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CPI 4.2% 상승, 휘발유값이 전체 상승분 60% 이상 견인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4.2% 오르며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린 결과다.
노동부는 10일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의 3.8%에서 0.4%포인트 뛰어오른 것으로, 2023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5월 CPI의 특징은 에너지 가격이 사실상 전부를 주도했다는 점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전월 대비 물가 상승분의 60% 이상이 에너지 항목에서 비롯됐다.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새 7% 뛰었고, 1년 전보다는 40% 넘게 올랐다.
자동차 보험료는 한 달 새 1.7% 내렸고, 처방약(-0.9%)과 신차(-0.3%) 가격도 소폭 떨어졌다. 식품·주거비·의류 가격 상승세도 전월보다 다소 둔화됐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5월 말 갤런당 4.56달러로 4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가, 6월 들어 4.15달러 선으로 내려왔다. 전쟁 초기였던 2월 말 이후 유가 급등세가 이어져 왔지만, 현재는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5월 전체 물가는 전월 대비 0.5% 상승해 4월(0.6%)과 3월(0.9%)보다 오름폭이 줄었다.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Core CPI)도 전월 대비 0.2% 상승에 그쳐 4월(0.4%)보다 크게 둔화됐다.
RSM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수엘라스는 “연간 기준 물가 상승률이 고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도 “높은 에너지 가격이 다른 물가 항목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인공지능(AI) 투자 호황으로 인한 공급망 병목 현상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연방준비제도(Fed)로선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케빈 워시 신임 의장 체제 첫 회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지표는 Fed가 물가 목표치에 여전히 근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Fed 내부에서는 금리를 더 오래 동결하자는 의견과 인상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연초만 해도 시장에서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노동부의 별도 보고서에 따르면 5월 물가 상승률이 임금 인상률을 웃돌면서 실질 시간당 임금이 1년 전보다 0.7% 감소했다. 4월(-0.3%)에 이어 두 달 연속 뒷걸음질친 것이다. 임금이 올라도 임대료·식료품·기름값 오름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타주 오그든에 본사를 둔 아메리카 퍼스트 신용협동조합의 데이비드 스테이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휘발유값 급등에도 좀처럼 소비 습관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신용카드 연체와 대손상각이 늘고 있고, 자동차 대출 수요도 소폭 줄었다”면서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갑을 열고 있지만, 그게 결국 스스로를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 오면 지출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발표 이후 뉴욕 증시는 약보합세로 출발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250포인트(0.5%) 가량 하락했다. 항공권 가격은 4월보다 2.7% 올라 에너지 비용 상승이 여행 관련 업종으로도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경제 전반적으로는 관세, 에너지 가격, AI 투자 붐이라는 세 가지 물가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재점화되지 않는 한 5월이 이번 물가 상승 사이클의 최고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리 = 김여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