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라스의 올 여름은 무척이나 덥고 뜨겁습니다. 연일 100도가 넘는 기온에 벌써 가을을 기다리며 지친 나날을 보내기도 합니다. 음악 분수 쇼를 기다리며 육체와 마음을 적셔보지만 연신 쏟아지는 폭염에 몰래 숨어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렇지만 풀어놓은 세월의 보따리 속에 쓰여질 아름다운 삶이 이야기는 계속 될 것입니다.
이번 9월에는 멀지만 가까운 곳인 텍사스 최대 도시인 휴스턴(Houston) 다운타운에서 북쪽으로 약 28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조그만 도시인 우들랜즈(The Woodlands)에서 21세기의 세계 최고의 팝페라 가수로 꼽히는 Josh Groban의 연주가 있는 달입니다. 영혼을 움직이는 감동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Josh Groban의 공연은 9월3일 목요일 저녁에 이곳에 있는 대형 야외 공연장인 신시아 우즈 미첼 파빌리온(The Cynthia Woods Mitchell Pavilion)에서 열리는데 이번 공연은 그의 ‘Stage, Screen and Symphony’ 북미 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휴스턴 심포니(Houston Symphony)의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이 진행이 됩니다.
우리는 서둘러 우들랜즈로 가는 길을 재촉하였습니다. 창밖으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도로 위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달라스는 너무나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인디안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만큼 간절한데, 이렇게 속절없이 내리는 휴스턴의 풍경이 때로는 많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모처럼 떠난 야외공연이라 내리는 비가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야외 공연을 걱정하는 마음속에 빗길을 천천히 달리며 길 위에서 작은 위로를 만나기도 합니다.
비가 내리고 난 후의 우들랜즈의 마켓 스트리트(Market Street)의 모습은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매우 분주합니다. 서두를 이유 없는 시간, 마주 앉은 사람과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가 오늘 하루의 긴장을 조용히 내려놓게 합니다. 커피 한 잔의 향을 느끼며 “오늘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공연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던 Josh Groban과의 만남이었기에 마음은 이미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듯 합니다.
비간 내린 후, 세상이 한 번 깨끗이 씻겨 나간 듯한 맑고 싱그러운 공기가 머무는 곳에서 젖은 나뭇잎은 햇살을 머금고 반짝이고,도로 위에는 빗물이 만든 작은 거울들이 하늘을 담고 있는 시간을 걷고 있으면 어느새 저 멀리 하얀 지붕을 펼쳐 놓은 웅장한 파빌리온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공연장은 16,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 예술 및 현대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이면 휴스톤 심포니의 연주도 많이 열리는 대형 공연장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성악적인 기교보다는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목소리로 전세계인을 매료시킨 우리 시대 최고의 팝페라 보컬리스트인 Josh Groban은 17살의 나이로 명 프로듀서 David Foster에게 발탁되어 락과 팝, 클래식을 넘나든 다양한 음악적 시도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빗물처럼 청명하게 흐르는 그의 목소리와 잔잔히 불어오는 가을이 정취처럼 신선한 그의 음악세계는 성악적 기교에서 나오는 어는 세련된 어느 성악가의 목소리보다 진솔한 그의 영혼의 세계를 이끄는 시간을 만들어 냅니다. 오래전 보스턴에서 재즈 트럼페터 크리스티 보티(Christ Botti)와 같이 협연을 하면서 청중을 홀렸던 한국계 어머니를 둔 크로스오버 바이올리니스트 겸 배우인 루시아 미카렐리 (Lucia Micarelli) 신들린 바이올린 연주와 협연, 그리고 무대를 꽉 채운 휴스톤 심포니 오케스라의 연주는 단순한 야외 콘서트의 차원을 넘어 커다란 예술적 감동을 선사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이 아직 가슴에 남아 있는 밤, 공연장을 나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별빛은 조용히 빛나고,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합니다. 달라스를 떠나 우드랜즈 파빌리온에서 맞이했던 눈앞의 까만 하늘 위에 반짝이는 별들과 같이했던 멋진 콘서트, 어쩌면 이런 평범한 순간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행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늘의 별들 사이로 천천히 흘러가는 음악소리에 그 시간의 감동을 이제 3시간30분을 운전하여 달라스로 돌아가는 긴 여정의 시간과 같이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