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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데스크칼럼

‘우리가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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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오피니언 댓글 0건 작성일 22-04-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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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새해가 되거나 혹은 특별한 어떤 계기가 생기면(예를 들면 정권이 바뀐다든가 하는) 그 참에 늘 잊고 있던 ‘희망’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꿈을 꾼다. 그리고는 그리스 신화에 쓰여 있는 <판도라의 상자>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왜냐하면 그들 신화들을 읽으면 그래도 뭔가 뇌리에 앙금이 남는 것은, 그 얘기들이 신들에 관한 <신화>이기 이전에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믿거나 말거나를 떠나 우리가 어릴 적 할머니에게 들었던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처럼, 우리에게 그것은 과학적인 분석이나 비판 보다는 그냥 읽고 재미를 느끼고 교훈을 주기도 하였으니까.

알기로는, 판도라는 신들의 대표격인 제우스가 인간(남성)을 벌하기 위해 첫 부인 헤라 사이에서 난 맏아들인 불과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로 하여금 인류 최초로 만들게 한 여자라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판도라는 천상의 신들로부터 좋고 나쁜 갖가지 많은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들로부터 받은 여러 가지 선물을 상자에 넣어 지상으로 내려왔는데, 어느 날 그만 실수로 그 상자를 열었다가 급히 닫았다고 한다. 그 순간 그 상자 속에 들어 있었던 수많은 좋고 나쁜 죄악의 씨앗들은 모두 인간 세상 속으로 스며들어 버렸고, 단지 ‘희망’이란 씨앗만이 남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 미국에서 살다가 생을 달리한 이윤기 작가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생각난다. 그 번역서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그중 ‘인간의 새벽’은 참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인간이 생성되던 즈음을 설명하는 대목을 모은 것인데- 즉 프로메데우스가 처음으로 흙으로 인간을 빚었다던가, 또는 개미가 인간으로 환생하는 뮈르미도네스의 이야기, 왕뱀의 이빨에서 인간이 솟아올랐다는 카드모스의 이야기 등등은 그야말로 신화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그렇더라도 구약성서의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신화 속의 대홍수와 데우칼리온 이야기는 신화의 문화권역 간을 넘나들기를 암시하는 대목 같아서 주목할 만하다>고 역자의 말끝에 토를 달면서도 <…신화는 그냥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옛 이야기들이 만약 잘난 분석가들의 손에 들어가 그 허실을 따져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아무 의미가 없이 희망이 절망으로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요지의 글을 썼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인간의 새벽이 펼쳐지면서 많은 신들이 이 땅을 떠났지만, 그러나 그들이 떠난 빈터에 많은 시인(詩人)들이 끊임없이 나타남으로써 또 한 차례 신화와 버금가는 시대를 화엄(華嚴)하고 있으니 그들이야말로 인간의 희망이 아니겠는가> 라고ㅡ.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을 표한다. 

우리네 가수 중에도 ‘김종환’이란 친구가 있다. 그가 부른 노래 중에 <존재의 이유>라는 것이 있는데, 그 노랫말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저녁 늦게 나는 잠이 들었지. 너무나 피곤해 쓰러져 잠이 들었지. 나는 왜 이렇게 사는거야…” 하지만 그 친구는 이 모든 것이 힘들어도 <네>가 있어 <내>가 존재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내 존재의 의미는 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록 유행가이긴 하지만 그것은 바로 <너=희망>이었고, 그것이 없다면 그는 아마 자살도 서슴지 않았을 것이고 밤낮으로 술이나 마시며 폐인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임을 암시했었다.

그렇다. 골백번을 생각해도 희망은 귀한 것이고 그것 만이 절망과 실망과 증오와 미움으로부터 ‘나’와 ‘너’를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보루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사랑, 이웃과 ‘너’에 대한 거짓 없는 마음이 달빛처럼 꺾어짐이 없을 때 얻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야에 구름이 끼고 주변이 어두워지고 나뭇가지 사이로 그 빛이 스며들지 못하면 달빛은 이미 달빛의 역할을 못하듯 가정이나 사회, 나아가서는 국가를 경영하는 위정자들은 물론 우리네 이민 동포들도 주변을 기만하고 위선을 참말인 양 포장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 모두 선량한 이웃들에게 희망은 못 줄지언정 차마 씻지 못할 마음의 상처는 입히지 말았으면 좋겠다. 특히 낼 모레 부활절을 맞으며 예수께서 “부활은 길이요, 생명”이라고 하셨으니 그 또한 우리에겐 ‘희망’이 아니겠는가. 

 

손용상 논설위원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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