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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애의 소소하고 담담한 이야기 ‘소담 한꼬집’]6·25전쟁 72주년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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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6·25전쟁 72주년이 되는 날이다.
전에 한 노인이 모임에서 혀를 차며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요즘 젊은것들은 6·25가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그저 달력에 빨간 날이면 노는 날이라며 좋아한다고. 전쟁의 참상을 겪은 그분에게는 잊을 수 없는 그날이 그들에겐 아무 의미 없이 보내는 하루인 것 같아 속상하셨던 모양이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우리나라는 1949년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제정된 이후 6·25가 공휴일로 지정된 적이 없다.
그말을 꺼내진 못했다. 나 또한 잊히는 게 속상하고 안타까운 사람이어서. 그리고 경쟁 구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는 게 전쟁인 젊은이들에게 욕도 하지 못했다.
나무랄 자격이 안 되는 어른이어서. 젊은이도 모르는데 이민사회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알까? 아마도 세월이 갈수록 무슨 날인지 모르는 사람은 더 많아질 것이다.
단체 카톡에 ‘김일성이 일으킨 6·25 전쟁’이라는 국회 사진전 자료가 올라왔다. 하도 이상한 게 많이 올라와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6월 13일 자 뉴데일리에서 정경희 국회의원이 인터뷰를 통해 “이번 국회 사진전은 6·25전쟁을 누가 일으켰는지, 우리가 어떤 희생을 치르며 대한민국을 지켜냈는지, 그렇게 지켜낸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 수 있는 사진전”이라고 전시 취지를 밝혔다.
링크를 눌러보았다. 132쪽에 달하는 e- Book 속에는 6·25전쟁 당시 사진들이 설명과 함께 들어 있었다.
러시아어로 된 남침 공격계획서, 소련이 제공한 최신식 탱크를 앞세우고 서울로 쳐들어온 북한군, 소설가 김팔봉의 인민재판 광경, 피난 행렬, 낙동강 전선, 백선엽 장군,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하는 맥아더 장군, 이승만 대통령의 친서, 세계 각국에서 와 준 유엔군, 산꼭대기까지 우리 군에게 무기와 물자를 지게로 나르며 보급을 도왔던 숨은 영웅 지게 부대, 양민 학살, 납북, 중공군을 접견하는 김일성,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장님과 그 배에서 태어난 아기 김치 1과 5의 현재 사진 등이었다.
또한, 김영렬 님 글에 나오는 다부동 전투, 리챠드 캐리 장군님의 글에 나오는 장진호 전투, 초청송 선생님 등 여러분이 언급했던 흥남철수작전 사진들도 여러 장 들어있었다.
어떻게 그 많은 사진을 한곳에 모았을까. 몇 번을 다시 보았다. 한국에 가야 볼 수 있는 전시회를 e- Book으로 볼 수 있다니 널리 알리고자 만든 손길이 감사했다.
사진을 보다 보니 2018년 12월 5일, 6.25 전쟁 수기집 『집으로』를 엮어 출간했던 때가 떠올랐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 읽어보았다. 감회가 새로웠다. 목차에 나열된 분들의 이름을 한 분 한 분 부르며 그분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도드렸다.
『집으로』는 북텍사스이북도민회에서 봉사하다가 전쟁 때 이야기를 마치 어제 겪은 일처럼 이야기하시는 분을 뵙게 되었는데, 저분이 돌아가시면 저 이야기를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전쟁을 겪은 분들의 이야기를 글로 남겨야겠다는 마음으로 엮은 책이다.
회원들의 수기를 모으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말로는 할 수 있지만, 글로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엔 자신이 없어 못 쓸 것 같다고 했던 분들이 한 분 한 분 마음을 열어주셨다. 회원들의 육필원고를 모아 타이프를 치고, 육성을 녹음하여 원고를 만들기도 했다. 이야기를 정리하며 많이 울었다.
이북도민회 회원뿐 아니라 텍사스 지역에서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6·25전쟁 체험 수기 공모전을 열고 수상자 네 분의 작품도 함께 실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오세희 화백님이 일등을 하셨다. 그분의 이야기를 남길 수 있어 감사하다.
또한, 달라스 6.25 참전 국가유공자회 오병하 회장님께서도 책을 만들려는 취지를 귀히 여겨 소중한 이야기를 나눠 주셨고, RICHARD E CAREY 장군님을 소개해 주셔서 장진호 전투 원고를 받게 되었다.
JOE MASON 님, 김지환 회장님, 방덕수 회장님, 윤수아 시인님, 「6·25동란의 문학적 형상화」라는 평론을 보내주신 김종회 교수님. 귀한 그림으로 지상전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김공산, 조신호 화백님 덕분에 그 책을 엮을 수 있었다.
개인 작품집을 냈을 때 보다 기쁘고 벅차고 보람 있었다. 어느 날 우리 모두 세상을 떠난다 해도 우리들의 이야기는 남아 그날의 이야기를 후손에게 전해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라 위해 희생한 분들께 진 마음의 빚을 조금씩이라도 갚으며 살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오병하 회장님께서 ‘6.25 참전 국가유공자회’ 모임에 초대해 주셨다. 코로나 여파로 오랫동안 가지 못하였다가 다녀왔다.
『집으로』가 맺어준 소중한 인연이다. 2006년 창립 당시 53분이었던 회원은 십여 분으로 줄었다.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여러 가지 이유로 못 나오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회장님께서는 인사말을 통해 72년이 흐르면서 노병들이 국민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히는 것을 애석해하셨다.
그러나 달라스출장소장님을 비롯한 지역의 단체에서 노병들을 잊지 않고 관심과 배려를 해주심에 감사드린다고 말씀하셨다.
그 모임에 가면 나는 조국을 위해 무엇을 했나 하는 마음에 고개가 숙어지고 숙연해진다. 회원들의 건강한 모습을 뵙고 오니 마음이 다소 가벼워졌다.
관심과 사랑은 큰 힘이 된다.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국가유공자들을 예우하고 호국영령들이 흘린 피가 헛되지 않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다시 6.25를 지나며 우리나라는 종전국이 아니라 휴전국이라는 것을 상기해 본다. 정신을 바짝 차려서 그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나라를 지키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기댈 조국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박인애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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