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독일타운 Fredericksburg에 가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여행 댓글 0건 작성일 24-07-26 12:32

본문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여행 중에 생각지 못했던 아름다운 도시를 만나 그곳에서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들과 삶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면 이것보다 여행에 멋진 스토리가 있을까요?  삭막할 것만 같았던 도시에서 정겨운 카페를 만나고 여행의 피로를 내려놓은 공간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가득 머그잔에 넣어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삼삼오오 서로 모여 교감하며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그리고는 바위 산을 오르니 물소리는 길을 열어주고, 돌산에 뿌리를 내린 나무는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풀어줍니다.


 삶이란 긴 배낭을 짊어지고 떠난 여행이지만, 오르고 내릴 수 있는 유한의 시간의 공간 속에서 잠시 여유로운 여행자로서의 배낭을 내려놓고 나니 그리 편안할 수 없습니다. 텍사스의 유명한 바위산인 인첸티드 락(Enchanted Rock)에 오르고 난 후에 황량한 텍사스의 벌판에서 신기루와 같이 만나 도시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수많은 여행자들의 거처가 되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도시에는 아기자기한 선물가게와 레스토랑들, 중심가에 넘쳐나는 인파, 그리고 카페에서 여유자적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은 여행자들을 바라보니 마치 유럽의 어느 도시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인구 1만명이 조금 넘는 조그만 도시 프레데릭스버그 (Fredericksburg)는 텍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의 하나입니다. 1800년대 중반에 독일인 이주자들이 건설한 정착지이며, 프로이센의 프레데릭 왕자를 기념하여 프레데릭스버그로 명명하였습니다. 또한 그곳에 가면 독일의 문화가 그대로 도시 곳곳에 산재해 있어 텍사스에서 가장 독일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의 하나입니다. 다운타운의 동화 같은 집을 장식한 아트 갤러리, 각종 과일 농장과 매년 개최되는 와인 축제, 주말마다 열리는 각종 페스티벌과 다운타운에 늘어선 각종 독일식 레스토랑과 선물가게들, 그리고 10월의 독일인의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는 이곳이 평범한 곳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텍사스의 주도 어스틴(Austin)에서 290번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1시간30분 정도 운전을 하여 프레데릭스버그로 가다 보면 도로 양 옆으로 텍사스라고 하기엔 많이 어색한 포도원(Vinyard)들이 도로를 따라 와이너리와 함께 산재해 있습니다. 그리고 복숭아 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농장들, 세계에서 가장 큰 야생화 농장인 와일드시드 팜스(Wildseed Farms), 텍사스의 어느 도시와는 다르게 그림형제의 독일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집들이 다운타운에 모여있습니다. 그리고 북쪽으로 965번 도로를 따라 20분 정도 운전을 하면 텍사스 최고의 바위산인 인첸티드 락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1년 내내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텍사스 안의 작은 유럽, 독일의 낭만을 만끽하구요. 

 

 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미해군 원수인 체스터 윌리엄 니 미츠(Chester William Nimitz)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은 독일인의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도시이면서 미국의 역사가 숨어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독일과 미국의 역사가 전시된 공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의 많은 유물들을 전시한 국립 태평양 전쟁 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Pacific War)과 이곳에 정착한 독일인들의 삶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개척자 박물관(Pioneer Museum)있고, 미국 제36대 존슨 대통령의 텍사스 자택과 목장이 있는 Lyndon B. Johnson State Park & Historic Site가 290번 도로상에 있습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아름답고 풍족하게 다가온 프레데리스버그, 독일과 미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음식이 만나는 다양한 장소에서 수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곳입니다. 내가 처음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물소리와 바람과 햇살,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해가 없는 날이 없었고 바람 불지 않는 날이 없었지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조그만 공간들이 이곳에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힘들었던 일들을 다운 타운에 위치한 St Mary's Catholic Church 지붕 끝에 달려있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마음 속 깊이 묻어버립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10월의 중순의 진한 가을, 지난밤 촉촉히 내린 가을의 이슬비는 창가 너머 대서양을 끼고 깊숙하게 들어온 Frenchman Bay의 싱싱한 바다내음을 대지에 뿌려놓고 굽이치는 바다와 10월의 하늘을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노랗고 새빨간 신비의 옷을 입힌 미국의 제일 …
    여행 2024-10-18 
    브레이크 없는 삶의 여정 들이 세월의 굴곡을 따라 덜커덩 덜커덩 세월의 열차를 달리다 보니 벌써 10월이 되어갑니다. 세월이 흐르면 고개를 숙이는 법, 9월말의 콜로라도 록키산맥을 따라 이곳 저곳을 물들인 아스펜 단풍은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벌써 삶의 허물들을 세상에 …
    여행 2024-10-11 
    10월의 첫날 축복받은 시간에 콜로라도의 멋진 산길을 원 없이 달려볼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숨을 쉬고 있고 시간을 쫓아 삶의 이상향을 찾아갈 수 낭만이 있어서 입니다. 도로를 따라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득 메운 10월의 아스펜 단풍 향연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모…
    여행 2024-10-04 
    지난 밤 늦게 도착하여 머문 콜로라도 스프링스(Colorado Springs)의 밤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호텔 창문을 통해 바라보이는 높이를 알 수 없는 산들이 진하디 진한 하늘의 빛을 삼켜버린 환한 달빛에 반사되어 선명하게 비치는 모습에 이곳이 높은 고지임을 …
    여행 2024-09-27 
    구름이 로키산 허리를 금세 휘어 감싸더니 새하얀 빙설에 비쳐 눈이 시리도록 맑던 하늘이 금새 긴 꼬리를 내린 채 하염없는 계절의 푸념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로키산을 여행하려면 등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가용 차량을 이용해야 합니다. 호수가 많이 몰려 있는 베어 레이크(B…
    여행 2024-09-20 
    오늘은 록키산 국립공원(Rocky Mountain National Park)을 가기로 한 날입니다. 해가 뜨기 무섭게 김밥을 말고 음료수를 쿨러에 채워 넣었습니다. 록키를 여행하는 방법은 몇 일에 걸쳐 캠핑을 하거나 등산코스를 이용하기도 하기도 하지만 당일 코스로 록키…
    여행 2024-09-13 
    산타페(Santa Fe)를 뒤로하고 달라스(Dallas)를 향해 달려가는 40번 하이웨이는 황량함 그 자체입니다. 신기루가 가득한 삭막한 사막 지형을 그대로 갖고 있는 뉴멕시코(New Mexico)의 지형이 그러하고 가뭄에 콩 나오듯 그리울 정도의 사람 사는 마을이 보…
    여행 2024-09-06 
    미국의 서북부에 위치한 오레곤 주는 잘 보존된 자연과 무성한 야생의 상태로 남아있는 수많은 명소들이 있는 주입니다. 숲 속안에 머물며 거대한 숲을 볼 수 없고 대양에 머물며 거대한 대양을 볼 수는 없지만 그 속안에 섬세하게 펼쳐진 대 자연의 향연들을 경험하면서 어느 것…
    여행 2024-08-30 
    달라스에서 비행기로 4시간을 날아 오레곤의 주도 포트랜드에 도착할 즈음이면 창가 오른쪽으로 오레곤주와 워싱턴 주의 명산들이 눈에 들어 옵니다.하얀 눈으로 정상을 덮고 그 밑으로 길게 띠를 형성한 구름의 오묘한 조화 속에 마치 영화 ‘Frozen’을 연상할 만큼 아득한 …
    여행 2024-08-23 
    아름다운 꽃,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른 표정을 가지고 한 여름에도 설산을 간직하고 있는 마운트 후드(Mount Hood)같은 아름다운 화산들, 거친 듯 잔잔하며 골짜기 마다 신비한 풍경을 간직하고 조그만 돌멩이 하나 조차 천지 자연을 이뤄나가는 오레곤 주는 자연의 모든…
    여행 2024-08-16 
    한 아버지와 두 아들이 몬테나 지방의 이름 모를 강에 플라이 낚시를 던지고 인생의 아름다움을 교감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영화 중의 하나인 로버트 레드포드 (Robert Redford) 의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입니다. 목사 맥린이 낚시를 통해 인생을…
    여행 2024-08-09 
    수요일 새벽입니다. 창가에 비치는 달라스 북쪽의 한적한 도시의 불빛은 아련히 타오르는 촛불처럼 희미하게 방안의 한쪽을 비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존재들에게 금방 마음을 빼앗길 것만 같은 목마름에 프렌치 프레스로 깊게 내린 …
    여행 2024-08-02 
    여행 중에 생각지 못했던 아름다운 도시를 만나 그곳에서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들과 삶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면 이것보다 여행에 멋진 스토리가 있을까요? 삭막할 것만 같았던 도시에서 정겨운 카페를 만나고 여행의 피로를 내려놓은 공간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가득 머그잔에 넣…
    여행 2024-07-26 
    대통령의 도시로 알려진 사우스 다코타(South Dakota) 주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래피드 시티(Rapid City)를 출발하여 와이오밍(Wyoming)주의 옐로우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으로 가기 위해 서둘러 아침을 먹고 숙소…
    여행 2024-07-19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끝을 만날 수 없을 만큼 드넓은 대지에서 전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놀랄 따름입니다. 황량한 모래 사막을 반나절 달리다 보니 어느새 가을의 진한 하늘빛이 촉촉한 물가에 내려앉아 에머랄드 빛을 출렁거리는 이름 모를 호수를 끼고 하늘 끝까지 …
    여행 2024-07-12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