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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금슬금 일자리 줄어드나? 조용한 해고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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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텍사스 1만 6천개 이상의 일자리 감소
텍사스 노동위원회(Texas Workforce Commission, TWC)에 제출된 통지에 따르면, 올해 텍사스에서 파산이나 사무실 및 운영비 절감, 사무실 폐쇄 등으로 인해 1만 6천 개 이상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같은 일자리 삭감 규모는 텍사스의 일반적인 월별 일자리 증가량의 약 절반에 불과하다.
텍사스는 지난 7월 2만 6천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 증가를 포함해 29개월 연속 일자리 증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보고된 텍사스의 일자리 감소 집계는 WARN통지에서 비롯됐다. 지난 1988년 주 의회에서 통과된 근로자 조정 및 재교육법(The Worker Adjustment and Retraining Act, WARN)은 정규 근로자가 100명 이상인 기업이 단일 채용 현장에서 50명 이상을 해고할 경우 최소 60일 전에 사전 통지를 제공하도록 요구한다. 하지만 WARN 통지는 주의 모든 일자리 삭감이 포함되지는 않는다.
가장 최근에 직원 해고를 발표한 DFW회사는 프리덤 그래픽 시스템즈(Freedom Graphic Systems)와 홀리데이 인 클럽 베케이션스(Holiday Inn Club Vacations)이다.
프리덤 그래픽 시스템즈는 TWC에 올해 말 그랜드 프레리 지점을 폐쇄하고 11월부터 59명의 직원을 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홀리데이 인 클럽 베케이션스도 10월 태런 카운티 팬테고(Pantego)에 있는 콜센터 직원 56명을 해고하고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올해 보고된 가장 큰 단일 해고는 약 1천 명의 직원 해고를 밝혔던 대형 소매업체인 월마트와 컨설팅 회사인 젠팩트(Genpact)에서 나왔다.
지난 3월, 아칸소주 벤턴빌에 본사를 둔 월마트는 전국적인 인력 감축과 통합으로 인해 포트워스에 있는 전자상거래 주문 처리 센터에서 1,047명의 일자리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포트워스 웨스트 포트 파크웨이(Westport Parkway)에 위치한 이 시설은 2013년에 문을 열었으며 월마트가 처음으로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시설 중 하나였다.
또한 약 두 달 전, 컨설팅 그룹 젠팩트는 3월 말 고객 계약이 종료되면서 리차드슨(Richardson) 사무실에서 964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10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약 800명의 고객에게 데이터, 인공 지능 및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또다른 해고는 트럭 운송 회사인 옐로우(Yellow Corp.)와 소매업체인 데이비스 브라이덜(David’s Bridal)의 파산 신청으로 발생했다.
두 회사 모두 텍사스 전역에서 각각 700명 이상의 근로자를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옐로우는 연방정부로부터 코로나 팬데믹 구제 지원금 7억 달러를 받았지만, 손실이 계속 늘어났고 결국 지난 8월 초 파산 신청을 했다.
전국적으로 3만 명의 직원을 고용했던 옐로우는 지난해 금리 급등과 연료가 인상으로 수요 부진 등 많은 경영 압박을 받았다.
미 최대의 웨딩 드레스 소매업체 중 하나인 데이비드 브라이덜(David’s Bridal) 역시 지난 4월에 5년 만에 두 번째로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TWC 서류에 따르면 데이비드 브라이덜은 텍사스에 25개 매장이 있는데, 그 중 13개 매장을 폐쇄하고 11개 매장을 축소할 계획이다.
최근 데이비드 브라이덜 웹사이트에 따르면 텍사스에는 18개의 매장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지난 5월 샌안토니오에 있는 텍사스 비스타 메디컬 센터(Texas Vista Medical Center)는 문을 닫고 8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
또한 달라스에 본사를 둔 AT&T, 웨스트레이크(Westlakes)에 본사를 둔 찰스 슈와브(Charles Schwab) 등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기업들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올해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 미 기업들 사이에서 부는 조용한 해고(Quiet Firing)
코로나 19팬데믹은 전 세계 노동시장의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켰다.
지난해 여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조용한 퇴사’ 열풍이 불었다. 실제 사직서를 내는 건 아니지만, 정해진 시간, 정해진 업무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오히려 기업들의 ‘조용한 해고’(Quiet Firing)가 늘고 있어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용한 해고는 공식적인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 등을 통하지 않고, 업무 재배치, 혹은 직무 평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직원 스스로 퇴사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주요 첨단 기술, 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조용한 해고’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이달 4일까지 미국 테크 기업의 누적 감원 수는 23만3천 5백여 명으로 이미 지난 한해 감원 규모 16만4천여 명을 훌쩍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조용한 해고는 여러 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조용한 해고를 통해 인력 재배치로 불필요한 보직을 줄이고, 새롭게 필요한 곳에 쉽게 인력을 채울 수 있고, 공식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용도 줄이고, 직원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재취업 회사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 Inc.)의 추적에 따르면 지난 8월 미 고용주들은 7만 5,151개의 일자리 감축을 발표했다.
이는 전월인 7월보다 217% 증가하고 2022년 같은 달보다 267% 높은 수치이다.
이로 인해 올해부터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총 일자리 감소는 55만 7,057건으로 지난해 같은 8개월간 집계보다 210% 증가했다.
이는 거의 200만 명에 가까운 해고가 기록된 2020년 팬데믹 이후 1~8월 총액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이 회사의 수석 부사장인 앤드루 챌린저(Andrew Challenger)는 “채용 기회가 줄어들고 있으며 근로자들은 현재 자리를 떠나는 것을 더 꺼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 시장은 팬데믹으로 야기된 채용 열풍이 재설정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리=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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