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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경기침체’ 놓고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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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분기 미 GDP 역성장 … ‘기술적 침체기준’ 충족
“인플레이션으로 초래된 성장 둔화 가까운 시일 내에 둔화될까?” 관건
연방 상무부는 지난 28일(목)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0.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의 GDP는 지난 1분기 -1.6%를 기록했고 이날 -0.9%를 기록했다. 이에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기술적 경기 침체 상태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다음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연준, 또 한번의 자이언트 스텝 단행
40년여 만에 가장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연준이 꺼내든 해법은 ‘2개월 연속 자이언트 스텝’이었다.
지난 27일(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연준은 75bp의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연준은 이번 자이언트 스텝에 대해 12명의 이사가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그만큼 연준이 현재 물가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9.1%로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뛰어넘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언급하면서 “수치가 좋지 않으리라 예상했지만, 훨씬 더 나빴다”고 말했다.
그는 9월에 소집되는 차기 FOMC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 3개월 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내비치며 “필요하다면 오늘보다 더 큰 인상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일자리 시장에서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은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현재 경제가 1970년대나 198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과는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한다면 연준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되지만, 현재 경제 상황은 침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한편 미 경제에 대한 연준의 낙관적인 시각이 실제 현실과 부합할지는 미지수다. 시장 전문가 사이에서 경제가 침체를 피해 연착륙할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보다는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가 지난 1분기에 이어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했다는 것이 꼭 나쁜 소식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실질적인 경기침체의 조건을 채웠다고 볼 수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연준의 통화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선다면 연준의 선택지는 훨씬 좁아질 수밖에 없다. 큰 폭의 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를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불황이든 아니든 회복은 끝났나?
월스트릿 저널은 지난 28일(목), ‘불황이든 아니든 회복은 끝났다’(Recession or Not, the Recovery Has Ended)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경기 둔화를 설계했으며, 이는 전염병이 경제 능력을 어떻게 위축시켰는지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월스트릿 저널은 결국 경기 침체가 선언되든 안 되든 간에 최근 경제 데이터의 메시지는 냉정하다며 경기 회복이 사실상 끝났다고 전했다.
미 가계와 기업의 총 지출은 지난 6분기 동안 연평균 6% 성장했지만 지난 2분기에는 성장하지 않았다.
월간 데이터에 따르면 소비자 지출은 고가의 내구재 뿐만 아니라 상품에 대한 지출이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식료품에 대한 지출은 지난 6개월 동안 감소했다.
여기에 더해 인플레이션이 경기 침체의 규모를 가리고 있다. 도브 비누,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유니레버는 지난 26일(화) 올 2분기에 제품 가격을 전년 동기 대비 11.2% 올렸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에 2분기 판매량은 2% 줄었으나, 매출은 8.1% 증가해 시장 전망치(7.2%)를 웃돌았다.
이는 유니레버 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글로벌 대형 소비재 업체들도 마찬가지이다.
장기적 측면에서 이같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에게 인플레이션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은 결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비영리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미국의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5.7로 지난해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린 프랑코 컨퍼런스보드 수석 이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소비자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휘발유와 식품 가격 상승이 소비자를 계속 압박한다”며 “물가상승과 추가 금리 인상이 소비자 지출과 경제 성장에 강한 역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 경기침체 두고 갑론을박
미국의 2개 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경제가 경기침체에 진입한 것인지 아닌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거세지고 있다.
일단 기술적 경기침체의 기준은 충족한 상태다. 미국에서 경기침체 또는 경기팽창 여부를 판단하는 곳은 전미경제연구소(NBER)라는 기관이다.
이 기관은 “경제 전반에 걸쳐 몇 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제 활동의 현저한 감소(a significant decline in economic activity that is spread across the economy and lasts more than a few months)”라고 경기침체를 규정한다.
이것 만으로는 다소 모호한 설명이지만 NBER은 ‘경기순환 결정위원회’를 열어 소득, 지출, 고용, 생산 등의 다양한 경제 요소가 얼마나 크게 또는 얼마나 오래 변화하는지를 면밀히 분석해 경기침체 여부를 판정한다. 이에 따라 NBER이 공식적으로 경기침체를 선언하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일도 많다.
앞서 역사적으로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은 대부분 공식적인 경기침체 선언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현재 GDP만 보고 경기침체 여부를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GDP 수치보다는 그 내용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매체 CNBC는 28일(목), “경제가 침체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NBER가 2022년 상반기에 미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고 선언할 것을 예상하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Mark Zandi)는 “올해 상반기 동안 미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았지만 연말까지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릿에 있는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한 달에 45만 7천개의 일자리가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로나 19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은 분주한 고용 시장이 NBER이 경기 침체를 선언하지 않을 주된 이유”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4개월 연속 3.6%로 최근 50년 사이 최저치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매달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되는 것은 물론 임금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이점(여전히 강력한 노동시장)이 경기침체를 부인하는 주된 논거로 활용되고 있다.
또 소비 둔화의 원인인 인플레이션이 곧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것도 경기침체의 반론으로 제시되고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인 아네타 마코스카는 “경기침체 심리가 강하지만 실제로 경기침체에 들어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과 물가 충격으로 초래된 성장 둔화가 가까운 시일 내에 약해지면 성장이 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아직은 실질적인 경기침체가 아니더라도 조만간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우세하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 아직은 괜찮은 노동시장이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부동산 등 금리에 민감한 업종이 출렁거리면서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파고를 몰고 올 수도 있고 향후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이를 심화시킬 수 있다. 실제 지난 달 미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중개업체인 컴퍼스(Compass)와 레드핀(Redfin)이 대규모 직원 감원에 나섰다.
컴퍼스는 직원의 10%를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레드핀은 직원의 6%를 줄이기로 했다. 컴퍼스는 약 450명의 직원을 해고해 올해 2분기에 인건비 2천150만~2천300만 달러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레드핀은 직원 470명을 해고해 약 950만~1천50만 달러의 인건비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도 22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줄었다.
경제 전문지 마켓워치는 “미국 주택 시장이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 전문지 배런스도 “주택 시장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질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아디티야 바베는 “아직은 경기침체에 들어서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국내 수요가 약해지고 있다는 기저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영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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