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
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
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
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
지난 4월 10일, 열흘간의 우주여행을 마친 4명의 우주인이 안전하게 지구로 돌아왔다. 이들은 4월 1일 아르테미스 2호를 타고 지구를 출발하여 달 궤도를 성공적으로 비행하고 귀환했다. 1969년 7월 20일 처음 달에 착륙한 이후로 50여 년이 흐른 지금 인류는 달로 가기 위한 두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고성능 컴퓨터도 없고 기술도 낙후했던 그 시절에도 달에 갈 수 있었는데, 왜 요즘은 달에 못 가냐고 푸념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달 착륙 자체가 가짜였고 모든 것이 미국이 꾸민 거짓 이벤트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워낙 오래전 이야기라 달 탐사 프로젝트가 마치 한두 번의 로켓 발사로 성공한 이벤트라고 기억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 듯하다.
1960년 대의 달 착륙 프로젝트는 잘 알려진 대로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 체제 속에서 벌어진 우주 개발 전쟁의 결과물이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의 신 아폴로에서 이름을 딴 아폴로 프로그램은 12년에 걸쳐 약 258억 달러를 쏟아부은 엄청난 프로젝트였다. 1960년대 미국의 평균 연간 총생산이 약 7,000억 달러였으니, 이 중에 0.3 퍼센트를 이 프로젝트에 투입한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예산이 현재 미국 총생산의 0.04 퍼센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미국이 아폴로 프로그램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아폴로 프로그램에서는 닐 암스트롱이 탔던 아폴로 11호가 가장 유명하지만, 아폴로 7호부터 17호까지 모두 사람이 타고 우주로 나갔으며, 이 중 6개의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하였다. 달을 직접 밟아본 사람도 무려 12명이나 된다. 아폴로 13호도 달 착륙을 목표로 하였으나, 발사 후 약 56시간이 지난 시점에 산소 탱크가 폭발하여 달 착륙을 포기하고 지구로 귀환하였다. 과학 기술의 측면에서 보면 이 귀환 프로젝트는 달 착륙만큼이나 어려운 것이었다. 지구에서 멀어지던 13호는 달 주변을 돌며 달 중력을 이용해 지구 쪽으로 진행 방향을 바꾸어 귀환할 수 있었다. 1995년에 개봉한 영화 아폴로 13에서도 잘 묘사되었듯이 수동 궤도 조정, 이산화탄소 필터 제조, 소비 전력 관리 등 공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았고 다행히 모두 성공하여 3명의 우주인이 무사 귀환하였다.
달 착륙과 더불어 주목할 부분은 아폴로 11호에 앞서 여러 우주선 발사로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아폴로 4호와 6호는 발사 로켓의 성능을 시험했고, 5호는 달 착륙선의 성능을 시험하였다. 7호는 사람을 태우고 지구 궤도를 돌며 시스템 전체를 점검했고, 8호에도 우주인이 탑승하여 달 궤도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이번 아르테미스 2호가 이와 매우 유사한 임무를 한 것이다. 아폴로 9호는 달 착륙선과 비행선이 도킹하는 실험을 했고, 10호는 달까지 가서 착륙선이 달 표면의 15km 높이까지 도달한 뒤 귀환하였다. 이처럼 인류는 50년 전에 손쉽게 달에 간 것이 아니다. 막대한 예산과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고 당시 첨단 기술을 쏟아부음과 동시에 기술적 완결성 또한 놓치지 않는 아름다움 과정을 보여주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에서 이름을 따온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단순히 달에 착륙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50년 전의 아폴로 계획을 뛰어넘어 달에 인간이 상주하는 기지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을 다녀온 우주인들은 우주에서 지구를 본 뒤 매우 인상적인 감회를 남긴 경우가 많다. 아폴로 8호에 탑승했던 윌리엄 앤더스는 “우리는 달을 탐사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지만, 가장 중요한 발견은 지구였다.”라고 말했다. 그의 동료 우주인이었던 프랭크 보먼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달에 와서 지구를 돌아보게 되면, 사람들의 차이나 국가적인 구분 같은 것들은 거의 다 희미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아, 결국 이건 하나의 세계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런데 왜 우리는 서로 제대로 어울려 살지 못하는 걸까?’라는 질문까지 하게 됩니다.”
이번 아르테미스 2호에 탑승한 우주인들은 달을 향해 날아가는 동안 부활절을 맞이했다. 조종사 역할을 했던 빅터 글로버는 부활절 아침에 있었던 원격 인터뷰에서 매우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우주라는 끝없는 허공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지구를 보며 그가 지구에 전한 메시지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는 아름다운 메시지였다. 그의 말을 여기 옮긴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서 지구를 보니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 깨달은 건 바로 지구는 하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정말 놀라운 우주선에 타 있는 거예요. 지구에 있는 여러분은 저희가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부터 멀어졌다고 말하겠지만, 여기서 보기엔 여러분이 지구라는 이름의 우주선을 타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여러분은 저희가 우주에서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시겠지만, 정말이지, 여러분 모두가 특별한 존재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텅 빈 우주 공간에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오아시스에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 거예요. 부활절 아침에, 여러분이 신을 믿든 안 믿든, 한 가지만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가 결국은 하나라는 것과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