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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서 생긴 일(14) 술에 취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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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19-07-0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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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작가 꽁트 릴레이 38

하와이에서 생긴 일(14) 술에 취해도


몸집이 우람한 케빈 모모아가 느닷없이 자기는 ‘Don, Don’을 좋아한다고 했다. 뭐? 돈을 좋아한다고? 웬 돈? 레이가 나서며 말했다.
“Don, Don’ is a Korean restaurant . He likes Korean BBG very much.”
‘돈 돈’이 한국식당 이름이란다. 혹 돼지의 한자음을 따서 ‘돈’이라고 한 것은 아닌지, 아무려나 ‘Don, Don’이라는 이름으로 봐서 돼지 삼겹살 구이집 쯤으로 생각되었다. 레이가 키를 케빈 모모아에게 던졌다. 차 키를 받아든 케빈이 레이의 빨간 차의 운전석에 앉자마자 불량하게 차를 몰았다. 호놀룰루의 길은 오래 되어서 좁고 낡았다.
골목길은 아스팔트가 패이고 떨어져 나가 울퉁불퉁해서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차가 한국 간판이 늘어선 길로 들어섰다.

“여기가 키아우모쿠(Keeaumoku) 거리야. 코리아모쿠라고도 해.”
그곳은 호놀룰루의 한국거리였다. 한국 식품점, 한국 카페, 한국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돈 돈’ 식당은 돼지 삼겹살, 돼지 갈비구이, 돼지 매운불고기 등 돼지고기 전문집이었다.

“내 친구들이 삼겹살을 좋아하는데 초대해도 될까?”
모모아가 레이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상필이 얼른 대답했다.
“Sure”
케빈 모모아가 어딘가에 전화를 걸더니 마치 옆집에 있었다는듯 세 사나이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케빈 모모아보다는 키들이 작았으나 몸집은 더 커보이는 사내들이었다.이들은 하와이의 어느 대학의 스모 팀이었다. 하와이에 스모 팀이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스모는 일본의 전통 운동으로 맨몸 대결이기때문에 덩치와 힘이 우선인데, 하와이 원주민들의 체격과 힘이 스모하기에 적합한 운동으로 여겨겼던 모양이다.

이들 하와이 스모 팀들은 정말 엄청 먹었다. 불판을 하나씩 차지하고는 삼겹살구이, 매운 불고기를 섞어가며 계속 먹어댔다. 삼겹살 구이를 콩 주어먹듯 하여 불판에 고기가 남아나지 않았다. 소주병을 서로 던지며 병 째 들고 마셨다.

“ Do you like Akebono?”
” What’s Akebono?”

그들은 상필이 아케보노를 모른다는 말에 한순간 조용해졌다.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그 중 하나가 분개한 듯 탁자를 탁 치며 상필에게 달려들었다.
“뭐라고? 아케보노를 모른다고?”
진짜 모른다는 상필의 표정을 보더니 어이 없다는 듯이 다투어 아케보노를 소개했다. 그들이 보여주는 비디오를 보고 아케보노가 하와이 출신의 일본스모 선수였다는 것을 알았다. 상필이 어릴 때 스모 만화의 주인공이었던 사람으로 본 듯도 했지만 그의 이름이 뭔지 더구나 하와이 출신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아케보노는 하와이 출신 일본 스모 챔피언으로 무려 14년 동안이나 일본 스모계를 재패했던 인물이다.
아케보노는 1969년 생으로 2미터가 조금 넘는 키에 몸무게 210키로의 큰 덩치를 자랑하였고 늘 파워 넘치는 경기를 보여주어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6년에는 일본으로 귀화했고 그는 일본 스모계의 최강자의 자리인 ‘요코즈니(천하장사)’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몸무게가 늘어나고 가중되는 무릎 통증으로 2000년에 은퇴하였다. 아케보노는 한물 간 스모 선수였지만 하와이 원주민들에게는 여전히 우상이었다.

“야, 느네들 왜 하필 스모를 하냐? 한국의 씨름을 해라. 내가 스폰서 선다. 된장을 먹는 한국의 씨름꾼들은 몸통이 크고 단단하고 힘이 쎄다. 스모 꾼들의 몸을 좀 봐봐라. 몸집을 크게 만들기 위해 고기 비계를 엄청 먹어서 몸이 돼지 같잖아? 야, 그게 사람이냐 돼지지. 남자 허리 싸이즈가 90이 넘으면 비만이야. 그런데 스모 하려면 몸무게가 200킬로가 넘어야 된다고? 그러면 그 사람은 환자야. 환자. 고혈압, 고지혈, 뇌경색 온갖 성인병에 걸리게 되어있어. 너네들 절대 스모 같은 운동하지 말아. 그건 스포츠 아냐. 사이코 같은 일본사람들이 전통 운동 어쩌구 하는 거잖아. 스모꾼들 봐봐라. 돼지에 훈도시 입힌 꼴이잖아? 안 우습니?”
상필이 취했는지 마구 떠들어댔는데 갑자기 큰 주먹이 상필의 뒷머리를 때렸다. 상필이 정신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너희들 무슨짓을 하는거야?”
레이가 상필의 머리를 안았다. 정신을 잃은 줄 알았는데 상필이 레이의 머리를 당겨 그의 입술에 가져갔다. 레이가 상필의 머리를 감싸 안고는 긴 키스를. 이렇게 아름답고 황홀할 수가. 상필이 취했다.
술에 취하고 사랑에 취하고. 취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무아가 되는 것이다. 술에 취한 사람은 다리 밑으로 떨어져도 다치지 않는다. 무아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안 괜찮아요.”
상필이 다시 레이를 끌어당겼다. *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B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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