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나는 소크라테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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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음악을 그렇게 크게 틀어요?“
“나훈아가 부르는 ‘테스형’인데 들어봐.”
“테스형이라니? 테스형이 뭐지?”
“소크라테스의 테스 아니가?”
“소크라테스의 테스? ㅎㅎㅎㅎ”
“왜 웃어?”
“엉뚱하잖아.”
테스형! 이 노래는 나훈아가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하고 만든 노래라는데 ‘아버지’라는 표현 보다는 소크라데스를 불러와 곡을 회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크라테스는 세계 4대 성인 중의 하나로 존경의 대상일지언정 트로트에 등장해서 어울리는 인물은 아니다. 그런 소크라테스를 나훈아가 ‘테스 형’이라고 불러서 거리감을 한꺼번에 허물어뜨리고 말았다. 앞으로 ‘공자형’, ‘석가형’, ‘예수형’이란 노래가 나와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나훈아의 파격적인 센스에 감탄이 나온다.
우리는 세계 4대 성인으로 석가모니(BC 563-483), 공자(BC 479-552) 소크라데스 (BC 470-399), 예수(BC 4-AD 30)를 꼽아왔다. (나는 공자의 장유유서에 따라 나이가 많은 분부터 적는다.)
세계 4대 성인이란 어느 단체에서 인기투표를 한 것도 아니고 여론조사를 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
기록에 의하면 어느 일본 학자가 처음 말한 것으로 전한다. 그의 선정에 무리가 없다는 듯 세계인들은 4대 성인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4대 성인에 불만이 많은 부류가 있는데, 그들이 이슬람계다. 세계 4대성인 중에 이슬람의 교조 무함마드가 소크라테스 대신 들어가야 된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무함마드가 4대 성인에 들어갈 수 없는 이유는 그가 비록 포교 때문이라고는 하나, 전쟁을 일으켜 살생을 했다는 것과 재산이 많은 미망인과 결혼하여 잘 먹고 잘살았다는 세속적인 삶을 살았다는 데 있다.
칼 야스퍼스(독일의 유신론적 실존주의 철학자 1883-1969)도 그의 책 ‘위대한 사상가들’에서 세계 4대 성인으로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를 꼽았다. 그는 이 책에서 이들 4대 성인들은 인류의 보편적 기준으로 봐도 위대하며 이들처럼 역사적으로 지속적인 영향을 준 인물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 4대 성인들은 공자가 ‘춘추’를 썼을 뿐 자신들이 책을 쓰지 않았다. 그들의 치적이 전해진 것은 훌륭한 제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석가모니는 10여명의 제자를, 공자는 70여명의 제자를, 예수는 12제자들이 있어서 각기 스승의 사후, 스승의 사상을 전파하는데 힘 썼다.
그런데 소크라데스만 유독 한 사람의 제자가 있다. 다름 아닌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누구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이기도 한 플라톤은 당시 ‘아카데미’를 이끈 철학자였다.
그는 소크라테스가 아무 죄도 없이 사형에 처해 진 당시의 아데네 사회상을 비판하였다. 소크라테스의 모든 행적은 그의 저서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향연’에 잘 나타나있다. 소크라테스는 플라톤 같은 똑똑한 제자 한 사람이 있었기에 성인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나훈아가 소크라테스를 그의 노래 ‘테스형’에 모셔온 것은 4대 성인 중 소크라테스를 가장 친근하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조각상을 보면 그는 대머리가 벗겨진 큰 이마에 눈은 불거져 나왔고 코는 뭉툭하고 입술이 두툼한 둥근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강인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 소크라테스는 ‘건강한 힘’이라는 뜻이다.
소크라테스는 당시의 현자로 자처하는 정치가, 예술가, 기술자들을 찾아가 이것저것을 물어 보았는데, 모두들 자만에 빠져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후 소크라테스는 “그들은 모른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래서 그는 아폴론 신전에 새겨진 ‘너 자신을 알라’라는 금언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고 무지하고 타락한 사람들의 양심을 일깨우고자 했다.
그는 70세가 되어 사약을 받아 마시고 죽기까지 아데네 시민들을 향해 자신에게 부과된 가르치는 역할인 산파역을 담당했다.
나훈아(본명이 최홍기)는 한국의 트로트 계의 ‘가황’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그의 호소력 있는 노래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는 노래로 ‘너 자신을 알라’고 한국 사회를 고발하고 있는 듯 하다.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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