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다운버스트 스톰 폭탄’

페이지 정보

작성자 admin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19-06-28 10:18

본문

지난 9일 오후 2시경 달라스를 훑고 지나간 아주 강하고 재빠른 스톰 폭탄이 ‘다운버스트’란다. 토네이도는 상승하는 큰 소용돌이인데 비해 급격히 하강하는 것이 다운버스트로서 달라스 포트워스를 시속 70마일정도로 두 시간 가량 공포 속에 몰아넣었다고 했다. 다운버스트 스톰이 지나가는 중 달라스 다운타운 지역은 마이크로버스트로 수많은 나무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일으켰다고 한다. 지역 신문 KTN신문도 “기습강풍에 DFW지역 암흑천지”를 전했다.

월요일 출근길은 신호등 고장으로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렸다. 신호등의 불빛이 없고 교통경찰이 없어도 질서 있게 순서를 지키며 사거리를 지난다. 몸에 밴 준법정신이다.
내 작은 방은 2주 연속 9일, 16일 연달아 덮친 재난의 안부와 감사로 손님들이 은혜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바로 앞에서 기차가 지나가듯 한 바람소리와 함께 뒷마당 서너 아름드리의 키 큰 나무를 뱅뱅 돌리듯 하는데 뿌리 채 뽑혀 집을 덮칠 듯 무서웠다고 했다. 강풍과 함께 폭포처럼 쏟아지는 빗줄기로 차문을 열수도 없어 교회 주차장에 있는데 승용차가 날아갈 듯 마구 흔들렸다고도 했다.
20만가구가 넘는 정전에 삶의 체험도 다양했다. 레스트랜드에서 장례 예배가 중단되고, 갤러리몰 지하상가에서 각자 폰의 후랫시를 켜고 계단으로 올라갔는데, 날려버릴 듯 부는 비바람에 꼼짝없이 갇혀 있었다고 했다. 발전기가 없는 ‘어씨스턴트 리빙’의 4층에서 꼼짝도 못한 분, 2층이지만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워커대신 지팡이로 계단잡고 겨우 1층으로 내려온 분.
전기오븐이 안 돼 무의식적으로 마이크로웨이브를 쓰려했고 AC 가 안 되니 후덥지근해서 선풍기라도 튼다고 코드를 꼽기도 했단다. 가스오븐조차 전기로 스파크를 해야 쓸 수 있으니 그것 또한 무용지물. 집전화도 불통, 셀 폰은 자동차에서 충전해서 쓰는데 차고 문을 열 수 없으니 차를 뺄 수가 없다. 손전등과 배터리가 동이 나고 촛불과 라이터까지 동원이 됐다.
상가와 은행도 문을 닫고 일부 교회들도 여름성경학교를 연기해야 했다. 발전기 있어도 와이파이 없으니 폰과 컴 기능의 제한이 따랐다. 물론 항공편도 취소 지연되었다.
지역에 따른 장기정전사태로 냉장고의 음식들을 모두 버리고 사먹어야 했으니 식당마다 줄서서 마냥 기다려야했다. 호텔과 모텔 등 숙박업소도 만원사태라서 부모님 집으로 친척과 친구, 자녀들 집으로 갔다고 했다. 정전된 집에 있어야만 했던 사람들은 예년보다는 덥지 않은 날씨에 수도와 가스 문제가 없음을 감사했다.

빈부차별 없이 몰아닥친 재난 후. 포레스트, 힐크레스트, 로열레인, 출근길. 집집마다 수북이 쌓인 찢기고 꺾인 가지들, 푸르던 잎들이 누렇게 말라가고 뿌리를 통째로 보이며 누운 아름드리나무와 나이테를 드러낸 나무둥치들의 잔해가 슬프다. 담장, 신호등, 전신주가 쓰러지기도 했지만 키 작은 꽃들과 남은 가지에 꽃을 피운 크레이프머틀과 메그놀리아가 대견하다.

앨라배마, 미시시피, 알칸사스, 루이지애나, 테네시, 콜로라도 주 등에서 전기 보수공사와 나무 잔해치우기 등을 도우러 왔다고 한다. 이웃을 챙기고 돕는 마음들. 어릴 적부터 봉사정신을 교육한 ‘아름다운 아메리카’, 단일민족도 아닌데 재난 앞에서는 한마음 됨이 놀랍다.
<따듯한 하루>중에 “배움을 통해 옳고 바름을 알고 있다면 실천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공부하겠노라고 스스로 서당을 찾은 청년이 배움이 늦고 결석이 잦아서 찾아낸 훈장님. 그래도 궁금해 찾아가보았다고 한다. 그 청년은 자기 일뿐 아니라 노인들이 사는 집마다 물지게로 물을 날라주며 도와주고 있었다. 훈장은 청년에게 나는 군자의 도를 가르치려 했지만 이미 실천하고 있는 자네가 나의 스승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성경에도 생면부지의 강도 만난 사람을 도운 사마리아인의 비유로 이웃돕기를 가르치신 예수님의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이번 재난으로 지인 목사님 댁이 정전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바로 우리 집으로 오시라는 말씀을 못 드렸다. 빈방이 없어 더 불편하실 것 같은 생각이 앞섰지만 식사라도 챙겨드리지 못해서 죄송했다.
“독일의 양심”으로 불리는 천재 신학자이며 목사이자 반 나치운동가인 디트리히 본회퍼는 “실천은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책임질 준비를 하는 데서 나온다”고 했다. 책임질 준비라는 것이 쉽지 않음을 새삼 깨닫는다.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문학회원

B05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카이로프랙틱 치료라고 하면 아직 뭔가 생소하고 명확하게 어떤 것인지 설명하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치료를 꾸준히 받으시는 분들도 있고 효과를 보았다는 분들도 보셨을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수술을 고민했을 만큼 고통스럽던 증상이 나은 경우도 …
    리빙 2019-09-06 
    “오십견”은 50세를 전후로 어깨에 심한 통증이 생기고 어깨 관절의 움직임이 현저히 저하되는 증상을 이야기할 때 많이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마치 어깨가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임이 많이 줄어드는 특징 때문에 영어로는 Frozen Shoulder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보통은…
    리빙 2019-08-23 
    요즘처럼 무더운 달라스의 여름 날씨 때문에 자연스럽게 환자들과 여름을 나는 여러 방법과 수분 섭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대부분의 사람이 하루 권장 수분 섭취량에 한참 모자라는 수분 섭취를 하고 있다는 것을 듣게 됩니다. 물이 인간의 신체에 …
    리빙 2019-08-09 
    오늘은 여름철에 흔히 겪을수 있고 조심해야 하는 건강 정보 중에서 주의하여야할 두가지 질환에 대해 알아 보자. 첫번째로 벌레에 물렸을 때에 간지러움증과 함께 물린 주위의 부종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럴때엔 얼음이나 찬찜질을 해 주면 좋다. 하지만, 간혹 발진이외에 심한 알…
    리빙 2019-08-02 
    자가 면역 질환이란, 세균, 바이러스, 이물질 등 외부 침입자로부터 내 몸을 지켜줘야 할 면역 세포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병입니다.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에 걸쳐서 자가 면역이 나타날 수 있으며 145 가지 정도로 아주 많은 질환이 이에 속한다고 볼수 있다. 자가 …
    리빙 2019-07-19 
    달라스에 자리잡은지 사년이 되었다. 같은 피를 나눈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환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끈끈한 연결 고리가 생긴건지 환자나 환자 가족의 아픔이 조금 더 오래 그리고 길게 남아 내게도 상처나 흔적으로 남게 된다. 이 한정된 공간에서 나누는 …
    리빙 2019-07-05 
    [의학칼럼] 소통의 의학 그리고 건강한 이민생활을 위하여 바쁜 일상에 쫓기다 이삼년에 한번씩 한국에 나가 건강 검진을 받고 오는 환자들을 만난다. 병원을 아예 가지 않고 병을 키우는 것보단 현명한 일이지만, 받아 오는 검사 결과지에 대한 이해라던가, 그에 따르는 팔로웝…
    리빙 2019-06-21 
    의/학/칼/럼 그 누구도 나이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노화의 속도를 줄이거나, 삶의 질의 대한 향상에 대한 관심은 많은 것 같습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정보의 홍수를 통해 불확실한 자가 진단을 하고 혹은 자가 치료를 시도 하는 분들도 만나보게 됩니다. 이러…
    리빙 2019-06-07 
    30대 초반의 남자 분이 내원하셨다.  한참을 머뭇거리시다 성병도 전신으로 번지는지를 물으신다.  언제부터인가 입안에 구멍이 뻥뻥 뚫리더니, 요즘은 성기에도 구멍이 뚫린다고 하신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생기는 혓바늘정도로 생각했는데, 자주 생기고, 한꺼번에 5-6개 …
    리빙 2019-05-08 
    치과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것은 근세기가 되어 과학이 발달하고 의식주가 넉넉해져서 먹고살만한 시점부터인것 같습니다. 이제는 편안함과 삶의 질을 고려하는 관점에서 치과는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한 영역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치과 영역이 단순히 고립된 우리의 입안만을 다…
    리빙 2019-05-08 
    악기를 배우는, 혹은 시작하려는 학생들의 부모님과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음악은 재능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 물론 재능은 음악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곤 합니다만 음악 교육자로서 저는 재능이 전부이거나 적어도 가장 중요한…
    문학 2019-08-02 
    라디오에서 클래식 음악 채널을 들을 때 곡 소개에서, 연주회에 가서 클래식 연주를 감상할 때 프로그램지에서 곡명 옆에 붙어 있는Op, K, Woo 등의 숫자를 보셨을 것입니다. 바로 곡 분류에 의한 작품번호인데요. 왜 곡마다 다른 알파벳으로 나누어 구분되는지, 그리고 …
    문학 2019-07-19 
    [ 음악 ] 음악계의 커플들 갈리나 비시넵스카야 ( Galina Vishnevskaya) 와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 ( Mstislav Rostropovich) 지난주에 로버트와 클라라 슈만 커플에 대해 소개해 드렸는데요. 클래식 커플 시리즈로 이번에는 소프아노 갈…
    문학 2019-07-05 
    [ 음악 ] 음악계의 커플들 로버트 슈만과 클라라 슈만  Robert Schumann and Clara Schumann 지난주에는 랑랑의 결혼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이 커플처럼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함께 연주를 하면서 사랑에 빠져 연인으로 발전하고 결혼에까지 이어지는 …
    문학 2019-06-21 
    [ 음악 ] 음악 영재들의 향연 [지난주에 이어서] 5. “Bare Necessities (네가 필요한 것들)” from Jungle Book 영화 정글북의 주제곡이자 Terry Gilkyson 이 작곡한 Bare Necessities는 아마도 그 어떤 디즈니…
    문학 2019-05-31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