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속의 2023년을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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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많이 쌀쌀합니다. 연신 눈이 내릴 듯하면서 잠시 머뭇거리며 기다림을 더욱 아주 깊게 만들어 버립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했지만 너무나 평범한 크리스마스였기에 눈이 내리는 꿈을 갖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꿈을 가지면 기대와 희망이 생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처럼 꿈을 꾸며 기대와 희망을 가졌던 2022년이 이제 우리에겐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어지고, 2023년을 기다리며 자발적인 마음의 사랑과 희망의 속삭임을 기대하는 시간입니다.
새삼 한 달이 가고 한 달이 오는 것이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일과의 반복이었지만 2022년은 다사다난 했다는 말이 어느 해 보다 어울리는 한 해임은 분명합니다. 어둠이 순간순간 밀려오고 지구 곳곳에서 수많은 암울한 사건들이 신문지면을 장식하며 때로는 곳곳에서 희망의 불마저 꺼져버리는 일들이 반복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그러한 삶을 견디기엔 우리 모두에게 약간의 여력이 있는가 봅니다. 세상을 바로 보고 누구나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문턱이 너무 높아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 같이 어울려 세상을 낮은 곳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안겨다 주는 따스함의 문제’ 라는 리차드 브로티간의 작품을 되새기며 시작한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를 시작한지 벌써 19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싸구려 같고 투박한 머그잔 속에 커피 한 잔 채우고 ‘로얄 코펜하겐’처럼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세상을 가장 낮게 바라보는 자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삶의 질그릇이 됨을 점점 깨닫게 되는 우리의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위대한 인물은 이상을 논하고 일반 사람은 주변 일을 논하고, 소견이 좁은 사람은 사람에 대한 논한다.’ 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생각하게 합니다.
울퉁불퉁한 디자인에 단순하며 보잘것없는 직사각형의 옆모습을 하고 갈 곳 없어 이곳 저곳에 흩어진 머그잔들 속에 향기로운 커피, 따스한 티백의 차, 허겁지겁 일터의 갈증을 풀어주는 물잔으로 채워짐을 보며 지난 시간을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바호족의 성지라 불리는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를 지나면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달리기를 마지막으로 멈추게 하였던 신비의 힘을 이야기하고, 14,271피트(4350미터)의 마운트 에반스(Mount Evans) 정상에 올라 홍엽에 물든 산야를 바라보며 짙은 향수를 고향을 향해 뿌리고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현실에 감사했던 이야기, 한없이 아름다웠던 환상적인 가을의 색으로 채색된 애팔래치안 산맥을 따라 이어진 블루 리지 파크웨이(Blue Ridge Pkwy)길 위에서의 깊은 대화들, 능력의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대단했던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속에서 만난 젊은 연주자들 이야기, 그리고 처음 보는 인상파의 작품을 바라보면서 멋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림은 가슴으로 이해하는 거야’ 하면서 너스레를 떠는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의 항해 속에 만난 달라스 한국문화원 식구들 이야기들……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겐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추억은 미래를 위한 혁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보잘 것 없는 단순한 머그잔 하나 달랑 들고 시작한 여행이지만, 우리가 미래를 이야기하고 이상의 이야기 꽃을 피울 때면 어느새 그분들 마음 가운데는 연분홍 꽃 무늬에다 잔잔히 박이 에메랄드 빛 보석 알이 박힌 화려한 머그잔으로 변해 있는 것을 느낄 수 가 있습니다. ‘그릇은 문제가 아니다. 단지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가가 중요하다’ 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이해인 수녀의 시 ‘한 해를 보내면서 올리는 기도’ 그 구절에 나오는 내용을 통하여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합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오종찬
·작곡가
·KCCD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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