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Maroon Bells에서 아스펜 단풍을 만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여행 댓글 0건 작성일 24-10-11 09:15

본문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브레이크 없는 삶의 여정 들이 세월의 굴곡을 따라 덜커덩 덜커덩 세월의 열차를 달리다 보니 벌써 10월이 되어갑니다. 세월이 흐르면 고개를 숙이는 법, 9월말의 콜로라도 록키산맥을 따라 이곳 저곳을 물들인 아스펜 단풍은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벌써 삶의 허물들을 세상에 내어버리고 나무의 새하얀 줄깃살을 내보이며 9월말에 일찍 내린 눈과 밤이면 벌써 영하로 떨어지는 추위를 맞이하고 있지만 베일(Vail)에서 아스펜(Aspen)으로 이어지는 로키산 줄기의 아스펜 나무의 진한디 진한 단풍은 보슬거리는 바람에 노란 나비가 세상을 날라다니 듯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9월인데도 로키산 자락을 따라 벌써 하얀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아스펜으로 가는 길에 해발 14,265피트(4,350m) 높이의 Mt Evans 정상까지 자동차로 오르고 싶었지만 때이른 많은 눈으로 Mt Evans 정상으로 가는 길이 벌써 클로즈 되었습니다. 다행히 아스펜으로 넘어가는 12,095피트(3,687m) 높이의 고갯길인 Independence Pass 길은 아직 열려있어서 좀더 쉽게 아스펜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아스펜으로 가려면 Buena Vista를 따라 북쪽으로 이어지는 24번 도로에서 82번 도로를 만나 서쪽으로 운전을 하여 Independence Pass를 통과하거나, 70번 하이웨이를 따라 덴버(Denver)에서 서쪽으로 150마일 정도 운전을 하면 온천의 도시 글린우드 스프링스(Glenwood Springs)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82번 도로를 따라 남동쪽으로 한 시간 정도 운전을 하면 콜로라도 로키산맥 중간에 위치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하고 아름다운 도시 아스펜을 만나게 됩니다. 이곳은 6월에서 8월까지 이어지는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참석차 매년 여름에 방문하는 곳입니다. 거리에서 헐리우드 배우도 만나고 미국의 명사들을 만날 수 있을 만큼 미국에서 성공한 사람의 로망이 되는 이곳은 도시의 이름조차 아스펜이라 불릴만큼 아스펜 나무가 많은 곳입니다. 여름엔 세계의 뮤지션들이 모이는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가을에는 영화인들의 축제인 필름 페스티벌, 그리고 겨울에는 전 세계의 스키어의 관심을 사로 잡을 만큼 질이 좋은 눈과 잘 정돈된 스키장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또한 가을에는 아스펜 나무의 노란 단풍이 가장 많고 아름다운 곳이어서 수많은 사진 작가들과 가을 여행자들의 로망을 품는 미국 최고의 여행지 중의 하나입니다.


  아스펜에는 Maroon Bells 라는 미국 최고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14,000피트가 넘는 산들로 둘러 쌓여 있는 곳으로,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에 따라 카멜레온같이 다양한 풍경을 선사하며 1년 365일 아름다운 곳이지만 초가을에 찾아오는 아스펜 나무의 황홀한 단풍의 향연은 당연 미국 최고의 단풍여행지 중의 하나로 손꼽을만한 곳입니다. Maroon호수에 비친 뾰족한 설산 Maroon Peak와 주위를 휘감고 있는 아스펜 나무의 화려한 색깔의 조화는 성스러운 계절의 환호를 뒤로한 채 묵묵히 최상의 순간을 포착하고자 이곳을 찾은 사진작가들에게 최고의 출사 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새벽 바람이 차가운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이곳엔 벌써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9월말의 영롱한 태양빛에 반사되어 살며시 스쳐 지나가는 가을 바람에 수줍은 듯 흔들어대는 아스펜 나무의 순간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카메라 대를 세우고 장사진을 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수의 차가운 바람을 피하느라 9월인데도 옷깃을 여미며 호흡을 깊게 하고 추위를 이겨내는 가을 여행자들의 모습 또한 이곳의 정겨운 모습입니다.  


  Maroon Bells은 아스펜 시에서 13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보통은 3월 중순에 오픈하여 11월 중순에 클로즈 하는데 날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곳에 가려면 개인차를 이용하거나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워낙에 경치가 뛰어난 곳이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곳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시간에 따라서 차량통제를 하게 되는데, 오전8시부터 오후5시 까지는 개인 차량으로 들어갈 수 없으며 반드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만 Maroon Bells로 갈 수 있습니다.  셔틀버스를 타려면 Aspen Highlands Ski Area에 차를 세워두고 2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셔틀 버스를 타야 하는데 가격은 일인당 8불입니다. 그렇지만 오전 8시 이전, 혹은 오후5시 이후엔 개인 차량으로 Maroon Bells에 갈 수 있는데 게이트에서 입장료 10불을 지불하시면 되고 내려오는 시간은 자유입니다. 


  Maroon Bells에 도착하면 Maroon 호수 뒤로 마치 거대한 병풍이 우리를 감싸듯 14,000피트가 넘는 Sleeping Sexton, Maroon Peak, 그리고 Belleview Mountain 3개의 뾰족한 봉우리가 우리의 시선을 유혹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산을 사이에 두고 Maroon Lake에서 Crater Lake까지 왕복 3.9마일의 Crater Lake Trail 코스를 따라 이어지는 산행은 세상을 노랗게 물들인 아스펜 나무의 응원 속에서 세계 최고의 트레일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거대한 바위산과 저 멀리 마음 속을 읽어낼 수 있는 아름답고 깨끗한 호수들, 그리고 아스펜 단풍의 거대한 호흡은 왜 수많은 사진 작가들과 가을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아야만 하는지를 느끼게 할 것입니다. 가을의 드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가슴 떨리는 산행에서 구름 따라 유유낙낙 자유롭게 항해하는 깨끗한 영혼의 속삭임을 경험하고 가만히 눈을 감아 나와 동행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이곳에서 이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10월의 중순의 진한 가을, 지난밤 촉촉히 내린 가을의 이슬비는 창가 너머 대서양을 끼고 깊숙하게 들어온 Frenchman Bay의 싱싱한 바다내음을 대지에 뿌려놓고 굽이치는 바다와 10월의 하늘을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노랗고 새빨간 신비의 옷을 입힌 미국의 제일 …
    여행 2024-10-18 
    브레이크 없는 삶의 여정 들이 세월의 굴곡을 따라 덜커덩 덜커덩 세월의 열차를 달리다 보니 벌써 10월이 되어갑니다. 세월이 흐르면 고개를 숙이는 법, 9월말의 콜로라도 록키산맥을 따라 이곳 저곳을 물들인 아스펜 단풍은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벌써 삶의 허물들을 세상에 …
    여행 2024-10-11 
    10월의 첫날 축복받은 시간에 콜로라도의 멋진 산길을 원 없이 달려볼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숨을 쉬고 있고 시간을 쫓아 삶의 이상향을 찾아갈 수 낭만이 있어서 입니다. 도로를 따라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득 메운 10월의 아스펜 단풍 향연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모…
    여행 2024-10-04 
    지난 밤 늦게 도착하여 머문 콜로라도 스프링스(Colorado Springs)의 밤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호텔 창문을 통해 바라보이는 높이를 알 수 없는 산들이 진하디 진한 하늘의 빛을 삼켜버린 환한 달빛에 반사되어 선명하게 비치는 모습에 이곳이 높은 고지임을 …
    여행 2024-09-27 
    구름이 로키산 허리를 금세 휘어 감싸더니 새하얀 빙설에 비쳐 눈이 시리도록 맑던 하늘이 금새 긴 꼬리를 내린 채 하염없는 계절의 푸념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로키산을 여행하려면 등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가용 차량을 이용해야 합니다. 호수가 많이 몰려 있는 베어 레이크(B…
    여행 2024-09-20 
    오늘은 록키산 국립공원(Rocky Mountain National Park)을 가기로 한 날입니다. 해가 뜨기 무섭게 김밥을 말고 음료수를 쿨러에 채워 넣었습니다. 록키를 여행하는 방법은 몇 일에 걸쳐 캠핑을 하거나 등산코스를 이용하기도 하기도 하지만 당일 코스로 록키…
    여행 2024-09-13 
    산타페(Santa Fe)를 뒤로하고 달라스(Dallas)를 향해 달려가는 40번 하이웨이는 황량함 그 자체입니다. 신기루가 가득한 삭막한 사막 지형을 그대로 갖고 있는 뉴멕시코(New Mexico)의 지형이 그러하고 가뭄에 콩 나오듯 그리울 정도의 사람 사는 마을이 보…
    여행 2024-09-06 
    미국의 서북부에 위치한 오레곤 주는 잘 보존된 자연과 무성한 야생의 상태로 남아있는 수많은 명소들이 있는 주입니다. 숲 속안에 머물며 거대한 숲을 볼 수 없고 대양에 머물며 거대한 대양을 볼 수는 없지만 그 속안에 섬세하게 펼쳐진 대 자연의 향연들을 경험하면서 어느 것…
    여행 2024-08-30 
    달라스에서 비행기로 4시간을 날아 오레곤의 주도 포트랜드에 도착할 즈음이면 창가 오른쪽으로 오레곤주와 워싱턴 주의 명산들이 눈에 들어 옵니다.하얀 눈으로 정상을 덮고 그 밑으로 길게 띠를 형성한 구름의 오묘한 조화 속에 마치 영화 ‘Frozen’을 연상할 만큼 아득한 …
    여행 2024-08-23 
    아름다운 꽃,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른 표정을 가지고 한 여름에도 설산을 간직하고 있는 마운트 후드(Mount Hood)같은 아름다운 화산들, 거친 듯 잔잔하며 골짜기 마다 신비한 풍경을 간직하고 조그만 돌멩이 하나 조차 천지 자연을 이뤄나가는 오레곤 주는 자연의 모든…
    여행 2024-08-16 
    한 아버지와 두 아들이 몬테나 지방의 이름 모를 강에 플라이 낚시를 던지고 인생의 아름다움을 교감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영화 중의 하나인 로버트 레드포드 (Robert Redford) 의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입니다. 목사 맥린이 낚시를 통해 인생을…
    여행 2024-08-09 
    수요일 새벽입니다. 창가에 비치는 달라스 북쪽의 한적한 도시의 불빛은 아련히 타오르는 촛불처럼 희미하게 방안의 한쪽을 비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존재들에게 금방 마음을 빼앗길 것만 같은 목마름에 프렌치 프레스로 깊게 내린 …
    여행 2024-08-02 
    여행 중에 생각지 못했던 아름다운 도시를 만나 그곳에서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들과 삶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면 이것보다 여행에 멋진 스토리가 있을까요? 삭막할 것만 같았던 도시에서 정겨운 카페를 만나고 여행의 피로를 내려놓은 공간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가득 머그잔에 넣…
    여행 2024-07-26 
    대통령의 도시로 알려진 사우스 다코타(South Dakota) 주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래피드 시티(Rapid City)를 출발하여 와이오밍(Wyoming)주의 옐로우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으로 가기 위해 서둘러 아침을 먹고 숙소…
    여행 2024-07-19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끝을 만날 수 없을 만큼 드넓은 대지에서 전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놀랄 따름입니다. 황량한 모래 사막을 반나절 달리다 보니 어느새 가을의 진한 하늘빛이 촉촉한 물가에 내려앉아 에머랄드 빛을 출렁거리는 이름 모를 호수를 끼고 하늘 끝까지 …
    여행 2024-07-12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