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전쟁發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잇달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돌파구 없이는 유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전쟁으로 3월 한 달간 하루 약 8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산했다. 평상시 하루 최대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탓이다. 미국산 원유 가격은 2월 중순 배럴당 63달러에서 13일 97달러로 치솟았고, 휘발유 소매가는 한 달 새 23% 급등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비축유 4억 배럴 방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일부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 보험 지원 등 다양한 카드를 동원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 추산에 따르면 각국 전략비축유 방출분을 모두 합쳐도 하루 300만 배럴 수준으로, 전쟁으로 빠져나간 공급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피트 헥세스 국방장관은 13일 브리핑에서 “해협 통항을 막는 것은 오직 이란의 선박 공격뿐”이라며 “군사적 해결만이 답”이라고 못 박았다. 크리스토퍼 라이트 에너지장관도 미 해군의 유조선 호위가 이달 말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전쟁이 끝나면 유가가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단기적인 유가 상승은 이란 핵 프로그램 위협을 종식시키기 위해 감수해야 할 비용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전쟁 개시 2주가 다 되도록 종전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과거 트럼프 1기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4월 관세 충격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시장의 반발에 즉각 물러섰다. 이른바 ‘TACO(트럼프는 항상 꼬리를 내린다)’ 법칙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군사적 충돌인 만큼, 경제정책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배럴당 120달러의 고유가 속에서도 미국 경제가 버텨낸 전례는 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해법은 결국 군사력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