼하게 하려면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칼슘이 뼈를 건강하게 해주는 것 이외에도 아주 …
    리빙 2021-11-05 
    할로윈(Halloween)만 되면 마녀가 장난을 치는지 기온이 뚝 떨어지곤 했었다.내내 덥던 날씨가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쌀쌀해져서 얇디얇은 코스튬을 입은 아이들이 감기 걸리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는데, 올해는 걸어 다니기 딱 좋은 날씨였다.할로윈의 백미는 트릭 오어 트릿…
    문학 2021-11-05 
    안녕하세요! 단풍이 지는 11월입니다. 가을의 단풍을 보고 있노라면 현재 좋지 않을 일로 세상이 떠들썩해도 자연의 변화와 섭리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매장에서 손님들이 산 품목들을 보면서 최근 판매되는 경향을 숫자 등의 자료가 아닌 실제…
    리빙 2021-11-05 
    요즘 경제뉴스와 주식관련 뉴스에 하루도 꼭 빠지지 않고 들리는 한 단어가 있다면 ‘Tapering’일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여기저기서 테이퍼링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테이퍼링이란 사전적 의미로 ‘점점 가늘어지다’인데, 콸콸 흘러나오는 수도 꼭지를 조금씩 잠그면…
    부동산 2021-11-05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