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데스크칼럼
[짧은 글 깊은 생각] 민심(民心), 천심(天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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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벌써 반이 흘러가 ‘봄’이 지나가고 있다. 봄은 계절의 여왕이고 가장 눈부신 계절이라 했는데, 어째 대한민국의 봄은 그렇지 않은 느낌이다. 날씨는 화창했지만, 우리 조국의 국내외 대다수 동포들 마음은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다. 되레 앞으로 다가올 무성한 신록의 여름도 ‘짜증’으로 점철되고 바로 겨울이 닥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나만의 생각일까? 아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자연발생적인 민심(民心)이 흉흉하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들을 헤아려 본다. 5.18 기념식 헤프닝이 그렇고, 이에 빨대를 꽂은 정치꾼들의 지방색과 좌우 편 가르기가 도를 넘고 있다. 과거 박정희 시절처럼 찜 쪄 먹고 있는 현실이다. 거기다 현직 대통령 부인까지 한 다리 끼며 기념식장에서 제1야당 대표를 ‘악수패스’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으니···만약 그 여자가 오히려 ‘요즘 얼마나 힘드세요? 힘내세요!’ 하며 마주 손잡아 주었다면 얼마나 멋진 영부인이 되었을까···해서 요즘 시중에 회자되는 이른바 ‘민심(民心)’에 대한 옛 이야기 한 자락 들려드리며, 우리 해외 동포들의 우울한 마음을 달래고자 한다.
ㅡ산 속 깊은 곳에 토굴을 짓고 혼자 수행 정진해 온 한 노스님이 먼 마을로 양식을 구하러 탁발(托鉢)을 나섰다. 날이 저물어 무명 촌로의 집에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노승은 저녁 식사 후 주인 부자지간의 대화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이른다.
"듣자니 보안골 이병사가 며칠 전 죽었다는데, 죽어서 지옥에 갔는지 극락에 갔는지 가서 알아보고 오너라"
노스님은 참으로 알 수 없었다. 자기는 일생을 참선 수행을 하며 살아왔지만 죽은 사람이 지옥을 갔는지, 또는 극락으로 갔는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는 일인데, 한 촌부가 어떻게 저런 말을 거침없이 하는 게 놀랍기만 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아들이 돌아와 자기 아버지께 "극락으로 갈 거랍니다" 하고 아뢰니 "그럴 것이야" 하는 것이었다. 노스님은 더욱 기가 막혔다. 이 노인과 저 젊은이가 죽거나 죽을 자가 극락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는 신통력이라도 가졌다는 말인가? 궁금증 속에 날이 밝았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자 주인 노인이 또 아들을 불러 묻는다. "듣자니 청기와 고을 오달이 영감이 노망이 걸려 똥오줌을 못 가린다고 한다는데, 그 영감 죽으면 어디로 갈 것인지 함 알아보고 오너라." 하는 것이었다.
얼마 후, 청기와 고을을 다녀온 아들이 아버지께 아뢰는 말이 "오달이 영감님은 지옥으로 갈 것이 확실하답니다."였다. 노인은 혀를 끌끌 차며 "그럼 그렇지" 하는 것이었다. 노스님은 더 이상 긍금증을 참지 못하고 주인을 찾아가 물었다. "죽고 죽을 사람이 지옥을 가는지, 극락을 가는지 어떻게 알 수가 있으시오?"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그 이유를 일러주었다.
"간단하오이다. 그 사람이 살던 마을에 가면 금방 알 수가 있소이다!"
“어째서요?”
"윗마을 이병사는 살아생전에 비록 고집은 세었지만 심성이 반듯하고 양심이 고우며 강직하고 부하들을 위해서 욕먹을 일은 도맡아 했다고 하더이다. 그래 마을 사람들이 모여 그의 죽음을 애통해 하며 극락왕생을 빌고 또 빌었으니 필경, 극락에 갔을 것이외다,”
“오달이 영감은?”
“아, 그야 뻔하잖소이까? 그 영감은 벙긋하면 거짓말로 동네 사람들 속이고, 평소 뒷구멍으로 고을 부자들 등쳐서 윗동네 깡패들에게 뇌물 바치고 목숨 구걸하고, 또 제편 안 드는 사람들에겐 인정머리 없이 얼마나 모질고 독하고 해댔는지, 동네사람들이 그 영감 멀쩡할 때도 빨리 뒈지라고 이구동성 수군댄다는 얘기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소이다.”
“뭐라 했는데 그러시오?”
“글씨나, 종가 박살내더니 눈에 백태가 끼었다더군. 마을 부자들 등쳐 뺏은 돈 깡패들한테 바치느니 마을자경단 맹글어 한판 붙는게 훨 낫쟈? 동네 사람들이야 굶어죽건 말건 지 졸개들이나 배불리고 그리 거들먹대다 되레 깡패들한테 뭣 주고 뺨 맞고, 그냥 열 받아 자빠진거여! 귀신은 뭘 했을까? 죄받아서 그런 거여. 저승사자가 아직 그냥 놔두는 건 아매도 벽에 똥칠 더하고 가라는 뜻일거구만. 게다가 온 동네 사람 못살게 악질 짓만 했응게 온전하게 못살 게 뻔하지라. 마을 사림들이 그렇게 저주를 퍼붓는다니, 그야 지옥밖에 갈 데가 더 있겠소?"
그렇다. '民心이 天心'이라 했다. 이 민심이 곧 하늘의 심판이요, 신의 판결문이며 업경대(業鏡臺)인 것이다. 즉 복을 받기 위해 기도하거나 절을 하기 전에 내 마음의 거울부터 먼저 들여다보라는 얘기다. 자기 마음 거울에 때가 끼었으면 맑게 닦아내는 게 사람의 도리다.
복(福)은 각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마음 그릇의 크기에 따라 받게 된다고 한다. 그릇이 크면 많이 담겨지고 작으면 적게 담겨진다. 복을 받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남에게 베푸는 후박(厚朴)한 마음으로 살기를 권한다. 왜냐면 복은 받는 게 아니고 서로 나누는 것이고, 복은 달라고 해서 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후박(厚朴)한 향기는 만리(萬里)를 간다고 하지 않는가?
손용상 논설칼럼
언론 보도들을 헤아려 본다. 5.18 기념식 헤프닝이 그렇고, 이에 빨대를 꽂은 정치꾼들의 지방색과 좌우 편 가르기가 도를 넘고 있다. 과거 박정희 시절처럼 찜 쪄 먹고 있는 현실이다. 거기다 현직 대통령 부인까지 한 다리 끼며 기념식장에서 제1야당 대표를 ‘악수패스’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으니···만약 그 여자가 오히려 ‘요즘 얼마나 힘드세요? 힘내세요!’ 하며 마주 손잡아 주었다면 얼마나 멋진 영부인이 되었을까···해서 요즘 시중에 회자되는 이른바 ‘민심(民心)’에 대한 옛 이야기 한 자락 들려드리며, 우리 해외 동포들의 우울한 마음을 달래고자 한다.
ㅡ산 속 깊은 곳에 토굴을 짓고 혼자 수행 정진해 온 한 노스님이 먼 마을로 양식을 구하러 탁발(托鉢)을 나섰다. 날이 저물어 무명 촌로의 집에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노승은 저녁 식사 후 주인 부자지간의 대화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이른다.
"듣자니 보안골 이병사가 며칠 전 죽었다는데, 죽어서 지옥에 갔는지 극락에 갔는지 가서 알아보고 오너라"
노스님은 참으로 알 수 없었다. 자기는 일생을 참선 수행을 하며 살아왔지만 죽은 사람이 지옥을 갔는지, 또는 극락으로 갔는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는 일인데, 한 촌부가 어떻게 저런 말을 거침없이 하는 게 놀랍기만 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아들이 돌아와 자기 아버지께 "극락으로 갈 거랍니다" 하고 아뢰니 "그럴 것이야" 하는 것이었다. 노스님은 더욱 기가 막혔다. 이 노인과 저 젊은이가 죽거나 죽을 자가 극락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는 신통력이라도 가졌다는 말인가? 궁금증 속에 날이 밝았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자 주인 노인이 또 아들을 불러 묻는다. "듣자니 청기와 고을 오달이 영감이 노망이 걸려 똥오줌을 못 가린다고 한다는데, 그 영감 죽으면 어디로 갈 것인지 함 알아보고 오너라." 하는 것이었다.
얼마 후, 청기와 고을을 다녀온 아들이 아버지께 아뢰는 말이 "오달이 영감님은 지옥으로 갈 것이 확실하답니다."였다. 노인은 혀를 끌끌 차며 "그럼 그렇지" 하는 것이었다. 노스님은 더 이상 긍금증을 참지 못하고 주인을 찾아가 물었다. "죽고 죽을 사람이 지옥을 가는지, 극락을 가는지 어떻게 알 수가 있으시오?"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그 이유를 일러주었다.
"간단하오이다. 그 사람이 살던 마을에 가면 금방 알 수가 있소이다!"
“어째서요?”
"윗마을 이병사는 살아생전에 비록 고집은 세었지만 심성이 반듯하고 양심이 고우며 강직하고 부하들을 위해서 욕먹을 일은 도맡아 했다고 하더이다. 그래 마을 사람들이 모여 그의 죽음을 애통해 하며 극락왕생을 빌고 또 빌었으니 필경, 극락에 갔을 것이외다,”
“오달이 영감은?”
“아, 그야 뻔하잖소이까? 그 영감은 벙긋하면 거짓말로 동네 사람들 속이고, 평소 뒷구멍으로 고을 부자들 등쳐서 윗동네 깡패들에게 뇌물 바치고 목숨 구걸하고, 또 제편 안 드는 사람들에겐 인정머리 없이 얼마나 모질고 독하고 해댔는지, 동네사람들이 그 영감 멀쩡할 때도 빨리 뒈지라고 이구동성 수군댄다는 얘기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소이다.”
“뭐라 했는데 그러시오?”
“글씨나, 종가 박살내더니 눈에 백태가 끼었다더군. 마을 부자들 등쳐 뺏은 돈 깡패들한테 바치느니 마을자경단 맹글어 한판 붙는게 훨 낫쟈? 동네 사람들이야 굶어죽건 말건 지 졸개들이나 배불리고 그리 거들먹대다 되레 깡패들한테 뭣 주고 뺨 맞고, 그냥 열 받아 자빠진거여! 귀신은 뭘 했을까? 죄받아서 그런 거여. 저승사자가 아직 그냥 놔두는 건 아매도 벽에 똥칠 더하고 가라는 뜻일거구만. 게다가 온 동네 사람 못살게 악질 짓만 했응게 온전하게 못살 게 뻔하지라. 마을 사림들이 그렇게 저주를 퍼붓는다니, 그야 지옥밖에 갈 데가 더 있겠소?"
그렇다. '民心이 天心'이라 했다. 이 민심이 곧 하늘의 심판이요, 신의 판결문이며 업경대(業鏡臺)인 것이다. 즉 복을 받기 위해 기도하거나 절을 하기 전에 내 마음의 거울부터 먼저 들여다보라는 얘기다. 자기 마음 거울에 때가 끼었으면 맑게 닦아내는 게 사람의 도리다.
복(福)은 각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마음 그릇의 크기에 따라 받게 된다고 한다. 그릇이 크면 많이 담겨지고 작으면 적게 담겨진다. 복을 받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남에게 베푸는 후박(厚朴)한 마음으로 살기를 권한다. 왜냐면 복은 받는 게 아니고 서로 나누는 것이고, 복은 달라고 해서 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후박(厚朴)한 향기는 만리(萬里)를 간다고 하지 않는가?
손용상 논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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